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았으면 그걸 그렸죠. 그런데 이미 넘어섰고.”화가 이종구(72)는 잠시 말을 멈췄다. 윤석열 정부 시기 갈등과 계엄 논란, 팔레스타인 전쟁 같은 현실을 말하던 순간이었다. 1980년대 민중미술의 한복판에서 농민과 노동, 시대의 폭력을 그려온 작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싸움을 그리던 화가는 이제 ‘왜 인간은 끝없이 싸우는..
2026.05.20 14:41:36
오피니언
"예전 같았으면 그걸 그렸죠. 그런데 이미 넘어섰고.”화가 이종구(72)는 잠시 말을 멈췄다. 윤석열 정부 시기 갈등과 계엄 논란, 팔레스타인 전쟁 같은 현실을 말하던 순간이었다. 1980년대 민중미술의 한복판에서 농민과 노동, 시대의 폭력을 그려온 작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싸움을 그리던 화가는 이제 ‘왜 인간은 끝없이 싸우는..
2026.05.20 14:41:36
서울 여의도에 들어선 ‘퐁피두센터 한화(Centre Pompidou Hanwha)’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세계적인 미술관의 서울 진출’이라는 상징보다 더 중요한 건, 이 공간이 단순한 해외 미술 수입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약 1000평 규모 전시장 가운데 절반은 파리 퐁피두센터 컬렉션 기반의 근대미술 기획전, 나머지 절반은 동시대 글로..
2026.05.19 17:02:00
“‘노(No) 러시아’, ‘집단학살관은 물러나라(No Genocide Pavilion)’, ‘팔레스타인은 세계의 미래다(Palestine is the future of the world)’.” 이탈리아 베네치아 자르디니에서 개막한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는 미술 전시를 넘어 ‘국가’라는 시스템 자체를 되묻는 현장으로 변모했다. ..
2026.05.11 04:13:30
푸른 화면 속, 동물들은 우리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의 고통을 외면해 왔는가. 상처 입은 동물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중심 사회의 폭력을 되묻는 전시가 열린다사비나미술관에서 5월 2일 개막하는 고상우 기획전 ‘스틸 브리딩: 아직 숨 쉬고 있다(Still Breathing)’는 인간의 욕망과 시스템 속에서 밀려난 존재..
2026.04.30 16:35:37
“나는 농부의 아들입니다.”숯을 쌓고, 흙을 갈고, 검정을 세운 작가 이배(70)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먼저 자신의 정체성으로 돌아갔다.강원 원주의 뮤지엄 산에서 열린 개인전 ‘En attendant: 기다리며’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지난 3년간 20여 차례 미술관을 오가며 준비한 이번 전시는 그에게 “나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
2026.04.06 15:30:45
완벽하지 않아서 더 완벽하다. 기울어진 균형, 미세한 흔들림, 그리고 비어 있는 중심.18세기 조선 백자 달항아리가 뉴욕에서 다시 한 번 가격의 궤도를 밀어 올렸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가 24일(현지시간) 진행한 ‘아시아 위크 세일’에서 높이와 지름이 각각 42.5cm에 이르는 대형 달항아리가 318만 달러(한화 약 43억원)에..
2026.03.30 11:11:00
“유럽 미술관에서도 이 시설을 보러 오겠다고 연락이 옵니다.”뮤지엄한미 송영숙 관장이 자동화된 수장고를 공개했다. “한국에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장고를 보는 사람들마다 놀란다”며 “사진 보존에 특화된 한미 수장고는 국제적 수준”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26일 기자들에게 깜짝 공개된 수장고는 층고 7m, 온도 4~5도, 습도 ..
2026.03.26 15:38:09
지난해 연말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을 달군 이름이 서울에 도착했다. 죽음을 진열해온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61)다.미술관 최초로 정부 예산 33억 원이 투입된 이번 전시는 관람료를 8000원으로 인상하며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한물 갔다고 말하기엔 여전히 시끄럽다. 논쟁적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62)는 지금 무엇을 팔고 있는가. ..
2026.03.18 14:50:29
“이 그림을 보고 나갔을 때, 뭔가 감정이 남았으면 좋겠다.”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이우성(43) 개인전 ‘너에게 물으면 알 수 있을까?’는 이 한 문장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는 인물 중심으로 전개해온 작가의 회화가 ‘풍경’으로 확장되는 변화를 보여준다. 3년만에 열린 이번 전시는 갤러리현대와 전속계약 후 처음 열리는 ..
2026.03.17 17:30:08
“나무는 바로 나입니다.”구순을 넘긴 조각가 김윤신의 말은 단순한 비유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의 작품을 보고 나면 오히려 그 말이 가장 정확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11일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한 회고전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은 한국 현대조각의 한 축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전시다. 동시에 한 조각가가 자연이라는 재..
