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터뷰

"의도만 없었으면 괜찮은건가요" 손원평이 묻는 관계의 상처[문화人터뷰]

소설가 손원평(46)은 우리가 무심코 던진 말과 태도가 타인에게는 상처와 고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괜찮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믿는 순간에도, 우리는 종종 자신도 모르게 선을 넘는다.최근 펴낸 소설집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창비)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작품은 사회 속 관계들이 어떻게 얽히고, 그 안에서 의도치 않은 상처가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정면으로 응시한다.손원평은 9일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소설집을 두고 "자본주의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엮여 있는지, 나의 행위와 말이 타인에게 어떤 상처..

2026.04.09 08:00:00

샛별 박윤재·박건희·박수하 "자유 바쳤던 K-발레, 이젠 즐기는 법 배워"

지난해 한국인 남성 무용수 최초로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박윤재를 비롯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대상 박건희(2024), 로잔 파이널리스트 박수하(2023) 등 세계 무대를 휩쓴 K-발레 샛별 3인방이 국내 무대에 선다.세계 최정상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산하의 차세대 육성단인 'ABT 스튜디오 컴퍼니'에서 성장 중인 이들은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식 혹독한 기본기 훈련과 미국식 개성 중심 교육의 차이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세계 무대에서 필요한 예술성과 자유를 배우고 있다고 입을..

2026.04.07 09:00:00

불멍·물멍 넘어 '왜 아픈가'를 묻다…일감 스님이 말하는 선명상 [문화人터뷰]

아침부터 스마트폰을 붙잡고 쏟아지는 정보와 경쟁 속으로 들어가는 현대인에게 명상은 '잠시 멈춤'의 시간이 된다. 최근 유행하는 '멍때리기', 불멍, 물멍도 그런 욕구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대한불교조계종 미래본부장 일감 스님이 강조한 것은 멈춤에 머무르지 않는 '선명상'이다.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만난 스님은 "명상이 괴로움 앞에서 잠시 멈춰 서는 과정이라면, 선명상은 한 걸음 더 들어가 '나는 왜 아픈가'를 묻는 수행"이라며 "괴로움이 다른 방향으로 변해가며 줄어드는 것, 그 지점에서 불교가 시작된다"고..

2026.04.07 08:00:00

김용택 "전쟁 속에도 사라지지 않는 초록빛"…44년 시인의 성찰 [문화人터뷰]

전쟁과 분열로 세상이 흔들려도 땅 속의 '초록빛'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김용택 시인은 말한다. 등단 44년을 맞아 펴낸 새 시집'그날의 초록빛'에는 과거를 흘려보내고 다시 시를 기다리는 시인의 시간이 담겼다.오랫동안 '섬진강 시인'으로 불려온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이제 자신을 "멀리 바다까지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강 마을에 머문 시인"이라 불리고 싶다고 했다. 44년의 시간이 남긴 변화와 성찰이 이번 시집 곳곳에 스며 있다.그가 먼저 이야기한 것은 '과거'에 대한 생각이었다.시인은 "과거는 벗어나는 것..

2026.04.06 08:00:00

'이상문학상' 예소연 "관계는 삶에서 필연적…항상 좋지 않은 것 인정해야" [문화人터뷰]

소설가 예소연(34)에게 인간의 삶은 결국 '관계의 연속'이다. 가족과 노동, 익명의 관계 온라인까지, 우리는 늘 누군가와 얽히며 살아간다. 최근 출간한 새 소설집 '너의 나쁜 무리'(한겨레출판)는 그 관계의 빛과 그늘을 응시한다.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예소연은 이번 소설집에 대해 "지나가는 관계들이 포착되는 순간들을 많이 담으려고 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무엇보다 관계의 필연성에 주목했다.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삶에서 관계를 맺는 것은 필연적이에..

2026.04.04 14:00:00

김기민 "내 춤보단 베자르에 주목하길…죽음 아닌 환희의 '볼레로' 그릴 것"

"마지막 장면인 죽음을 무섭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기쁘게 받아들이며 추는 춤입니다. 제 무대보다는 베자르라는 안무가 자체에 초점을 맞춰주시길 바랍니다."러시아 명문 마린스키 발레단의 간판 김기민이 마침내 평생 꿈꿔온 '볼레로' 무대를 한국에서 선보인다. 모리스 베자르(1927~2007)의 대표작 '볼레로'의 주역으로 나서는 그는 2일 화상 인터뷰에서 "평생의 꿈이었던 볼레로를 한국에서 하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클래식 발레 어법에 익숙한 그가 이번에는 현대 발레의 상징인 베자르 발레 로잔(B..

