문화人터뷰

"대규모 비극은 가장 순수한 혼돈"…"재난이 한국에 덮친다면 우리는?” [문화人터뷰]

'폴란드 아포칼립스 SF소설가' 로베르트 J. 슈미트와 '폴란드 문학 전공자' 정보라 작가가 함께 기획한 '브로츠와프의 쥐들'(다산책방) 한국판 시리즈 3부작이 완간됐다. 시리즈는 1963년 폴란드 서부 대도시 브로츠와프에서 실제 발생한 출혈성 천연두 감염 사태를 모티프로 삼았다. '카오스', '철창', '병원'으로 이어지는 3부작은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좀비 아포칼림스 소설이다. 그러나 단순한 장르 소설을 넘어 권위주의 체제 아래 놓인 인간의 본성과 국가 권력의 민낯을 파헤친다.최근 슈미트와 정보라 작가를 서..

2026.02.16 17:00:00

친구 따라 오디션 보듯 문단 입성…주이현 "결말보다 관계가 중요" [문화人터뷰]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은 종종 케이팝 아이돌의 서사로 회자된다. 친구를 따라 오디션을 봤다가 뜻밖에 합격을 하고, 아이돌로 데뷔하는 경우다. 이 우연의 공식은 문단에서도 통했다. 제22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주이현(25) 작가의 시작 역시 그랬다. 뉴시스는 첫 소설집 '녹지 않는 슈가 크래프트와 블루의 도시'(문학과지성사)를 출간한 주이현을 서울 마포구 문학과지성사 사옥에서 만나 작가로 거듭나게 된 과정을 들었다.고등학교 2학년까지 학업에 충실했던 그는 3학년이 되자 돌연 자퇴했다. 공부..

2026.02.15 11:00:00

오석준 신부 "AI는 두려워하면서, 가정 붕괴는 왜 두렵지 않나"[함께家]

"AI 시대는 두려워하면서, 붕괴되는 가정과 관계의 단절에 대해선 왜 무서워하지 않는지 돌아봐야 합니다."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는 저출산과 자살, 조력자살 등 삶과 죽음을 둘러싼 논의들이 정작 '생명의 본질'이라는 핵심을 놓친 채 겉도는 한국 사회를 이렇게 진단했다. 기술적 변화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삶의 토대인 공동체의 균열이 초래하는 근원적 위기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오 신부는 뉴시스와 만나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할 방책은 없다"면서 "이미 생명 경시를 당연하게 여기게 된 사회..

2026.02.14 11:00:00

"사랑은 엉망진창이기에 더 진짜"…에스더 유의 '러브 심포지엄'

"앨범에 담긴 곡들은 저마다 다른 형태의 사랑을 상징해요. 사랑을 주제로 한 엄청난 수의 작품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입니다. 음악가로서의 여정과 한 사람으로서의 삶에서 이정표가 됐던 곡들을 골랐습니다."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32)가 12일 음반 '러브 심포지엄(Love Symposium)'을 발매한다. 도이치 그라모폰(DG) 레이블을 통한 네 번째 음반이다. 협주곡 중심의 학구적 레퍼토리를 선보였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가로지르는 작품들을 담았다. 에스더..

2026.02.12 14:00:00

덕운스님 "펫로스는 극복이 아니라, 아픔에 익숙해지는 과정"[문화人터뷰]

대한불교조계종 남산 충정사 주지 덕운 스님은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이렇게 정의했다. 상실을 이겨내야 할 대상이나 서둘러 벗어나야 할 상태로 보지 않는다. 대신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시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덕운 스님은 펫로스 증후군을 단순한 슬픔이 아닌, 가족을 잃었을 때 찾아오는 깊은 상실감에 비유한다. 오늘날 반려동물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이기에, 그 이별의 무게 또한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증후군'이 아니라 인연의 슬픔불교에서는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

2026.02.08 10:00:00

임윤찬 "꿈에서도 바흐를 연주했다…골드베르크는 인간 삶의 여정" [문화人터뷰]

"그저 매일매일 음악을 찾아나가는 것이 가장 진리이고, 제 마음에 있는 것을 믿고 따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21)이 바흐의 걸작과 함께 돌아왔다. 성취보다는 태도를, 기교보다는 내면의 울림을 강조하는 그에게 이번 바흐 앨범은 단순한 신보를 넘어 오랜 꿈의 결실이다.임윤찬은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깨어 있는 시간을 넘어 무의식의 영역에서도 음악과 함께하고 있음을 고백했다."며칠 전 꿈에서 리사이틀을 했는데, 1부에 쇤베르크의 '3개의 피아노 소품집', 바흐의 '파..

