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혼자라고 느껴본 모두에게…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객석에서]

"만약 텅 빈 숲속에서 혼자 남게 된다면 나는 누굴 찾을까 또 누가 와줄까."('웨이빙 스루 어 윈도' 중)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서툴고, 세상 밖에 홀로 서 있는 듯 살아가는 에반 핸슨. 누군가 자신을 발견해주길 바라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외로워본 사람이라면 이 마음이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연히 시작된 그의 거짓말에 마냥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을지라도, 그 안에 숨은 외로움에 마음이 기우는 이유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한 소년의 거짓말을 따라가며 그 뒤에 숨은 외..

2026.08.27 16:15:49

안재용의 처절한 '망각', 박윤재의 강렬한 '볼레로'…김용걸의 '에세'[객석에서]

문이 굳게 닫힌 방 안. 고요함과 적막 속에 무용수 안재용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여성 무용수와 파드되를 추지만 계속 넘어지고 바닥에 나뒹군다. 무엇인가를 붙잡으려 손을 뻗지만 끝내 닿지 않는다. 절망에 찬 표정과 위태롭게 무너져 내리는 몸짓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를 연상시킨다.25일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제1회 노원발레페스티벌'에서 컨템포러리 발레 '에세(Essai)' 중 '망각' 무대가 펼쳐졌다.프랑스어로 '시도하다'라는 뜻인 에세는 영어 에세이(Essay·수필)의 어원이다. 1580년 프랑..

2026.08.26 15:10:35

날아오른 전민철…흑조·광대·악마도 빛난 '백조의 호수' [객석에서]

전민철(22)이 무대 위로 솟구쳤다. 긴 다리로 높이 도약한 몸이 잠시 공중에 머무는 듯하더니 가볍게 착지했다. 지난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지크프리트 왕자로 무대에 오른 전민철의 강점은 단연 도약과 회전에서 빛났다.큰 키와 긴 팔다리가 만들어내는 춤선은 부드러웠고, 빠른 회전에서도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특히 높은 점프에서는 유리 파테예프 마린스키 발레단 예술감독의 지도로 다듬었다는 '길어진 체공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유럽 평단이 그의 장점으로 꼽은 "..

2026.08.22 15:00:00

강렬하게, 섬세하게…원숙해진 케빈 첸의 리스트[객석에서]

지난해 10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캐나다 피아니스트 케빈 첸이 국내 첫 리사이틀을 프란츠 리스트(1811~1886)로만 채웠다. 초절지교를 요구하는 작품들을 거침없이 소화하면서도 기교를 과시하는데 머물지 않았다. 강렬한 타건으로 거대한 음향을 만들어내다가도 힘을 덜어낸 섬세한 표현으로 서정성을 끌어냈다. 한층 깊어진 음악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케빈 첸의 국내 첫 리사이틀은 지난 18일 개막한 '2026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일환으로 마련..

2026.08.20 15:46:04

늑대 없는 '아기돼지 삼형제'가 더 무섭다…이하느리가 뒤튼 동화 [객석에서]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작곡가 이하느리(20)의 첫 음악극 '그렇게 바람이 불었고, 나는 두 형을 먹었다'는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를 낯선 감각의 음악극으로 뒤틀었다. 약 100분간 이어진 공연은 익숙한 동화를 해체한 뒤 음악과 움직임, 영상과 텍스트를 다시 조립하며 관객에게 무엇을 봐야 하는지가 아닌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물었다.공연은 극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시작됐다. 세 아기돼지는 공연장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객석에 들어선 뒤에도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지 않은 채 관객 ..

2026.08.17 18:03:36

'렛 잇 고'와 함께 펼쳐진 얼음 마법…뮤지컬 '겨울왕국' [객석에서]

엘사의 손이 향하는 곳마다 얼음이 번지고, 순식간에 드레스가 바뀌자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스크린을 가득 채웠던 얼음 마법이 무대 위에서 되살아난다. 13년 전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긴 뮤지컬 '겨울왕국'이 13일 개막했다. 2013년 개봉한 원작은 얼음 마법을 지닌 엘사와 동생 안나가 진정한 자신과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엘사가 부르는 '렛 잇 고(Let It Go)'는 작품을 대표하는 곡으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2018..

2026.08.15 15:00:00

전쟁의 상처 지나 '화합'으로…서울시향 유럽행 예고편 [객석에서]

4년 만에 클래식의 본거지 유럽 무대로 향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출국에 앞서 국내 관객에게 유럽 투어의 레퍼토리를 먼저 들려줬다.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유럽 투어 프리뷰 콘서트'에서 서울시향은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의 지휘로 존 애덤스의 '부상 처치사'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했다. 유럽 투어에 동행하는 세계적인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도 무대에 올라 서울시향과 9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서울시향은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스페인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3개국을 찾는다. 2..

