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양인모 카덴차로 이끈 베토벤 유일의 바이올린 협주곡 [객석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자신만의카덴차로 베토벤을 밀고 나갔다. 화려함에 머물지 않고, 구조와 호흡까지 설계된 해석이었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양인모 &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에서 양인모는 국내 무대 처음으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지휘는 2024년부터 악단을 이끌고 있는 로베르트 곤잘레스-몬하스가 맡았다.이 곡은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자,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모차르트 협주곡의 형식을 계승한 만큼, 모차르트 해석에 강점을 지닌 악..

2026.03.18 15:16:16

"안녕, 나의 아름다운 미완성"…과거와 마주선 지춘성의 '삼매경' [객석에서]

초로의 배우가 젊은 날의 자신과 다시 마주 선다."난 네가 되지 못했던 것 같아…난 실패한 거야." 30년이 넘는 세월 자신을 괴롭혀온 미완의 연기에 대한 후회가 무대 위로 되살아난다. 몇십 년째 같은 이야기냐는 핀잔에도 그는 그 기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연극 '삼매경'은 1939년 초연한 함세덕의 희곡 '동승'을 이철희 연출이 재창작한 작품이다. 지난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이름을 올렸다. 원작 '동승'이 자신을 두고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동자승의 이야..

2026.03.17 16:55:33

어둠에서 빛으로…정명훈·KBS교향악단이 그린 말러 5번 [객석에서]

장송 행진으로 문을 열고 사랑의 서정으로 나아가는 말러의 여정이 무대에 펼쳐졌다. KBS교향악단은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마스터즈 시리즈 I’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말러의 가곡과 교향곡 5번을 연주했다. 1부에서5번 이전 시기 가곡으로 특유의 정서를 먼저 들려준 뒤, 5번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말러 음악의 변천을 자연스럽게 펼쳐보였다.이번 공연은 정명훈이 KBS교향악단 제10대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첫 말러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정명훈은 지난해 말러 1번(3월)과 2번(2월) 등 오케..

2026.03.14 14:32:56

아흔의 신구, 웃음 속 욕망을 비추다…연극 '불란서 금고'[객석에서]

"북벽 장춘이라고 했다." 막이 오르면 은행 지하 금고 앞에 모인 다섯 인물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 중 맹인이 우화를 들려준다. "깎아내린 듯 가파른 절벽, 가장 높은 봉우리가 북벽이었고 그 위에 오른 자가 모든 걸 가져갔다. 북벽에 오르면 아래 세상이 훤히 보였고, 구름도 발아래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지." 북벽은 곧 인간이 끝내 오르고 싶어하는 욕망의 꼭대기다. 어느 은행 지하 비밀 금고를 털기위해 한밤중에 모여든 인물들의 출발점이다. 지난 7일 개막한 '불란서 금고-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는..

2026.03.12 17:25:42

신예 김서현·거장 뮐러 쇼트…브람스로 나눈 깊은 음악 대화 [객석에서]

신예와 거장이 만났을 때, 무대는 단순한 협연을 넘어 한 편의 대화가 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과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가 서울 무대에서 보여준 브람스는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쾰른 방송(WDR)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김서현과 쇼트가 협연자로 나섰다. 포디움에는 라트비아 출신 지휘자 안드리스 포가가 올라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2008년생 김서현은 2023년 스위스 티보르 바르가 국제 콩쿠르에서 당시 14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은 연주자다. ..

2026.03.12 14:17:58

"어리석은 칼잡이의 말로"…웃음과 광기 뒤엉킨 연극 '칼로막베스'[객석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칼을 들었지만, 결국 그 칼끝은 자신을 향한다. 연극 '칼로막베스'는 권력을 향한 욕망이 어떻게 파국으로 이어지는지를 코믹하면서도 서늘하게 풀어낸다. 웃음과 광기가 뒤엉킨 무대는 관객을 정신없이 몰아붙이면서도, 결국 인간 욕망의 비극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지난달 27일 개막한 '칼로막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드'를 고선웅 연출이 액션 무협활극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극단 마방진이 창단 20주년을 맞아 펼치는 연극 퍼레이드의 첫 번째 작품으로, 초연 이후 16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나..

2026.03.04 16:25:17

금기를 넘은 사랑의 대가…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객석에서]

눈보라가 휘날리는 기차역. 연인은 서로를 향해 다가서고, 애틋하고 애절한 눈빛은 어딘가 위태로워 보인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치명적인 사랑이 감당해야 할 균열과 파멸을 응시한다. 지난달 20일 개막한 '안나 카레니나'는 19세기 후반 러시아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사랑과 결혼, 가족 문제를 다룬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겉보기에 완벽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던 안나는 젊은 장교 브론스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남편과 아들을 뒤로하고 선택한 사랑. 그러나 사회는 냉혹했고, 브론스키의 성공과 달..