2026.02.06 08:00:00

“버텨야 합니다”…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의 30년 사명감[문화人터뷰]

“버텨야 합니다.”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은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은 젊은 기획자와 전시장 운영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지속성’을 꼽았다.5일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만난 이 관장은 “아이디어나 의지는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을 일관되게 계속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며 “결국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1996년 ‘사비나 갤러리’로 문을 연 이후, 미술관으로 성장하며 지금까지 공간을 유지해온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제가 미술관을 닫아버리면, 그동안 여기서 전시한 작가들의 경..

2026.02.05 13:53:26

[단독] "서로 너무 달라, 오히려 완벽"…베시 어워드 수상 주역 '일무' 창작진

"정혜진 예술감독은 전통에 대해 전문가이시고, 또 컨템퍼러리 무용(현대 무용)에선 김성훈·김재덕 안무가가 계셨고, 또 일무 제작 때는 (김재덕 안무가가) 음악도 맡다 보니 다른 장르가 같이 충돌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냅니다." (정구호 연출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무용계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베시 어워드(Bessie Awards)' 수상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26일 오후, 뉴시스가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일무'의 주역 4인방을 만났다. 지난 20일(현지시각) 서울시무용단의 일무(佾舞, One Dance) 안..

2026.01.26 20:45:27

정혜진, 베시 어워드 안무가 후보…"일무는 비움과 조율로 빚은 성과물"[문화人터뷰]

"한국 춤의 호흡은 릴리즈(이완)의 미학이지만, '일무'는 달랐습니다. 40명의 무용수가 한 사람처럼 움직여야했죠. 개성을 지우고 전체의 질서에 녹아드는 과정, 그것은 무용수들에게 뼈를 깎는 고통이었습니다."'일무(佾舞, One Dance)'의 안무를 맡은 정혜진 안무가는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통 춤의 호흡을 과감히 비워내고, 집단의 질서와 규율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실험'이었다. 그 실험은 세계 무대의 주목으로 이어졌다. 서울시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을 지낸 정혜진 안무가는 김성훈·김재덕과 함께 '일무'로 무용..

2026.01.19 17:24:54

김성녀 "마당은 이제 젊은 사람들 몫…난 멍석 까는 사람" [문화人터뷰]

"3.1문화상 수상 이유에 '마당놀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걸 보고 우리 PD들이 손을 잡고 방방 뛰었대요. 그 상이 마당놀이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상처럼 느껴졌거든요."지난 14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김성녀(75) 국립극장 연희감독의 얼굴에는 기쁨과 감격, 그리고 오랜 세월을 버텨온 사람만이 지닌 회한이 교차하고 있었다.'마당놀이 대모'로 불리는 김 감독은 최근 제66회 '3.1문화상' 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이번 수상은 개인의 공이라기보다, 오랫동안 그늘에서 애써온 우리 소리꾼들과 스태프들에게..

2026.01.18 10:00:00

4대 종교 중창단 김진 목사 "함께 부르는 노래, 공연이 아니라 수행"[문화人터뷰]

"4대 종단 성직자들의 소박한 만남이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개신교 김진 목사는 네 성직자가 노래로 인연을 맺은 지난 3년을 이렇게 돌아봤다. 김진 목사와 가톨릭 하성용 신부, 불교 성진 스님, 원불교 박세웅 교무로 구성된 '만남 중창단'은 토크 콘서트와 해외 공연을 통해 종교 간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김 목사는 지난해 말 창단 3주년 토크 콘서트를 마친 뒤, 지난 16일 원불교 소태산기념관에서 지난 활동을 돌아보며 중창단이 지향해 온 가치를 조심스럽게 풀어냈다."거창한 뜻이 있었던 건..

2026.01.17 09:59:14

문지혁 "AI 시대, '파인다이닝' 문학만 살아남을 것" [문화人터뷰]

"1인칭의 목소리는 인공지능(AI)도, 넷플릭스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것이죠. 제가 요즘 소설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고유한가', 또 하나는 '시간을 견딜 수 있는가'입니다."최근 뉴시스와 만난 작가이자 문학 강사, 유튜버, 이른바 'N잡러'(복수의 직업을 가진 사람)인 문지혁(45)은 문학의 미래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 안에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는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창작자의 생존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시..

2026.01.15 08:00:00

외국인 최고 Pick, 이유 있었다…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의 '기증' 열정[문화人터뷰]

"박물관에서는 값이 좀 나가 보이는 굉장히 오래된 물건만 모으는 것으로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황룡사지에서 발굴된 '수막새'(신라의 미소로 알려진 신라 기와)와 재개발이 임박한 1970년대에 조성된 한 마을의 '기와'가 그 가치가 다를까요? 저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관장실에서 진행된 신년 라운드 인터뷰에서 일상 속에서 사용된 흔한 물건도 소중한 민속 자료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기증받은 물품 중 명품 브랜드 구찌의 '여우..

