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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RM을 바라봤다, RM은 한국미술로 시선을 돌렸다[박현주 아트클럽]

등록 2026/10/01 00:00:00

SFMOMA서 RM컬렉션 약 140점 공개…10월3일 개막

윤형근·김환기부터 저드·클랭까지…작품 사이 새로운 관계

10년 미술 사랑 ‘꽤 긴 자기소개’…“스타의 영향력은 이럴 때 품격”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FMOMA) 홈페이지에 소개된 ‘RM x SFMOMA: Between You and Me’ 전시. RM의 개인 컬렉션을 공개하는 이번 전시는 10월3일 개막하며, 개막 주말 관람권은 매진됐다. 사진=SFMOMA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FMOMA) 홈페이지에 소개된 ‘RM x SFMOMA: Between You and Me’ 전시. RM의 개인 컬렉션을 공개하는 이번 전시는 10월3일 개막하며, 개막 주말 관람권은 매진됐다. 사진=SFMOMA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윤형근 옆에 도널드 저드가 선다. 김환기의 푸른 점화는 이브 클랭의 파란 스펀지를 만난다.

한국미술을 서양미술에 기대 설명하기 위한 비교가 아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태어난 작품을 동등한 자리에 세우고 그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 낯선 작품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낸 사람은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김남준)이다.

미술품을 수집해온 RM이 자신의 컬렉션을 처음으로 미술관에 본격 공개한다. 단순한 ‘BTS 스타의 소장품전’은 아니다. 자신이 사랑해온 한국 근현대미술을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FMOMA) 소장품과 나란히 세워 작품과 작품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RM은 이번 전시를 “꽤 긴 자기소개”라고 했다. “한 사람이 오랜 시간 돈과 삶, 노력, 심지어 집의 벽까지 내어주며 만들어온 컬렉션만큼 그 사람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수집의 이유를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사실 저도 가끔은 제가 왜 이 모든 것들을 모았는지 잘 모르겠다”며 한 섹션의 제목을 ‘I Don't Know, But I Like It’이라고 지었다고 했다.

RM에게 가장 중요했던 질문은 두 가지였다. “이것이 정말 나를 움직이는가?” 그리고 “2026년 바로 지금 이 작가와 이 작품이 여전히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가?”였다.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방탄소년단(BTS)의 RM이 2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리는 ‘RM X SFMOMA: 당신과 나 사이’ 특별 전시회 사전 공개 행사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RM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은 다음 달 3일 개막해 2월 7일까지 열린다. 2026.09.30.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방탄소년단(BTS)의 RM이 2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리는 ‘RM X SFMOMA: 당신과 나 사이’ 특별 전시회 사전 공개 행사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RM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은 다음 달 3일 개막해 2월 7일까지 열린다. 2026.09.30.

김환기, 『26-I-70 #141』, 1970. SFMOMA 컬렉션. 김 여사의 기증. © 와키키 유산. (오른쪽)이브 클랭, 『에퐁주(SE251)(스펀지 [SE 251])』, 1961. SFMOMA 소장. 필리스 C. 와티스 유산. © 아티스트 권리 협회(ARS), 뉴욕/ADAGP, 파리. 사진=캐서린 뉴 틸 *재판매 및 DB 금지

김환기, 『26-I-70 #141』, 1970. SFMOMA 컬렉션. 김 여사의 기증. © 와키키 유산. (오른쪽)이브 클랭, 『에퐁주(SE251)(스펀지 [SE 251])』, 1961. SFMOMA 소장. 필리스 C. 와티스 유산. © 아티스트 권리 협회(ARS), 뉴욕/ADAGP, 파리. 사진=캐서린 뉴 틸 *재판매 및 DB 금지

SFMOMA는 오는 10월3일부터 내년 2월7일까지 ‘RM x SFMOMA: 비트윈 유 앤드 미(Between You and Me)’를 연다. SFMOMA에 따르면 RM과 미술관 소장품을 합쳐 약 180점이 출품되며, 이 가운데 약 140점이 RM의 개인 컬렉션이다. 미국에서 열린 한국 근현대미술 전시 가운데 손꼽히는 규모다.

