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네 손·네 발이 만든 오르간의 춤…라트리·이신영 '포핸즈'[객석에서]

오르가니스트 부부 올리비에 라트리와 이신영은 네 손과 네 발로 오르간에서 춤을 췄다. 오르간 콘솔 위에서 서로의 동작을 주시하고, 연주에 귀 기울이며 한 편의 안무극이 펼쳐졌다.지난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2026 오르간 시리즈 II. 올리비에 라트리 & 이신영 '포핸즈'가 열렸다. 포핸즈 진가는 부부 연주자가 손과 발을 중심으로 서로의 움직임을 반응하고 선율을 경청할 때 드러났다.이날 공연은 두 사람의 네 손과 네 발이 하나의 몸처럼 움직이자 오르간이란 악기가 민첩하고 역동적으로 춤출 수 있는지를 보여..

2026.10.07 10:51:59

 숨죽인 객석…임윤찬 '모차르트 해외 순례' 대구서 첫 발[객석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22)이 건반에서 손을 떼고 가볍게 손을 털었다. 그제야 숨죽이던 객석 곳곳에서 참았던 숨을 내쉬는 소리와 낮은 기침 소리가 새어 나왔다. ⠀ 잠깐의 휴식이 끝나고 임윤찬이 다시 건반에 손을 올리자 공연장은 곧 정적에 잠겼다. 연주자와 관객이 한 호흡으로 모차르트의 음악을 따라가는 듯했다. ⠀ 지난 5일 대구 수성구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에서 열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은 모차르트의 밝고 우아한 모습부터 불안과 비애가 뒤섞인 내면까지 여러 얼굴을 보여준 무대였다. ⠀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맞아 마련..

2026.10.06 11:03:24

영웅에서 이방인으로…다시 쓴 '오이디푸스'[객석에서]

"이 부은 발로 부모의 품을 떠나 이렇게 먼 곳까지 오게 된 이유를 알고 싶었어."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테베를 구한 오이디푸스. 그러나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던 그가 도시를 덮친 재앙의 원인을 좇다 마침내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연극 '안트로폴리스Ⅲ-오이디푸스'가 익숙한 오이디푸스 신화를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냈다.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가 집필한 '안트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5부작이다. 국립극단은 지난해부터 이 ..

2026.10.04 09:00:00

응급실 실려갔던 김상욱, 민요에서 120BPM 심장 박동 읽어냈다[객석에서]

"박자를 세고 있었어요. 분당 박자 수(BPM) 120번으로 뛰는 게 인간에게 가장 공명(울림)을 일으키는 주파수거든요. '똑딱 똑딱' 1초에 두 번 울리는 이 박자가 심장 박동과 같아서 사람이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30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다담'(茶談) 1부 공연 민요연곡이 끝나자 이야기 손님으로 출연한 물리학자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이같이 말했다. 우리 소리와 가락을 물리학 시각에서 분석한 생소한 소감을 들은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얼씨구 절씨구 멋이로다. 저 달이 지도록 놀아보자" ('..

2026.10.01 07:05:00

배우가 따라주는 맥주 마시며 즐기는 무대…'콰이어 오브 맨'[객석에서]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시끌벅적한 펍이 펼쳐진다. 배우들은 직접 관객에게 맥주를 따라주고, 잔을 부딪히며 함께 어우러진다. 음악과 맥주, 유머가 있는 '더 정글'의 밤은 그렇게 시작된다. 지난 18일 개막한 뮤지컬 '콰이어 오브 맨'은 영국 런던의 펍 '더 정글'에 모인 아홉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저마다 다른 개성과 사연을 지닌 이들은 익숙한 팝과 록을 함께 부르고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무대를 채운다. 2017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이번 한국 공연은 비영어권에서 처음 선보이는 프로덕션..

2026.09.27 07:05:00

선우예권의 슈만, 기교보다 빛난 ERSO와의 합[객석에서]

협주곡에서는 독주 악기가 전면에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무대 앞에서 주목받으며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를 앞세웠다.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에스토니아 국립 오케스트라 with 선우예권'이 열렸다. 공연은 피아노와 관현악이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 몸처럼 움직이는 슈만 특유의 협주가 돋보였다.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으로 처음 내한했다. 1926년 창단해 올해 100주년을 맞은 에스토니아 국립 오케스트..

2026.09.23 13:48:42

뉴욕에 불 밝힌 '벚꽃동산'…시대·국경 넘어 통했다[객석에서]

투명한 유리집 한 채가 불을 밝히고 있다. 어둠이 내린 웅장한 공연장 속 덩그러이 놓인 탓인지 집은 더 작고 연약해 보인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사랑하고 다툰다. 자신들이 발 딛고 있는 세계가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연극 '벚꽃동산'이 16~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의 웨이드 톰슨 드릴 홀 무대에 오른다. 안톤 체호프의 희곡 '벚꽃동산'을 사이먼 스톤 연출이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19세기 러시아 귀족 가문의 몰락을 파산 위기에 놓은 한..