2026.04.02 18:52:35

백남준 조카 켄 “무어만 ‘TV 브라’ 착용 도왔다가…난리 났었죠”[문화人터뷰]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이 이걸 착용하게 도와달라고 했어요. 저는 흔쾌히 OK했죠. 그런데 나중에 삼촌이 알고 난리가 났어요.”백남준의 1969년 작품 ‘TV 브라’ 앞에서 하쿠타 백 켄(75)은 어린아이처럼 웃었다.유리 케이스 안에는 테이프가 누렇게 변한 소형 비디오 장치와 전선이 얽힌 앰프가 놓여 있다. 그 옆에는 누드의 샬롯 무어만이 ‘TV 브라’를 착용한 채 첼로를 연주하는 흑백 사진이 걸려 있어 작품 이해를 돕는다. 그는 그날을 또렷이 기억했다.“샬롯은 ‘켄은 충분히 성숙하고 섬세한 아이..

2026.04.01 17:57:43

"AI는 아주 잘 드는 칼, 잘못 휘두르면 자멸"… 물리학자 사제의 경고 [문화人터뷰]

"인공지능(AI)는 철저히 인간이 만든 도구임을 꼭 기억해야 됩니다. AI는 '아주 잘 드는 칼'과 같아요. 잘못 휘두르면 자기 손이 날아가고 스스로를 해칠 수 있습니다. 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지 모든 인간이 함께 고민하고, 전문가 집단이 이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국내 유일의 '물리학자 사제'인 김도현 신부는 지난 27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신간 'AI 시대의 삶과 신앙'(생활성서사) 의 집필 계기를 밝히며 AI 위험성을 이같이 경고했다.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신..

2026.03.31 09:00:00

김경란 "스멀스멀 걷다보니 망망대해…연극 제대로 해보려 합니다"[문화人터뷰]

"이번 생은 이 콩깍지가 안 벗겨진 채로 살고 싶어요."연극을 말하는 김경란의 눈빛은 사랑에 빠진 사람 같았다. KBS 27기 공채 아나운서 출신으로 '뉴스9', '스펀지' 등을 통해 익숙한 그가, 이제는 무대 위에서 배우로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난 김경란은 "현실을 마주하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싶을 때도 있지만, 지금은 이런 세상 속에 있는 게 정말 행복하고 좋다"며 활짝 웃었다. 대중에게 김경란은 방송인으로 익숙하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이제 방송 만으로 ..

2026.03.29 14:00:00

"모성애도 약속된 것인가"…'약속의 세대' 백온유 [문화人터뷰]

약속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우리는 그 약속이 성사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현재를 견디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그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올 때 삶의 비애는 더욱 선명해진다.최근 뉴시스와 만난 백온유(33) 작가는 "약속은 우리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인 만큼 필연적"이라며 "약속이 무너졌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말했다.백온유가 등단 9년 만에 첫 소설집 ‘약속의 세대’(문학동네)를 펴냈다. 총 7편의 단편을 묶은 이번 작품은 '약속'이라는 주제로 연결된다.소설집 제..

2026.03.28 13:00:00

송일국·오만석 "운명처럼 만난 '헤이그'…기억해야 할 이름들" [문화人터뷰]

"조선을 구해주세요, 조선을 지켜주세요." 일본 침략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헤이그로 향했던 특사들의 이야기가 119년의 시간을 건너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뮤지컬 '헤이그'는 1907년 헤이그 특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고종의 특명을 받고 만국평화회의에 파견된 이준·이상설·이위종의 여정에, 이들을 돕는 또 다른 특사가 있었다는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냈다. 헤이그 특사단을 이끄는 리더 이상설 역에는 송일국과 오만석, 원종환이 캐스팅됐다. 최근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난..

2026.03.26 07:00:00

"내 인생 배역은 베자르의 무용수"…15년 만에 귀환하는 BBL

"무대 위에서 수많은 역할을 거쳤지만, 제 인생 배역은 그저 '베자르의 무용수'였다는 그 자체입니다."줄리앙 파브로 베자르 발레 로잔(BBL) 예술감독의 정체성은 명확했다. 다음 달 23~26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15년 만의 내한 공연을 앞둔 그는 23일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BBL과 자신의 근간을 이룬 전설적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1927~2007)의 유산을 무대에서 완벽히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BBL의 상징 '볼레로'…베자르 유산의 완벽한 구현파브로 예술감독은 BBL을 상징하는 대표작 '볼레로'가 ..

2026.03.23 15:24:35

조경란 "내가 믿지 못하는 이야기는 가짜" [문화人터뷰]

글을 쓰고 싶어 뒤늦게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했다. 시로 시작했지만 소설로 방향을 틀었고, 1년 만에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를 30년째 이어오고 있다.조경란(57)은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불란서 안경원'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조경란은 "30주년이라는 생각은 따로 하지 않았다"며 "그저 하루하루, 그날 분량의 책을 읽고 생각하고 메모하고 있다"고 말했다.30년을 한 업으로 이어온 원동력은 단순했다. "좋아해서요." 좋아하는 ..

2026.03.22 11:00:00

윤별 "결혼자금 털어 만든 발레 '갓', 이젠 결혼시켜줄 효자 됐죠"[문화人터뷰]

"진짜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제일 바쁜데, 제일 행복한 시기입니다."오는 28~29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창작발레 '갓' 공연 준비로 한창인 윤별 윤별발레컴퍼니 대표(예술감독)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연습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윤 대표는 "창작자나 제작자 입장에서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들이 거의 매년 '갓'을 통해 오고 있다"며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오스카상(미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번 바이럴(빠르게 확산)이 되고 있다. 악조건 속에서 만들었..