RM의 이름은 소장자에 머물지 않는다. 전시 공식 크레디트에 ‘큐레이터 RM(김남준)’으로 이름을 올렸다. SFMOMA의 아메리카 카스티요 큐레토리얼 프로젝트 매니저와 김효은 회화·조각 부문 어시스턴트 큐레이터가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작품 선정부터 전시장 글과 작품 설명에도 RM의 손길이 닿았다. 한국어와 영어 오디오 가이드를 직접 녹음하고 전시장에 흐르는 음악도 골랐다.

윤형근, '무제', 1973. RM 컬렉션. © 윤성렬, PKM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윤형근, '무제', 1973. RM 컬렉션. © 윤성렬, PKM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의 RM의 ‘RM X SFMOMA: 당신과 나 사이’ 특별 전시회 사전 공개 행사 방문객들이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RM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은 다음 달 3일 개막해 2월 7일까지 열린다. 2026.09.30.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의 RM의 ‘RM X SFMOMA: 당신과 나 사이’ 특별 전시회 사전 공개 행사 방문객들이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RM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은 다음 달 3일 개막해 2월 7일까지 열린다. 2026.09.30.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의 RM의 ‘RM X SFMOMA: 당신과 나 사이’ 특별 전시회 사전 공개 행사 방문객들이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RM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은 다음 달 3일 개막해 2월 7일까지 열린다. 2026.09.30.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의 RM의 ‘RM X SFMOMA: 당신과 나 사이’ 특별 전시회 사전 공개 행사 방문객들이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RM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은 다음 달 3일 개막해 2월 7일까지 열린다. 2026.09.30.

RM이 사랑한 윤형근, 방 하나에 16점

RM의 컬렉션 중심에는 한국 근현대미술이 있다.

윤형근과 장욱진, 유영국, 김창열, 박래현, 권옥연, 김윤신, 도상봉 등 여러 세대의 한국 작가들이 포진한다.

16점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이며 윤형근의 작품 세계가 전시실 하나를 채운다. 윤형근에게 청색은 하늘이고 엄버는 땅이었다. 두 색이 만나고 갈라지는 화면을 그는 ‘천지문(天地門)’으로 설명했다. 한 작가가 평생 밀고 간 색과 화면의 세계가 방 하나를 채운다.

 

그러나 전시는 한국미술을 ‘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 세워놓지 않는다.

RM의 소장품과 SFMOMA 컬렉션을 서로 마주 보게 한다.

윤형근의 ‘Burnt Umber & Ultramarine’(2001)은 미국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도널드 저드의 ‘To Susan Buckwalter’(1964)와 함께 전시된다. 두 사람은 1991년 실제 만나 교류했고, 저드는 이후 윤형근의 작품을 미국에 소개하는 데 힘을 보탰다.

 

김환기의 ‘26-I-70’과 ‘15-VII-70 #181’ 등 푸른 점화는 이브 클랭의 파란 스펀지 조각 ‘Éponge(SE251)’과 만난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작업했던 두 작가가 푸른색을 통해 무한과 우주를 향했던 시선이 한 공간에서 교차한다.

 

도상봉의 ‘개나리’와 조르조 모란디의 ‘꽃’도 함께 놓인다. 일상의 소재를 절제된 색과 형태로 바라본 두 화가의 정물이 국경을 넘어 마주한다.

누가 누구를 설명하기 위해 불려온 것이 아니다. 한국미술과 서구미술을 나란히 세워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닮은 점과 다른 점, 실제 인연과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게 한다. RM의 컬렉션은 이 지점에서 개인의 소장품을 넘어 하나의 시선이 된다.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RM의 ‘RM X SFMOMA: 당신과 나 사이’ 특별 전시회 사전 공개 행사 방문객들이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RM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은 다음 달 3일 개막해 2월 7일까지 열린다. 2026.09.30.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RM의 ‘RM X SFMOMA: 당신과 나 사이’ 특별 전시회 사전 공개 행사 방문객들이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RM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은 다음 달 3일 개막해 2월 7일까지 열린다. 2026.09.30.