2026.09.20 09:00:00

450년 전 그림, 춤과 소리를 입다…창무극 '희경루방회도'[객석에서]

무대 위 덩그러니 놓여 있는 누렇게 변색된 고화(古畫) 한 점. 과거 급제자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담은 방회도에는 450여 년 전 누각의 풍경이 박제되어 있다. 조선시대 광주목의 대표 누각을 그린 '희경루방회도' 뒤로 국악 선율이 울려 퍼지고, 어느덧 1567년 희경루 누각이 눈앞에 펼쳐진다.17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던 박물관 방문객들이 사라지자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선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박물관 유리벽 너머 500년 가까이 정지된 시간 속에 갇혀있던 '희경..

2026.09.19 11:00:00

80세 부흐빈더의 모차르트…기교보다 빛난 거장의 여유[객석에서]

80세의 거장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모차르트의 세계를 탐구했다. 올해 탄생 270주년을 맞은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을 통해 고전주의 음악의 정수를 들려줬다. 기교를 과시하기보다 힘을 덜어낸 타건(打鍵)으로 한 음 한 음의 울림을 살렸고, 오랜 연륜에서 비롯된 여유로움으로 모차르트 음악의 구조와 서정성을 선명하게 드러냈다.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루돌프 부흐빈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프로젝트 I'이 열렸다. 베토벤 해석의 권위자로 유명한 연주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프로젝트에 이어 ..

2026.09.18 11:52:42

홀로 선 하델리히, 바이올린으로 내면을 울리다[객석에서]

조명 아래 연주자만 모습을 보이고 객석은 무대와 완전히 대비돼 어두웠다. 고요한 공연장에 현(絃)의 선율이 침묵을 깬다. 서서히 정적을 채우는 바이올린 선율에 시선은 오직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에 압도됐다.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무반주 바이올린 리사이틀'이 개최됐다. 하델리히는 한 대의 바이올린만으로 무대를 채우며 마치 한 편의 음악극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텔레만, 이자이, 파가니니, 현대 음악가 퍼킨슨·오코너를 거쳐 바흐까지 이어진 프로그램은 바로크와 현..

2026.09.14 13:34:09

몸으로 그린 '바흐', 숨결 폭발 '볼레로'…김재덕·임현정의 즉흥[객석에서]

뚝뚝 끊어지는 듯 엄숙하고 비장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BWV 885)' 피아노 선율이 울리자, 무대 반대편에 서 있던 무용수 김재덕이 독무를 시작한다. 검은 티셔츠와 바지, 푹 눌러쓴 모자로 얼굴을 가린 그의 몸 위로 정통 클래식 멜로디가 튀어 오른다. 얼핏 이질적일 것 같은 정제된 음악과 자유로운 몸짓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표정을 지운 무용수의 관절이 음악에 맞춰 꺾일 때마다, 객석은 몸의 언어로 치환된 바흐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10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임현정x김재덕의 '그래도, LIVE(라이브)..

2026.09.12 11:00:00

두 명의 맥베스, 욕망의 소리를 듣다…'더 사운드 오브 맥베스'[객석에서]

왕좌를 탐하는 맥베스 곁에 그를 지켜보는 또 한 명의 맥베스가 있다.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때로 건반을 두드리고 때로는 목소리를 내며 욕망과 불안에 휩싸인 내면을 드러낸다. 8일 서울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개막한 '더 사운드 오브 맥베스(The sound of Macbeth)'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소리를 중심으로 새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이번 가을 선보이는 '쿼드, 연극의 질문들: 진화하는 텍스트'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자로, 김아라 연출이 맥베스의 감정을 '인간들의 헛소리'로 규정하고 이를 복..

2026.09.09 15:17:34

조수미, 화려함 뒤 외로움까지 노래했다…40년 담은 무대 [객석에서]

""프리마돈나의 삶이 화려하고 멋지지만은 않았죠. 마음 한 켠에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음악할 때 늘 행복합니다. 한국을 대표해서 노래부를 수 있어 영광입니다."세계 무대 데뷔 40주년을 맞은 소프라노 조수미(63)는 지난 시간을 자축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스무 살에 떠난 이탈리아 유학부터 프리마돈나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외로움까지 40년의 삶을 노래하면서도 시선은 앞으로 이어갈 음악을 향했다.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수미의 세계 무대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는 그의..