2026.03.11 16:52:17
미술품을 샀다가 마음이 바뀌면 돌려줄 수 있을까.마니프(MANIF) 아트서울 조직위원회가 디지털 플랫폼 기반 온라인 전시 ‘20!2026 ART SEOUL’을 열고, 작품 구매 후 1년 이내 환불 요청 시 구입가의 80%를 환급하는 ‘80% 개런티 제도’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다. 개인 소장 작품까지 다시 거래할 수 있는 리마켓(재판매) 구조..
2026.03.04 15:39:32
벚꽃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분홍빛은 화사하지만 화면은 흔들리지 않는다. 한국화가 오용길(79· 이화여대 명예교수) 화백의 산수는 계절의 정취보다 붓의 태도를 먼저 드러낸다. 작은 차이를 축적해 온 필선, 우연을 허용하되 구조를 놓지 않는 계산이 화면을 지탱한다.그는 장르 구분에 선을 긋는다. “동양화냐 서양화냐, 그건 나한텐 의미가 ..
2026.03.03 14:47:14
흰 백묵으로 원을 삥 둘러 그었다. 반듯하게 서서 원의 금을 밟고, 검지와 가운데 손가락을 딱 펴 ‘저기’를 가리켰다. 다시 원 안으로 들어가 ‘여기’. 원 밖으로 나와 손가락을 뒤로 돌려 ‘거기’. 이내 원을 차례차례 밟으며 “어디, 어디, 어디”를 중얼거리듯 외치고, 원의 둘레를 돌다 사라졌다.퍼포먼스는 끝났지만 관객은 쉽게 움직이지 못했..
2026.02.04 17:31:29
“언어로 할 수 있었으면, 화가가 안 됐겠죠.”배우이자 가수인 화가 백현진(54)은 작품 설명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말로 닿지 않는 상태를 기록하기 위해 그는 그림을 그렸고, 음악을 만들었으며, 연기를 해왔다. 그에게 시각예술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언어 이전의 감각을 붙잡아..
2026.02.03 15:16:16
“영화는 많은 것이 구속된 매체라면, 영상 작업은 자연 안에서 구속되지 않은 시나리오, 즉 즉흥곡에 가깝다.”영화감독 민병훈(56)은 더 이상 서사를 밀어붙이지 않는다. 대신 그는 머문다. 파도가 부서지고, 구름이 흩어지고, 무지개가 사라지는 순간 앞에서 오래 서 있다. 사라짐을 기록하지만, 그 안에서 끝내 지속을 발견한다.아라리오뮤지..
2026.01.28 16:02:57
사람은 언제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말할 때가 아니라, 등을 보일 때다.박용만 전 두산그룹·대한상공회의소 회장(같이 걷는 길 이사장·71)이 사진가로서 첫 개인전 ‘HUMAN MOMENT’를 열었다. 전시는 1월 16일부터 2월 15일까지 서울 중구 전시공간 피크닉(piknic)에서 열린다. 50여 년간 그가 기록해온 사진 가운데..
2026.01.15 16:51:48
한국 작가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장파(44)의 회화는 익숙한 규범에서 과감히 탈주한다. 한국 회화가 오랫동안 외부 풍경·추상 자연·정서적 여백을 중심으로 미학을 구축해왔다면, 그는 정반대로 ‘육체의 내부’를 전면에 세운다.장기, 구멍, 성적 이미지, 살덩이의 덩어감이 화면을 점령하는 이른바 ‘wet한 회화’-서구 표현주의나 라틴아메리카..
2025.12.09 17:24:44
올겨울 서울은 인상주의의 수도다.서울 주요 미술관들이 동시에 대형 인상주의 전시를 선보이며, 도심 전체가 보기 드문 ‘인상주의 시즌’에 돌입했다.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이 겹친 것은 이례적이다.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서울이 아시아 미술 전시 허브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세..
2025.12.06 06:00:00
흙은 한 번 굽히면 사라지는 재료지만, 어떤 예술가에게는 끝없이 되살아나는 세계의 문이다. 올해 일흔여덟, 한국 현대 도예의 지형을 바꾸어 온 신상호는 그 문을 반세기 넘게 두드려왔다.26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막한 회고전 ‘신상호: 무한변주’ 제목 그대로, 흙의 무한한 변주(變奏)를 실감하는 자리다. 전통 도자에서 출발해 조각·회화..
2025.11.26 18:16:15
이집트 기자 사막에 피라미드가 두 겹으로 서 있다. 뒤로는 7000년 전 석조 피라미드가, 앞으로는 빨강·노랑·파랑 3원색 구조물이 또 다른 피라미드의 윤곽을 그린다. 사각 프레임 안 삼각 구조물이 사막의 수평선을 가르고, 바닥에 박힌 아크릴 미러 조각은 돌처럼 빛을 튀긴다. 한국 작가 박종규의 신작 대지미술 ‘영원의 코드(Code of the Eter..
2025.11.16 07: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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