2026.08.13 15:28:42

전미도가 다시 펼쳐낸 니나의 날갯짓…연극 '갈매기'[객석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온 니나는 이전과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세상을 향한 설렘으로 가득했던 모습 대신 삶에 지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꿈을 향한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나는 갈매기에요." 자신을 상처 입은 '갈매기'에 빗대던 니나는 이내 말을 고친다. "아니, 나는 배우예요." 지난 9일 극단 맨씨어터의 '갈매기'가 개막했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인 '갈매기'는 새로운 예술을 추구하는 뜨레쁠레프와 무대를 동경하는 니나 등을 통해 사랑과 예술, 성공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망과 좌절을 다룬 ..

2026.08.11 15:31:20

덜어내도 서사는 꽉 찼다…4시간에 펼친 '니벨룽의 반지'[객석에서]

15시간이 넘는 대작을 4시간으로 덜어냈지만, 이야기는 비어 있지 않았다.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하이라이트 공연은 4부작의 방대한 서사를 약 4시간(인터미션 30분 포함)으로 압축했다. 작품의 상당 부분을 덜어내면서도 인물과 사건의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아 '반지'의 거대한 이야기를 한 호흡으로 따라갈 수 있게 했다.'니벨룽의 반지'는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으로 이어지는 4부작으로, 전막을 공연하면 15시간 이상이..

2026.08.10 10:21:30

박세은이 초대한 세계의 별들…서울 물들인 3국 3색 발레 [객석에서]

탬버린을 든 무용수가 팽이처럼 회전한다. 쉼 없이 이어지는 파세와 푸에테에 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무대를 압도하는 폭발적인 에너지와 스피드. 미국 뉴욕시티발레단(NYCB) 수석무용수 타일러 펙이 서울을 단숨에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지난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우리 시대 에투알'은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발레 스타들이 한 무대에서 서로 다른 발레의 미학을 펼쳐 보인 자리였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박세은, 뉴욕시티발레단 수석무용수 타일러 펙, 라 스칼라 발레단 에투알 니콜레타 마..

2026.08.01 09:00:00

뉴욕의 에너지 품은 '헬스키친', 서울을 들썩이게 하다 [객석에서]

"우리 둘만 둘만 함께 있다면 두렵지 않아 우리 둘만 둘만 함께 있다면 그 무엇도 나는 함께 있다면 다 괜찮아 나는"(넘버 '노 원(No One)' 중) 미국 싱어송라이터 얼리샤 키스의 익숙한 노래가 갈등을 빚던 모녀가 마침내 화해하는 순간의 노래로 다시 태어난다. 연인을 향한 사랑을 노래했던 원곡은 가족을 향한 사랑으로 새롭게 불린다. 지난 24일 개막한 뮤지컬 '헬스키친'은 키스가 자전적 성장 이야기에 자신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그가 실제 어린 시절을 보낸 1990년대 뉴욕 맨해튼..

2026.07.28 07:30:00

37년이 지나도 유효한 '카르페 디엠'…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객석에서]

"오 캡틴! 마이 캡틴!" 학생 한 명이 책상 위로 올라서 외친다. 교장은 당장 내려오라고 호통치지만, 이내 또 다른 학생이 책상 위에 오른다. 그렇게 교실 곳곳에서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는 외침이 이어진다. 그 순간 교실은 더 이상 교실이 아니라 존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을 증명하는 공간이 된다.1989년 로빈 윌리엄스 주연으로 개봉해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장면이 무대 위에서 되살아난다. 지난 18일 개막한 연극 '죽은 ..

2026.07.26 09:00:00

현대음악 거장 멜키·에마르가 살려낸 버르토크의 구조미 [객석에서]

핀란드 출신 마에스트라 수산나 멜기가 정통 클래식 문법으로 무대에 섰다. 현대음악의 거장으로 꼽히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버르토크와 슈베르트를 감정의 과잉 없이 악보에 충실한 해석으로 풀어냈다.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2026 서울시향 수산나 멜키의 슈베르트 그레이트'가 열렸다. 멜키는 이번 공연으로 17년 만에 서울시향과 다시 만났다. 2009년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를 통해 국내 관객과 만났던 그는 이번에는 버르토크와 슈베르트를 통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쳤다.이날 협연자는 프랑스의 ..

