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돌아온 은희경…"불편한 세계가 계속 질문을 준다" [문화人터뷰]
등록 2026/07/01 08:00:00
등단 32년…신작 '시간의 감촉'으로 '시간 3부작' 완결
시간의 흐 속에 변화하는 '몸'과 관계, 인간 들여다봐
AI 시대일수록 문학은 인간의 다양성·복잡함 보여줘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은희경 작가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최근 작가는 7년 만에 장편소설 '시간의 감촉'을 출간했다. 2026.07.01.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30/NISI20260630_0021343560_web.jpg?rnd=20260630151851)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은희경 작가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최근 작가는 7년 만에 장편소설 '시간의 감촉'을 출간했다. 2026.07.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사람들 사이에서 이 불편한 세계를 계속 바라보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그 질문이 제게 계속 할 말을 줍니다."
7년 만에 장편소설 시간의 감촉(문학동네)으로 돌아온 은희경(66)은 여전히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등단 32년째를 맞은 그는 시간이 흐르며 변하는 몸과 관계,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이번 작품에 담았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만난 은희경은 오래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를 "아직도 할 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소설의 '작가의 말' 첫 문장을 "할 말이 있어서 쓴다"로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다.
"운도 많이 따랐지만 노력도 많이 했죠. 지금도 제 마음에 드는 글을 쓸 수 있어 책을 낼 수 있다는 건 작가로서 큰 행운이에요. 30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많이 달라졌지만, 세상에 대한 질문과 관심, 애정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해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은희경 작가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최근 작가는 7년 만에 장편소설 '시간의 감촉'을 출간했다. 2026.07.04.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30/NISI20260630_0021342573_web.jpg?rnd=20260630090145)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은희경 작가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최근 작가는 7년 만에 장편소설 '시간의 감촉'을 출간했다. 2026.07.04. [email protected]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이중주'로 등단한 그는 올해로 32년째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강산이 세 번 바뀔 시간이 흘렀지만, 세상을 향한 질문은 여전히 그의 소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이번 신작은 '새의 선물', '빛의 과거'에 이은 '시간 3부작'의 완결편이다. 앞선 작품들이 각각 30대와 50대의 시선으로 지나온 시간을 돌아봤다면, '시간의 감촉'은 60대 자매 안나와 경선을 통해 시간이 몸에 남기는 흔적과 삶의 변화를 그린다.
"일단 하루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일과라는 게 있다. 그 과정을 수행하는 것은 몸이다. 몸을 통해 자신의 바깥과 소통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 유기체의 숙명이다. 생명이 있는 한 계속되어야 한다." (13쪽)
작품은 같은 해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자매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가까웠던 두 사람은 집안 사정으로 멀어지고, 오랜 세월 마음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경선의 암 투병을 계기로 안나가 동생을 돌보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관계를 회복해 간다.
은희경은 이번 소설에서 '몸'을 시간의 가장 구체적인 흔적으로 바라봤다.
"시간이라는 스펙트럼 안에서 처음 이 몸을 갖게 된 순간부터 어떻게 변해왔는지, 나도 변했고 사회도 나를 바꿔놓은 과정을 길게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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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설은 극적인 사건보다 삶이 천천히 변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죽음을 앞둔 인물이 삶을 되돌아보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가족이 긴 시간을 거쳐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에 집중한다.
"한 가지 사건으로 사람이 갑자기 변하는 이야기보다 긴 시간을 지나며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결국 우리가 어디에 도착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은희경 작가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최근 작가는 7년 만에 장편소설 '시간의 감촉'을 출간했다. 2026.07.01.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30/NISI20260630_0021343558_web.jpg?rnd=20260630151857)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은희경 작가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최근 작가는 7년 만에 장편소설 '시간의 감촉'을 출간했다. 2026.07.01. [email protected]
처음에는 우울한 노인의 이야기를 구상했다. 하지만 집필을 이어가면서 방향이 달라졌다. 10여 년 전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죽음과 소멸을 생각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 작품은 삶을 향해 나아갔다.
"죽음을 향한 여정이라기보다 모든 순간이 처음 살아보는 시간이라는 생각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결코 무겁지 않았고,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몸은 결국 관계로 이어진다. 소설에서도 자매와 경선의 손녀 다니엘은 함께 여행을 떠나며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한다. 그는 "몸의 고통을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은 결국 타인과의 연대"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은희경 작가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최근 작가는 7년 만에 장편소설 '시간의 감촉'을 출간했다. 2026.07.01.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30/NISI20260630_0021343557_web.jpg?rnd=20260630151858)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은희경 작가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최근 작가는 7년 만에 장편소설 '시간의 감촉'을 출간했다. 2026.07.01. [email protected]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그는 오히려 사람을 이해하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편집되고 연출된 모습만 보게 됩니다. AI의 답변은 정답처럼 들리기 때문에 사람도 점점 규격화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AI 시대일수록 문학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문학은 인간의 다양하고 복잡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이해할 용기를 주죠. 시스템에 맞추지 못해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분간은 작품을 향한 사랑에 집중하고, 점점 사랑이 식으면 그 힘으로 차기작 집필을 시작하려고 한다. 내년 초 소설집을 계획한다는 은희경은 "인물의 연결성에 대해 쓴 것처럼 다른 어떤 연결 고리를 새롭게 써보고 싶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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