2026.03.01 10:00:00

더 화려하게, 더 애틋하게…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객석에서]

시작부터 화려한 액션이 눈을 사로잡는다. 강렬한 퍼포먼스로 문을 연 이야기는 이내 웃음을 거쳐 묵직한 드라마로 나아간다. 웃음과 비극, 첩보와 청춘이 뒤섞인 액션 뮤지컬의 매력이 한층 선명해졌다. 액션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보다 업그레이드된 퍼포먼스로 돌아왔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2013년 영화로도 제작돼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중성을 입증했다. 작품은 북한 남파 특수공작 5446 부대의 엘리트 요원 원류환, 리해랑, 리해진이..

2026.02.22 10:00:00

길고 어두운 밤을 지나는 이들에게…뮤지컬 '긴긴밤'[객석에서]

"길고 긴 밤 보내고 나면 길고 긴 밤 또 찾아오겠지. 살아남는 건 너무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어. 너를 바다에 데려갈 날까지"(넘버 '살아남는 건') 지구상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은 서로를 의지하며 끝없이 걷는다.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푸른 지평선을 찾아서. 루리 작가의 동명 동화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긴긴밤'은 바다로 가는 여정을 통해 상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의 의미를 묻는다.이야기는 펭귄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나는 펭귄이다. 나는 이름이 없..

2026.02.16 14:00:00

루간스키, 서울시향과 7년 만의 재회…서정을 빚어내다 [객석에서]

'러시아 피아니즘의 상징' 니콜라이 루간스키(54)가 7년 만에 다시 만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보다 서정적인 쇼팽을 들려줬다. 2019년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폭발적 에너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면, 이번에는 피아노 본연의 음색과 섬세함에 무게를 뒀다.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6 서울시향 니콜라이 루간스키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무대 포디움에는 '음향의 마술사'로 불리는 프랑스 출신 지휘자 뤼도비크 모를로가 섰다. 루간스키과 악단이 택한 곡은 쇼핑이 스무 살 무렵 작곡..

2026.02.14 16:30:00

서예지의 윤심덕, 비극 대신 예술가를 비추다…연극 '사의 찬미' [객석에서]

1926년 8월 4일 새벽 4시. 관부연락선 도쿠주마루호에서 극작가 김우진과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이 실종됐다. 당시김우진은 유부남이었고 윤심덕은 미혼이었기에 세상은 '이뤄질수 없는 사랑을 비관한 동반 자살'로 추정했다.그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흐른 2026년, 이들의 삶을 재구성한 연극 '사의 찬미'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사건 발생 100년에 맞춰 세종문화회관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이번 공연은 두 사람의 비극적 로맨스를 부각하는 대신, 시대적 억압 속에서 예술가로서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인물들의 내..

2026.02.07 15:00:00

한 겨울 밤의 서울, 쇼팽으로 물들다 [객석에서]

한 겨울밤의 서울 서초구가 쇼팽으로 물들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재연 영화처럼 지난해 10월 막을 내린 쇼팽 콩쿠르의 풍경이 다시 펼쳐졌다. 예술의전당은 잠시 쇼팽 콩쿠르가 개최된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 필하모닉 홀로 변모했다. 대회 당시 참가자와 합을 맞춘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콩쿠르 좌석 배치와 동일한 구조로 이날 무대에 자리하며 대회의 현장감을 고스란히 옮겨오고, 몰입감을 더 높혔다. 지난 3일 예술의전당에서 '제19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위너스 갈라 콘서트 with 바르샤바 필하모닉'이 열렸다. ..

2026.02.04 16:08:54

임윤찬의 슈만, 응축된 정서·에너지가 객석을 휘감다 [객석에서]

같은 악보를 연주하지만,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객석에 전해지는 울림은 전혀 달라진다. 음악에 '완성'은 없다는 말은 결국 한 작품을 어떻게 소리로 구현해내는가가 연주자 고유의 역량에 달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지난달 30일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슈만으로 보여준 무대는 그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날은 여러모로 특별한 밤이었다.평택아트센터 개관 공연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with 임윤찬'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두 음악가가 한 무대에 올랐다. 여기에 세계 최고(最古)의 역사로 꼽히는 드레스덴 슈타츠..

