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RM을 바라봤다, RM은 한국미술로 시선을 돌렸다[박현주 아트클럽]

윤형근 옆에 도널드 저드가 선다. 김환기의 푸른 점화는 이브 클랭의 파란 스펀지를 만난다.한국미술을 서양미술에 기대 설명하기 위한 비교가 아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태어난 작품을 동등한 자리에 세우고 그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방식이다.이 낯선 작품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낸 사람은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김남준)이다...

2026.10.01 00:00:00

'허끄곡 모닥치곡' 제주비엔날레…바람·돌·통시도 작품이 됐다[현장]

제주도립미술관이 바람과 제대로 만났다.거울연못 위에 솟은 주황색 키네틱 아트는 장관이다. 강렬한 색이 먼저 시선을 낚아챈다. 수없이 늘어진 주황빛 리본은 제주의 바람에 온몸을 맡긴 채 쉴 새 없이 흔들린다.프랑스 작가 피에르 파브르의 ‘Jeju lava’(2026)다. 제주 용암에서 착안했다. 바람이 리본을 흔들면 수면에 비친 형상도 ..

2026.09.18 07:00:00

300년 묵은 화첩까지 활짝…겸재 정선 216점, 대구에 펼쳤다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의 작품 216점이 한자리에 펼쳐졌다.국보 '금강전도'를 비롯해 보물 71점이 나왔다. 금강산과 한양의 명승부터 고사인물화, 화조영모화까지. 청년 정선에서 80대 노년의 정선까지 이어진다.지금까지 한 번도 전면 공개되지 않았던 '경교명승첩'과 '해악전신첩'도 처음으로 전작을 선보인다...

2026.09.15 16:01:41

‘뼈를 갈아 넣은 3년’ 김성희 관장, 박수칠 때 떠난다[박현주 아트클럽]

박수칠 때 떠난다.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도호 개인전을 보려는 관람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개막 후부터 이어진 풍경이다.7일 뉴시스와 만난 김성희(68) 제22대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관람객 행렬에 “감개무량하다”고 했다.실제로 숫자는 달라졌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관람객은 346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

2026.09.08 07:00:00

중국관 철수·대만관 논란…160억 광주비엔날레, 무엇이 문제였나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서 대만관은 문을 열었고 중국관은 사라졌다.대만관은 지난 5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막했다. 명칭 변경을 둘러싼 우여곡절 끝에 'Taiwan Pavilion'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대만 측은 한국에서 보내준 지지와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반면 중국관은 작품 설치 도중 철수했다.광주비엔날레 30년 역사상 ..

2026.09.07 08:47:35

1200개 유리구슬로 한옥에 거미줄…모나 하툼 “마법 같았다”[박현주 아트클럽]

1200개의 투명한 유리구슬이 한옥 서까래 아래 거대한 거미줄을 쳤다.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이슬 맺힌 별자리처럼 아름답다. 한 층 올라가 내려다보는 순간 풍경은 달라진다. 반짝이는 거미줄은 누군가를 붙잡는 덫처럼 다가온다.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모나 하툼(74)의 'Web'(2025)이다.서울 삼청동 선혜원에 사소하고 연약한 것들이 ..

2026.09.01 12:37:04

“바젤리츠는 100% 예술가…매일 마지막 날처럼 그렸다”[박현주 아트클럽]

“마지막 전시실은 바젤리츠를 위한 채플(예배당) 같습니다.”지난 4월 세상을 떠난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1938~2026)의 장남 다니엘 블라우(64)가 서울 광화문 세화미술관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블라우는 게오르그 바젤리츠 사무국·아카이브(Büro & Archiv Georg Baselitz) 대표를 ..

2026.08.29 18:57:30

떠나지 않았다면, 그 집을 알았을까…서도호 '회향'[박현주 아트에세이 ㉝]

아버지는 집을 지었다.아들은 집을 떠났다.그리고 떠난 아들은 평생 집을 만들었다.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서도호의 ‘집’은 그렇게 시작됐다.그가 자란 곳은 부모가 지은 한옥이었다.모두가 서양식 아파트를 선망하던 1970~80년대였다.부모는 거꾸로 한옥을 택했다.철거되는 옛집의 목재와 창호, 철물을 모았다. 장인..

2026.08.29 00:01:00

검은 물감도 닦지 않았다…화가의 품위 ‘윤형근의 집’[박현주 아트클럽]

윤형근은 떠났지만, 그의 바닥은 아직 그림을 그리고 있다.바닥에 검은 물감이 그대로다. 닦아내지 않았다. 윤형근(1928~2007)이 작업하며 흘리고 밟고 지나간 흔적이다. 검푸른 물감은 40여 년의 시간을 건너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작업실 바닥에 얼룩처럼 남아 있다.검은 물감이 흩뿌려지고 문질러지고 겹쳐졌다. 새집처럼 복원하지 않았..

2026.08.25 16:08:24

사인 남기지 못한 ‘백색 묘법’ 3점 한자리에…박서보미술관 개관

생전 박서보(1931~2023)는 자신의 미술관이 생기면 거대한 백색 ‘묘법’ 세 점을 걸고 싶다고 했다.그 바람이 서울 연희동에서 현실이 됐다. 새로 문을 연 박서보미술관 3층 전시장에는 그가 직접 골랐던 대형 백색 ‘묘법’ 세 점이 벽을 떠나 나란히 서 있다. 미처 사인도 하지 못한 미완의 완성작이다. 사방에서 스며드는 자연광에 따라 ..