2026.01.13 07:00:00

46년 만에 무대 이영훈 전 관장 "혼자 이룰 거룩함은 없다" [문화人터뷰]

"혼자서 이룩할 수 있는 거룩한 것은 없습니다."4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선 이영훈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연극이 자신에게 남긴 가장 큰 깨달음을 이렇게 정리했다. 오랜 세월 박물관과 유물을 지켜온 그는 무대 위에서 다시 한 번, 공동의 작업이 만들어내는 감동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시 무대 위로…46년 만의 도전연극 '바람의 용사들'은 지난달 12~21일 대학로 한예극장에서 열린 화동연우회 정기공연으로, 프랑스 극작가 제랄드 시블리라스의 희극 '포플러에 부는 바람'을 각색한 작품이다. 1959년 프랑..

2026.01.04 10:00:00

임솔아 "사랑을 '손해'로 보는 경향…그래서 더 사랑이 어렵다" [문화人터뷰]

"사랑이 지나간 시대, (사랑이) 낙후된 광기가 되어버린 근미래에서 연인을 잃고 혼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하루라고 표현할까요."제71회 현대문학상 소설 부문에 선정된 임솔아(38) 작가를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수상작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이번 수상작은 단편 '사랑보다 조금 더 짙은 얼굴'이다. 출판사의 계간지 2025년 가을호에 먼저 실렸다. 수상작과 자선작, 최종 후보작 다섯편을 묶은 '사랑보다 조금 더 짙은 얼굴(2026 제71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이 최근 출..

2025.12.27 11:00:00

윤종모 대한성공회 주교 "명상은 '마음 근력' 키우는 훈련" [문화人터뷰]

"'자살한다, 너무 외롭다'고 말하면 그 밑바탕에 있는 핵심 정서는 고독입니다. 친구들이 곁에 있어도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겁니다."오는 21일 출범하는 '유엔 세계 명상의 날 한국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윤종모 대한성공회 주교는 19일 서울 목동 한 교회에서 만나 현대 사회에 만연한 고독에 대해 경고하며, 명상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했다. 윤 주교는 성공회 주교로서 대한성공회 관구장과 부산교구장 등을 지냈다. 연세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앨버타대 등에서 신학과 문학, 상담학을 공부했다. 성공회대 교..

2025.12.20 11:00:00

게르스타인 "내 열정의 중심은 어떤 상황에도 변치않는 피아노"[문화人터뷰]

"한국 관객들은 놀라울 만큼 높은 집중력과 진지함, 그리고 장르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 점이 저를 설레게 하고, 깊이 감동하고 있습니다."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46)은 지난 17일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남다른 클래식 열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 서울시향, 지난달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한국에서 두 차례 협연한 게르스타인은 오는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첫 단독 리사이틀을 갖는다. 게르스타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

2025.12.19 08:15:00

'사찰음식 명장' 선재스님 "당신이 먹는 음식은 우주의 생명입니다” [문화人터뷰]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우주의 생명을 먹는 것이죠. 사찰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식재료는 땅, 물, 바람, 햇빛을 머금은 온 우주의 생명입니다."선재스님은 음식을 '조리'가 아닌 '수행'의 언어로 말한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 시즌2 티저 예고편에 스님이 등장했을때 시청자들이 받은 낯섦도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됐다.스타 셰프들 사이에 회색 승복 차림의 스님이 서 있는 장면은 강렬한 대비를 만들어냈다.16일 프로그램 공개를 앞두고 12일 서울 인사동 한국사찰음식문화사업관에서 체험관 10주년 기념 특별..

2025.12.14 14:00:00

'데뷔 46년' 배우 예수정 "새 작품 앞에선 언제나 신입생"[문화人터뷰]

"저는 원래 따뜻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 제 마음에도 따뜻함이 왔으니 굉장히 감사한 작품이죠." 배우 예수정(70)은 연극 '태풍'과 함께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지난 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국립극단의 신작이다.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 '템페스트'를 바탕으로, 동생에게 권좌를 빼앗기고 쫓겨난 밀라노 공작이 복수 대신 용서와 화해를 택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예수정은 이 작품에서 밀라노 공작 프로스테라를 연기한다. 원작속 남성 인물인 프로스페로를 여성으로 바꾼 설정이다. 나폴리의 왕 알론조 역..

2025.12.13 14:00:00

함윤이 "소설은 내 바깥의 세상과 뒤섞이고 부대낀 뒤에 나와요" [문화人터뷰]

"창작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붙잡게 된 건 '환상성'이었어요.. 제가 10대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거든요. 그래서 이전부터 지금과는 다른 곳, 현실과 먼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지난달 첫 소설집 '자개장의 용도'(문학과지성사)를 펴낸 함윤이(33) 작가는 창작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바깥 세계는 굉장히 넓고 제가 모르는 것들로 가득할 것 같았다"는 그의 생각은 현실과 환상이 느슨하게 뒤섞인 이번 소설집의 토대가 됐다. 이번 소설집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실렸다. 20대부터 써온 작품 가운데 엄선한 결과물..

2025.12.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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