2026.09.05 09:00:00

'줄리아드 교수' 이소연, 첫 국내 무대서 삶을 연주하다 [객석에서]

피아니스트 이소연(47)이 연주자이자 해설자, 공연 기획자로 무대에 올랐다. 자신의 첫 국내 리사이틀을 위해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프로그램북을 집필했다. 피아노 앞에서는 견고한 타건(打鍵)으로 작곡가의 내면을 파고들었고, 곡 사이에는 직접 해석을 곁들여 자신의 음악세계를 풀어냇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줄리아드 교수 이소연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다. 올해 9회차를 맞은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이다. 9세 때 미국으로 이주한 뒤 세계 무대에서 활약..

2026.09.03 15:41:39

'파키타' 빛낸 박선미…객석 발레 거장도 사진 찍게 한 전민철[객석에서]

거대한 샹들리에가 불을 밝힌 궁전 무도회장. 흰 바탕에 검은 자수를 놓은 '블랙 스패니시' 스타일의 튀튀를 입은 박선미가 등장하자 무대 분위기가 달라졌다. 턱을 도도하게 치켜든 채 천천히 다리를 들어 올리는 데벨로페는 흔들림이 없었다. 유연한 상체와 절도있는 하체의 움직임이 대비될 때마다 객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28일 서울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열린 '한여름밤의 발레 축제' 2막 '파키타' 그랑 파드되는 9월 ABT(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 무용수 승급을 앞둔 박선미(27)의 기량이 돋보인 무대였다.'파키타'는..

2026.08.31 14:58:20

혼자라고 느껴본 모두에게…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객석에서]

"만약 텅 빈 숲속에서 혼자 남게 된다면 나는 누굴 찾을까 또 누가 와줄까."('웨이빙 스루 어 윈도' 중)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서툴고, 세상 밖에 홀로 서 있는 듯 살아가는 에반 핸슨. 누군가 자신을 발견해주길 바라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외로워본 사람이라면 이 마음이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연히 시작된 그의 거짓말에 마냥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을지라도, 그 안에 숨은 외로움에 마음이 기우는 이유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한 소년의 거짓말을 따라가며 그 뒤에 숨은 외..

2026.08.27 16:15:49

안재용의 처절한 '망각', 박윤재의 강렬한 '볼레로'…김용걸의 '에세'[객석에서]

문이 굳게 닫힌 방 안. 고요함과 적막 속에 무용수 안재용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여성 무용수와 파드되를 추지만 계속 넘어지고 바닥에 나뒹군다. 무엇인가를 붙잡으려 손을 뻗지만 끝내 닿지 않는다. 절망에 찬 표정과 위태롭게 무너져 내리는 몸짓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를 연상시킨다.25일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제1회 노원발레페스티벌'에서 컨템포러리 발레 '에세(Essai)' 중 '망각' 무대가 펼쳐졌다.프랑스어로 '시도하다'라는 뜻인 에세는 영어 에세이(Essay·수필)의 어원이다. 1580년 프랑..

2026.08.26 15:10:35

날아오른 전민철…흑조·광대·악마도 빛난 '백조의 호수' [객석에서]

전민철(22)이 무대 위로 솟구쳤다. 긴 다리로 높이 도약한 몸이 잠시 공중에 머무는 듯하더니 가볍게 착지했다. 지난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지크프리트 왕자로 무대에 오른 전민철의 강점은 단연 도약과 회전에서 빛났다.큰 키와 긴 팔다리가 만들어내는 춤선은 부드러웠고, 빠른 회전에서도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특히 높은 점프에서는 유리 파테예프 마린스키 발레단 예술감독의 지도로 다듬었다는 '길어진 체공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유럽 평단이 그의 장점으로 꼽은 "..

2026.08.22 15:00:00

강렬하게, 섬세하게…원숙해진 케빈 첸의 리스트[객석에서]

지난해 10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캐나다 피아니스트 케빈 첸이 국내 첫 리사이틀을 프란츠 리스트(1811~1886)로만 채웠다. 초절지교를 요구하는 작품들을 거침없이 소화하면서도 기교를 과시하는데 머물지 않았다. 강렬한 타건으로 거대한 음향을 만들어내다가도 힘을 덜어낸 섬세한 표현으로 서정성을 끌어냈다. 한층 깊어진 음악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케빈 첸의 국내 첫 리사이틀은 지난 18일 개막한 '2026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일환으로 마련..

2026.08.20 15:46:04

늑대 없는 '아기돼지 삼형제'가 더 무섭다…이하느리가 뒤튼 동화 [객석에서]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작곡가 이하느리(20)의 첫 음악극 '그렇게 바람이 불었고, 나는 두 형을 먹었다'는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를 낯선 감각의 음악극으로 뒤틀었다. 약 100분간 이어진 공연은 익숙한 동화를 해체한 뒤 음악과 움직임, 영상과 텍스트를 다시 조립하며 관객에게 무엇을 봐야 하는지가 아닌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물었다.공연은 극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시작됐다. 세 아기돼지는 공연장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객석에 들어선 뒤에도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지 않은 채 관객 ..

2026.08.17 18: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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