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애리, 48년 연기 인생 가장 낯선 '더 마더'…"우리 모두의 이야기"[문화人터뷰]
등록 2026/06/03 10:00:00
연극 '더 마더'서 낯설고 위태로운 어머니 안느 연기
10년 만에 무대로…"반복되며 뒤틀리는 대사에 긴장"
"관객도 안느에게서 자신의 모습 발견하게 될 것"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연극 '더 마더'의 배우 정애리가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5.31. kch052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31/NISI20260531_0021303311_web.jpg?rnd=20260531175658)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연극 '더 마더'의 배우 정애리가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5.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48년 연기 인생동안 숱하게 '엄마'를 연기해 온 배우 정애리에게도 '안느'는 낯선 인물이다. 지난달 29일 개막한 연극 '더 마더'에서 그가 맡은 안느는 상실과 집착,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어머니다. 극단이 "정애리 연기 인생 가장 파격적인 균열"이라고 소개한 이유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분장실에서 만난 정애리는 "이런 인물을 만나기 쉽지 않다"며 웃었다.
"보통의 작품이면 인물이 어느 정도 한 방향으로 가죠. 순한 사람은 순한 사람대로, 악역은 악역대로요. 그런데 안느는 그걸 다 몰아놓은 인물이에요. 이 정도의 균열을 가진 인물을 만나기는 쉽지 않죠."
정애리는 안느에 대해 "안느는 스물두 살에 결혼해 오랫동안 아내와 엄마로 살아온 인물"이라며 "하지만 아내의 자리가 흔들리고, 나중에는 엄마의 위치도 흔들린다"고 소개했다.
이어 "자신의 자리에서 위태로워지는 순간은 누구나 겪지 않나. 관객들도 안느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마더'는 프랑스의 플로리앙 젤레르가 쓴 '더 파더', '더 선'으로 이어지는 '가족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더 마더'의 주인공 안느는 평생 가족 안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그러나 아들이 독립해 연인 곁으로 떠나고, 남편도 낯선 사람처럼 변해가자 텅 빈 거실 속에 홀로 남겨진 안느는 기억과 현실의 경계가 뒤섞인 심리적 미로 속을 헤매기 시작한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연극 '더 마더'의 배우 정애리가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5.31. kch052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31/NISI20260531_0021303309_web.jpg?rnd=20260531175658)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연극 '더 마더'의 배우 정애리가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5.31. [email protected]
작품에서는 같은 장면과 대사가 여러 차례 반복되는데, 이때 대사와 상황이 계속해서 미묘하게 비틀어진다. 2016년 뮤지컬 '친정엄마' 이후 10년 만에 서는 무대에서 그를 더욱 긴장시킨 것도 이 촘촘한 대사들이었다.
정애리는 "연습 막바지까지 대사 때문에 긴장이 됐다. 대사가 반복되는데, 약간씩 뒤틀리면서 감정이 수도 없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이를 표현하는 데 애를 많이 썼다"고 했다.
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개인의 고독을 들여다보며 정애리는 안느를 특정한 엄마의 이야기에만 가두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안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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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느는 정말 안쓰럽죠. 너무 안쓰러워요. 그런데 어쩌면 안느가 우리 모두의 한 부분 같아요. 꼭 '엄마'가 아니라도 그렇죠. 사회생활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인정은 다른 사람이 받을 수도 있고, 연애를 하다 헤어질 수도 있고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처와 좌절이 결국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될 거란 믿음도 전했다.
정애리는 "그 모든 시간들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시간 진심으로 사랑하고 최선을 다했다면 그 자체로 귀한 거잖아요. 그런 시간들이 모두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드는 거죠. 오히려 아주 힘들게 겪었기 때문에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거예요."
그처럼 혹독한 상실의 시간을 지나온 안느도 다시 일어선다. 극의 말미 "그게 다 뭘 위해서야"라는 안느의 대사를 떠올린 정애리는 "안느가 결국 희망으로 출발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자신을 보고, 내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연극 '더 마더'의 배우 정애리가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5.31. kch052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31/NISI20260531_0021303306_web.jpg?rnd=20260531175659)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연극 '더 마더'의 배우 정애리가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5.31. [email protected]
연습부터 안느로 살아온지 두 달여. "안느를 사랑하게 됐다"는 정애리가 그를 만나게 된다면 어떤 말을 건네고 싶을까.
정애리는 "요즘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의 삶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다는 걸 알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묻고 싶어요. 같이 차를 한잔해도 좋을 것 같고요."
잠시 미소를 지은 정애리는 안느를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잘 살고 있어."
공연은 오는 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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