2026.07.24 14:08:21

백석종의 묵직한 울림…새로 쓴 '투란도트' [객석에서]

"빈체로(Vincerò·승리하리라)."거대한 무대 위 홀로 선 테너 백석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긴 그의 아리아는 무대를 가득 채웠고, 객석은 그가 외치는 승리의 선언에 빠져들었다. 지난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개막했다. '투란도트'는 얼음처럼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와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는 칼라프의 사랑을 웅장한 합창과 푸치니의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예술의전당은 '투란도트' 초연 100주년을 기념해 풀 프로덕션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

2026.07.24 08:00:00

나란한 두 대의 피아노, 사제는 서로를 완성했다 [객석에서]

손민수와 임윤찬이 두 대의 피아노 앞에 앉았다. 한 사람이 건넨 선율을 다른 한 사람이 이어받고, 오케스트라가 둘의 대화를 감싸며 긴밀한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듀오 리사이틀 이후 약 1년 만에 다시 성사된 사제의 무대는 빈틈없는 호흡을 보여줬다.지난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창단 특별연주회'는 두 연주자의 재회를 기다린 관객들로 가득찼다. 이날 협연곡은 모차르트가 누이 마리아 안나(난네를)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 쓴 것으로 알려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제10번'. 두 대의 ..

2026.07.23 15:19:12

'드림팀' 이끈 조성진…실내악의 중심에 서다 [객석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인 다역을 자처했다. 함께 무대에 설 연주자를 직접 고르고 프로그램을 짠 그는 연주에서는 앙상블의 중심축을 맡았다. 강렬한 타건으로 흐름을 이끌다가도 동료 연주자가 돋보여야 할 때는 한발 물러섰다. 독주자가 아닌 실내악의 리더로 나선 조성진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2026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I. 피아니스트 조성진 체임버 콘서트'.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롯데콘서트홀의 상주음악가인 조성진은 이날 자신이 직접 꾸린 연주자들과 브람스의..

2026.07.15 11:22:52

왕의 얼굴 벗은 최수종, 운명 앞의 인간을 그리다…연극 '오이디푸스 [객석에서]

운명을 피하려는 인간의 몸부림은 결국 운명 앞에서 멈춰 섰다. 9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최수종은 '오이디푸스'에서 절대 권력을 지닌 군주가 아니라, 운명 앞에서 끝내 무너질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을 묵직하게 그려낸다.지난 4일 개막한 서재형 연출의 연극 '오이디푸스'는 인간의 운명과 진실, 선택의 아이러니를 파고드는 작품이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로 꼽히는 소포클레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해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은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이야기..

2026.07.14 07:00:00

400년 전 고전이 다시 묻는다…정의는 누구의 것인가 [객석에서]

"자비도, 정의도 그대들의 것이고, 신마저 그대들의 것이라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탐욕스러운 악인의 대명사로 기억돼 온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그의 한탄스런 독백은 법과 정의, 차별과 복수의 문제를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묻는다.지난 8일 막을 올린 '베니스의 상인'은 오경택 연출이 각색과 연출을 맡아 원작 속 샤일록을 새롭게 조명한다. 익숙한 희극의 외피를 유지하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비극성을 전면으로 끌어올린다.작품은 16세기 계약과 법이 지배하는 도시 베니스와 사랑과 낭만의 공간 벨몬트를 오가..

2026.07.12 12:00:00

"인생 뭐 있나"…객석도 춤추게 한 립제이의 '몽중유희' [객석에서]

"얼씨구!"장구 장단을 몸짓으로 풀어낸 세계적인 왁킹 댄서 립제이의 춤사위에 객석 곳곳에서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20대 청년부터 백발의 노년층까지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탔다. 9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여우락 페스티벌 '몽중유희'는 공연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는 '판'을 만들었다.무대는 프롤로그 '몽문(夢門)'으로 현실과 꿈의 경계를 열며 시작됐다. 작곡가 겸 가야금 연주가 박동석은 전통 장단을 전자음악(EDM) 사운드와 결합해 공연의 흐름을 이끌었다.이어 휘몰이 장단을 ..

2026.07.11 12:00:00

내 안의 세포들이 전하는 응원…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객석에서]

사랑 세포와 감성 세포, 이성 세포, 응큼 세포까지. 머릿속 세포들이 힘차게 '맷돌'을 굴린다. 주인공 유미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때로는 용기를 낸다. 판타지적 상상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마침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은 이동건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웹툰은 글로벌 누적 조회수 35억 뷰를 기록한 화제작이다.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됐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은 웅이와 연애 중인 평범한 직장인 유미(티파니 영·김예원 분)의 이야기를 ..

2026.07.0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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