2026.02.01 13:23:56

한국적 색채로 펼쳐낸 사랑, 그 처절함에 대하여…'몽유도원'[객석에서]

사랑은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사랑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주지만,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갖기 위해 권력을 앞세운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지난달 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몽유도원'은 이처럼 상반된 사랑의 얼굴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작품은 최인호 작가의 소설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삼국사기 속 '도미전' 설화를 모티프로 삼았다. 도미와 아랑의 사랑, 그리고 왕 여경의 헛된 욕망이 대비되며 비극적 서사가 전개된다.백제의 왕 여경(개로왕)은 꿈에서 본 여인에게 마음을 ..

2026.02.01 11:00:00

필리프 조르당, '상실'을 지휘하다…한국 악단과 첫 호흡 [객석에서]

세계적 지휘자 필리프 조르당(51)이 서울시향과의 첫 호흡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9번에 담 '상실'의 정서를 응축해냈다.지난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2026년 시즌 첫 정기공연 '필리프 조르당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 공연이 열렸다.조르당이 한국에서 해외 악단과 함께 공연한 적은 있지만, 국내 오케스트라를 직접 이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빈 슈타츠오퍼 음악감독을 지낸 조르당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파리 국립 오페라,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동해왔다. 특히 바그..

2026.01.30 14:03:55

죽음을 말하자, 삶이 되살아났다…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객석에서]

누군가의 삶이 끝나는 하루는,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날이다. 단 하루의 시간 안에서 생명과 선택, 남겨진 이들의 생각이 겹겹이 교차한다. 지난 13일 개막한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19세 청년 시몽의 심장이 51세 여성 끌레르의 몸에 이식되기까지의 24시간을 따라간다.거친 파도 속에서 서핑을 즐기며 살아있음을 느끼던 시몽은 귀가하던 길 교통사고를 당한다. 의사는 뇌사 판정을 내리고, 그의 부모에게 장기 기증을 제안한다. 여전히 심장이 뛰고 있는 아들의 몸 앞에서 부모는 삶과 죽음의 경..

2026.01.24 11:00:00

연극은 계속 된다,인생처럼…'더 드레서' [객석에서]

포탄이 터지고, 공습 경보가 울려도 연극은 계속된다. 마치 인생처럼. 지난달 27일 개막한 '더 드레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영국 어느 지방에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공연 준비를 하는 극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은 227번째 '리어왕' 무대에 서는 '노배우' 선생님과 그를 오랜 시간 보필하고 있는 드레서 노먼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수십 년간 손발을 맞춰온 그들이지만 이번 공연은 조금 다르다. 선생님은 수백 번 연기했던 '리어왕'의 첫 대사부터 기억하지 못할 만큼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 ..

2026.01.17 14:00:00

'차갑고도 뜨거운' 국립심포니의 서막, 극음악으로 말한 아바도 [객석에서]

극음악은 로베르토 아바도(71)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 던진 첫 화두였다.발레와 오페라, 서곡으로 이어진 취임 무대는 단순한 신년 음악회가 아니라, 악단의 성격과 해석의 방향을 분명히 드러낸 선언에 가까웠다. 극적 서사와 음악의 호흡을 중시해 온 아바도는 웅장함보다 흐름을, 과시보다 균형을 택하며 국립심포니가 앞으로 지향할 음악적 좌표를 제시했다.국립심포니 제8대 음악감독으로 임명돼 새해 첫날부터 임기를 시작한 아바도는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취임연주회 '차갑고도 뜨거운'을 지휘했다. 국립..

2026.01.13 08:00:00

애니메이션 뛰어넘은 판타지…무대서 만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객석에서]

푸른 갈기를 휘날리는 하얀 용이 우아하게 무대를 가로지른다. 퍼펫티어(인형 조종사)들의 섬세한 연기 속에 살아난 용의 등에는 열 살의 소녀가 올라타 함께 비행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빚어낸 세계가 무대에서 생생하게 살아났다. 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리지널 내한투어로 개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애니메이션 역사상 손꼽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우연히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들어간 치히로에게 펼쳐지는 미션과 모험을 다룬다. 원작은 무한한 상상력과 ..

2026.01.10 13:00:00

어둠에서 환희로…라흐마니노프로 새해 밝힌 김선욱·선우예권 [객석에서]

클래식 애호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자, 20세기 피아노 음악의 정점으로 꼽히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새해 초 광화문을 물들였다. 이 곡은 교향곡 1번의 실패 이후 깊은 슬럼프에 빠졌던 라흐마니노프가 극복의 과정을 통해 완성한 작품으로, 자신을 다시 일어서게 한 신경과 의사 니콜라이 달에게 이 곡을 헌정했다.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6 누구나 클래식 신년음악회'에서도 이 걸작이 무대를 채웠다. 어둠에서 환희로 나아가는 서사 구조는 새해의 설렘과 지난 시간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2026.01.08 14: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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