2026.03.22 09:00:00

'최연소 기록 제조기' 이재리 "좋아하는 음악 들려줄 생각에 설레" [문화人터뷰]

"아직 학생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관객에게 들려드릴 생각을 하면 설레요."첼로 신동에서 본격적인 솔리스트 전환기를 앞둔 첼리스트 이재리(17)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해 7월 열린 제6회 쇤펠트 국제 현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만 15세의 나이로 대회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오는 22일에는 첫 단독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다. 이재리는 여러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차세대 첼리스트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키에티 클라시카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3위를 차..

2026.03.15 14:00:00

“지금 그린 그림이 제일 힘 있다”…77세 화가 이명미[문화人터뷰]

“지금 내가 일흔일곱 살인데, 지금 그린 그림이 제일 힘이 있어요.”5일 서울 성북로 우손갤러리에서 만난 이명미 화백은 강렬한 원색의 그림 앞에서 환하게 웃었다. 캔버스에 번지는 색처럼 그의 표정도 밝았다. 작품만 보면 요즘 젊은 작가의 그림처럼 보일 만큼 화면은 경쾌하고 힘차다.밝고 명랑한 화면이지만 그 안에는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존재론적 질문과, 삶의 굴곡에서 길어 올린 ‘찬란한 슬픔’이 함께 스며 있다.대구에서 성장한 중학생 시절 그의 꿈은 화가가 아니었다. 판사가 되고 싶었다. 공부도 잘했고 책 ..

2026.03.05 15:17:14

"나도, 호른도 그저 부드럽지만은 않다"…김홍박의 '메타모포시스' [문화人터뷰]

"호른은 부드럽고 압도적인 사운드로 익숙하죠. 저 역시 '따뜻한 연주자'로 불려왔고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에서 8년간 수석을 지낸 호르니스트 김홍박(44)이 오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년 만의 리사이틀'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변신)'를 연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호른의 또 다른 음색과 자신의 새로운 해석을 선보인다. 호른은 작은 마우스피스와 복잡한 배음(倍音) 구조 탓에 금관 중에서도 연주 난도가 높은 악기로 꼽힌다. 한 음을 길게 유지하기 쉽지 않아 섬세..

2026.03.03 08:00:00

치솟는 집값에 밀려 구름 위로…이유리 "현실과 맞닿은 가난을 썼죠" [문화人터뷰]

집값은 하늘을 찌르고, 사람들은 땅에서 밀려난다. 이들이 하늘 위에 살게된다면 어떨까. "저 아름다운 분홍빛 구름을 보세요. 마치 불행으로 만들어진 솜사탕 같지 않나요?"지상 1.5㎞상공. 실제 구름이 떠 있는 높이에 형성된 또 다른 거주지. 오염 물질을 머금은 구름은 분홍빛으로 변했고, 그 위에 세워진 삶은 판자촌보다 더 열악하다. 구름 위에 사는 이들은 빈곤층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다. 최근 출간된 '구름 사람들'(문학동네)은 이 기묘한 설정을 통해 한국 사회의 '가난'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

2026.02.28 11:00:00

티노 세갈 “내 전시는 함께하는 게임”…리움미술관서 ‘기록 없는 전시’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갑작스러운 외침이 공간을 가른다. 관객은 깜짝 놀라 멈춰 선다.정장 차림의 여성 두 명이 갑자기 “디스 이즈 컨템포러리(This is contemporary)”를 외치며 춤추듯 움직인다. 동작을 멈추고 웃는 얼굴로 빤히 바라보는 퍼포머들을, 당황하며 마주 바라볼 수밖에 없다.전시장 안은 더 낯설다. 오귀스트 로댕의 ‘키스’가 놓인 공간, 그 사이에서 실제 남녀가 몸을 맞댄 채 입을 맞춘다. 10대 1의 경쟁률을 거쳐 선발된 퍼포머들이다. 청동의 고정성과 인간의 유동성이 충돌하는 순..

2026.02.25 13:49:33

"나를 숨겨야 공연이 산다"…'라이프 오브 파이' 퍼펫티어 [문화人터뷰]

망망대해 위 구명보트, 한 소년과 벵골 호랑이가 생존을 건 사투를 펼친다.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를 무대로 옮긴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는 소설 속 장면을 관객의 눈앞에서 실감나게 펼쳐낸다. 무대화가 불가능해 보였던 이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완성한 일등공신은 단연 '퍼펫(인형) 벵골 호랑이'를 온몸으로 연기하는 퍼펫티어들이다. 정교하게 디자인된 퍼펫에 숨을 불어넣는 이들은 소년 파이 역의 배우 박정민, 박강현과 더불어 공연을 이끄는 또 하나의 핵심축이다. 비록 몸은 드러내고 있지만, 섬세한 호흡과..

2026.02.1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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