장욱진, '강의 풍경', 1988. RM 컬렉션. © 장욱진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장욱진, '강의 풍경', 1988. RM 컬렉션. © 장욱진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피카소는 아는데 우리 작가는 몰랐다”

RM에게 미술 수집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일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술 수집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2018년 BTS 미국 투어 중 찾았던 시카고미술관을 꼽았다.

교과서에서 봤던 서양미술을 실제로 마주한 그는 피카소와 반 고흐는 알면서 정작 한국 작가들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뿌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국 작가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 관심은 윤형근과 장욱진을 비롯한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RM은 “제 컬렉션에는 한국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며 “한국 밖에서는 아직 낯선 이름도 있을 텐데 조금 더 나은 관점과 감각을 보태고 싶은 마음으로 수집해왔고, 그 과정이 이번 전시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동안 RM이 찾은 미술관과 전시를 팬들이 따라가는 ‘RM 투어’가 생겼다면 이번에는 방향이 달라진다. 세계의 관객들이 RM의 시선을 따라 한국미술을 만난다.

RM은 “제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수집을 나누는 자리”라며 “한 사람이 오랜 시간 모은 컬렉션만큼 그 사람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꽤 긴 자기소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마크 로스코, '14 위', 1960. SFMOMA 소장. 헬렌 크로커 러셀 기금 구입. © 1998년 케이트 로스코 프라이즈 & 크리스토퍼 로스코/아티스트 권리 협회(ARS), 뉴욕.(오른쪽)유영국, 『작품』, 1982. RM 컬렉션. © 유영국. 사진=안춘호, 작가 및 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크 로스코, '14 위', 1960. SFMOMA 소장. 헬렌 크로커 러셀 기금 구입. © 1998년 케이트 로스코 프라이즈 & 크리스토퍼 로스코/아티스트 권리 협회(ARS), 뉴욕.(오른쪽)유영국, 『작품』, 1982. RM 컬렉션. © 유영국. 사진=안춘호, 작가 및 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M x SFMOMA: Between You and Me’ 전시의 75달러 ‘앙코르 패스’ 홍보 이미지. 전시 기간 횟수 제한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사진=SFMOMA *재판매 및 DB 금지

‘RM x SFMOMA: Between You and Me’ 전시의 75달러 ‘앙코르 패스’ 홍보 이미지. 전시 기간 횟수 제한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사진=SFMOMA *재판매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RM의 ‘RM X SFMOMA: 당신과 나 사이’ 특별 전시회 사전 공개 행사를 찾은 크리에이터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RM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은 다음 달 3일 개막해 2월 7일까지 열린다. 2026.09.30.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RM의 ‘RM X SFMOMA: 당신과 나 사이’ 특별 전시회 사전 공개 행사를 찾은 크리에이터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RM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은 다음 달 3일 개막해 2월 7일까지 열린다. 2026.09.30.

RM 개인의 미술 사랑을 미국 미술관의 대규모 전시로 확장하는 데 기업과 기관도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가 주요 후원사로 참여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KF)도 전시를 지원한다. 빅히트뮤직과 하이브, 하이브 인사이트는 전시 파트너로 함께한다.

RM이 이번에 세계에 들려주는 것은 노래가 아니라 그가 사랑해온 한국미술이다. 윤형근과 김환기, 유영국은 상상이나 했을까. 자신들의 그림이 훗날 세계적인 K팝 스타의 컬렉션이 되어 미국 미술관에서 세계와 다시 만나는 날을.

노래 한 곡이 그랬듯 그림 한 점도 한 나라를 알린다. 세계가 RM을 바라보게 만든 K팝. 이제 RM은 그 세계의 시선을 한국미술로 돌려놓는다.

자신에게 쏟아진 세계의 시선을 자신이 사랑하는 문화로 돌려놓는 것. 스타의 영향력은 이럴 때 품격이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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