2026.08.18 14:13:19

해머링맨 세화미술관에 바젤리츠 왔다…1500억 규모 사후 첫 개인전

“한국 사람들이 제 작업에 놀라거나 흥미를 느낄지 무척 궁금하네요.”독일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거꾸로 회화’로 잘 알려진 게오르그 바젤리츠(1938~2026)가 한국 관객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다.20년 만의 한국 개인전을 앞두고 지난 4월 세화미술관이 진행한 영상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작업이 “아시아 문화와는 꽤 거리가 있을 것”..

2026.08.12 15:14:18

“내가 오디세이”…강요배 “그림은 모르는 나를 끄집어내는 일”[박현주 아트클럽]

“자기가 모르는 자기를 끄집어내는 거예요.” '그림이 무엇이냐'고 묻자 화가 강요배(74)가 내놓은 답이다.그는 이제 눈앞의 풍경을 그대로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물감을 묽게 풀어 흘리고, 캔버스를 눕혀 우연히 번지는 흔적까지 받아들인다. 오래 생각하지만 그리는 시간은 짧다. “10분도 길죠. 생생한 맛이 좋아요. 옛날에는 찐득찐득하게 그..

2026.08.11 15:14:43

"팔자 좋은 과수원 화가?"…이대원을 너무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다(종합)

사과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듯했다.분홍과 흰 꽃잎은 서로 다른 빛을 머금고, 풀잎은 초록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의 초록으로 살아 움직였다. 검은 벽을 가득 채운 대형 화면은 덕수궁을 하나의 거대한 풍경으로 바꾸었다. 가까이에서는 촘촘한 붓질이 추상처럼 다가오고, 몇 걸음 물러서면 석양이 스며든 우리 산천이 눈앞에 펼쳐진다.우리는 왜 ..

2026.08.05 15:23:18

사라진 절판본…열린 미술관은 무엇으로 신뢰를 지킬까[박현주 아트클럽]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서울시립미술관이 지금도 한 권의 책을 기다리고 있다.유영국 탄생 110주년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장에 열람용으로 비치했던 절판본 『유영국: 삶과 창조의 지평』(오광수)이 전시 기간 중 사라졌다.외부 기관에서 어렵게 빌려온, 재발행도 불가능한 절판본이었다.최근 미술관..

2026.08.01 10:54:57

호크니는 빠지고, 도라에몽은 시작가…미술시장이 보내는 신호 [박현주 아트클럽]

그림이 안 팔린다? 미술시장은 숫자로 움직이지만, 분위기는 사건으로 읽힌다.국내 양대 경매사의 7월 경매는 지금 한국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드러냈다.서울옥션에서는 시작가 5억 원에 출품된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이 경매 직전 철회됐다. 케이옥션에서는 추정가 3억7000만~8억 원에 나온 블루칩 작가 유영국의 '산'이 출품 목록에서..

2026.07.23 00:01:00

"피규어 작가로만 보지 말아달라"…카우스의 진짜 얼굴[박현주 아트클럽]

카우스(KAWS)를 떠올리면 XX 눈의 캐릭터와 거대한 공공 조형, 아트토이와 패션 협업이 먼저 생각난다. 대중에게는 '피규어 작가' 이미지가 가장 강하다. 2018년 서울 석촌호수에 가로 25m, 세로 28m의 거대한 '컴패니언'을 띄우며 한국에도 '카우스 열풍'을 일으킨 작가다. 하지만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에서 만난 카우스(본명 브라..

2026.07.21 15:17:33

연필선이 만든 산맥…차영석, 화가의 존재를 그리다[박현주 아트클럽]

멀리서는 안개 낀 산맥이다. 한 걸음 다가서면 풍경은 사라지고 짧은 연필선들이 끝없이 겹쳐진다. 화면은 목판화처럼 거친 결을 드러내다가도 용의 비늘이나 물결을 연상시키는 리듬으로 살아 움직인다.그러나 이 거대한 화면 어디에도 산은 없고, 용도 없다. 차영석(50)이 그린 것은 사물이 아니라 자신의 ‘그리기’다.그동안 운동화와 시계, 가..

2026.07.20 14:56:49

귀여움은 위장…미스터(Mr)가 그린 일본의 초상[박현주 아트클럽]

귀여움에 빨려든다.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오색찬란한 소녀들이 커다란 눈망울로 관람객을 단숨에 사로잡는다.하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그것은 단순한 귀여움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커다란 눈 안에는 토끼와 하트, 별, 음표, 픽셀 이미지와 게임 아이콘들이 촘촘히 겹쳐져 있다. 어떤 작품에서는 한글 '평화'라는 단..

2026.07.02 17:22:57

칼끝으로 긁어낸 순수…이사라 '원더랜드' 25년[박현주 아트클럽]

"원더랜드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습니다."1일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만난 이사라(46)는 자신의 그림 속 소녀처럼 환하게 웃었다. 4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천진한 표정이었다.작가도, 작품도 그 세계 안에서는 나이를 먹지 않는 듯했다.그러나 그 천진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수십 번 덧바..

2026.07.01 14:38:18

눈보다 머리를 흔드는 전시…'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박현주 아트클럽]

전시장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이 반복된다. 관객들은 작품보다 설명문 앞에 더 오래 머문다. 휴대폰 카메라가 향하는 곳도 작품보다 캡션이다. 작품을 본 뒤 다시 설명문으로 돌아가고, 설명문을 읽은 뒤 다시 작품을 바라본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8일 개막한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는 그런 전시다. 보는 전시라기보다 읽는 전시, 더 정..

2026.06.18 15: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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