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서예지의 윤심덕, 비극 대신 예술가를 비추다…연극 '사의 찬미' [객석에서]

1926년 8월 4일 새벽 4시. 관부연락선 도쿠주마루호에서 극작가 김우진과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이 실종됐다. 당시김우진은 유부남이었고 윤심덕은 미혼이었기에 세상은 '이뤄질수 없는 사랑을 비관한 동반 자살'로 추정했다.그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흐른 2026년, 이들의 삶을 재구성한 연극 '사의 찬미'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사건 발생 100년에 맞춰 세종문화회관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이번 공연은 두 사람의 비극적 로맨스를 부각하는 대신, 시대적 억압 속에서 예술가로서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인물들의 내..

2026.02.07 15:00:00

한 겨울 밤의 서울, 쇼팽으로 물들다 [객석에서]

한 겨울밤의 서울 서초구가 쇼팽으로 물들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재연 영화처럼 지난해 10월 막을 내린 쇼팽 콩쿠르의 풍경이 다시 펼쳐졌다. 예술의전당은 잠시 쇼팽 콩쿠르가 개최된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 필하모닉 홀로 변모했다. 대회 당시 참가자와 합을 맞춘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콩쿠르 좌석 배치와 동일한 구조로 이날 무대에 자리하며 대회의 현장감을 고스란히 옮겨오고, 몰입감을 더 높혔다. 지난 3일 예술의전당에서 '제19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위너스 갈라 콘서트 with 바르샤바 필하모닉'이 열렸다. ..

2026.02.04 16:08:54

임윤찬의 슈만, 응축된 정서·에너지가 객석을 휘감다 [객석에서]

같은 악보를 연주하지만,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객석에 전해지는 울림은 전혀 달라진다. 음악에 '완성'은 없다는 말은 결국 한 작품을 어떻게 소리로 구현해내는가가 연주자 고유의 역량에 달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지난달 30일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슈만으로 보여준 무대는 그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날은 여러모로 특별한 밤이었다.평택아트센터 개관 공연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with 임윤찬'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두 음악가가 한 무대에 올랐다. 여기에 세계 최고(最古)의 역사로 꼽히는 드레스덴 슈타츠..

2026.02.01 13:23:56

한국적 색채로 펼쳐낸 사랑, 그 처절함에 대하여…'몽유도원'[객석에서]

사랑은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사랑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주지만,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갖기 위해 권력을 앞세운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지난달 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몽유도원'은 이처럼 상반된 사랑의 얼굴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작품은 최인호 작가의 소설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삼국사기 속 '도미전' 설화를 모티프로 삼았다. 도미와 아랑의 사랑, 그리고 왕 여경의 헛된 욕망이 대비되며 비극적 서사가 전개된다.백제의 왕 여경(개로왕)은 꿈에서 본 여인에게 마음을 ..

2026.02.01 11:00:00

필리프 조르당, '상실'을 지휘하다…한국 악단과 첫 호흡 [객석에서]

세계적 지휘자 필리프 조르당(51)이 서울시향과의 첫 호흡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9번에 담 '상실'의 정서를 응축해냈다.지난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2026년 시즌 첫 정기공연 '필리프 조르당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 공연이 열렸다.조르당이 한국에서 해외 악단과 함께 공연한 적은 있지만, 국내 오케스트라를 직접 이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빈 슈타츠오퍼 음악감독을 지낸 조르당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파리 국립 오페라,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동해왔다. 특히 바그..

2026.01.30 14:03:55

죽음을 말하자, 삶이 되살아났다…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객석에서]

누군가의 삶이 끝나는 하루는,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날이다. 단 하루의 시간 안에서 생명과 선택, 남겨진 이들의 생각이 겹겹이 교차한다. 지난 13일 개막한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19세 청년 시몽의 심장이 51세 여성 끌레르의 몸에 이식되기까지의 24시간을 따라간다.거친 파도 속에서 서핑을 즐기며 살아있음을 느끼던 시몽은 귀가하던 길 교통사고를 당한다. 의사는 뇌사 판정을 내리고, 그의 부모에게 장기 기증을 제안한다. 여전히 심장이 뛰고 있는 아들의 몸 앞에서 부모는 삶과 죽음의 경..

2026.01.24 11:00:00

연극은 계속 된다,인생처럼…'더 드레서' [객석에서]

포탄이 터지고, 공습 경보가 울려도 연극은 계속된다. 마치 인생처럼. 지난달 27일 개막한 '더 드레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영국 어느 지방에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공연 준비를 하는 극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은 227번째 '리어왕' 무대에 서는 '노배우' 선생님과 그를 오랜 시간 보필하고 있는 드레서 노먼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수십 년간 손발을 맞춰온 그들이지만 이번 공연은 조금 다르다. 선생님은 수백 번 연기했던 '리어왕'의 첫 대사부터 기억하지 못할 만큼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 ..

2026.01.17 14:00:00

'차갑고도 뜨거운' 국립심포니의 서막, 극음악으로 말한 아바도 [객석에서]

극음악은 로베르토 아바도(71)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 던진 첫 화두였다.발레와 오페라, 서곡으로 이어진 취임 무대는 단순한 신년 음악회가 아니라, 악단의 성격과 해석의 방향을 분명히 드러낸 선언에 가까웠다. 극적 서사와 음악의 호흡을 중시해 온 아바도는 웅장함보다 흐름을, 과시보다 균형을 택하며 국립심포니가 앞으로 지향할 음악적 좌표를 제시했다.국립심포니 제8대 음악감독으로 임명돼 새해 첫날부터 임기를 시작한 아바도는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취임연주회 '차갑고도 뜨거운'을 지휘했다. 국립..

2026.01.13 08:00:00

애니메이션 뛰어넘은 판타지…무대서 만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객석에서]

푸른 갈기를 휘날리는 하얀 용이 우아하게 무대를 가로지른다. 퍼펫티어(인형 조종사)들의 섬세한 연기 속에 살아난 용의 등에는 열 살의 소녀가 올라타 함께 비행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빚어낸 세계가 무대에서 생생하게 살아났다. 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리지널 내한투어로 개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애니메이션 역사상 손꼽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우연히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들어간 치히로에게 펼쳐지는 미션과 모험을 다룬다. 원작은 무한한 상상력과 ..

2026.01.10 13:00:00

어둠에서 환희로…라흐마니노프로 새해 밝힌 김선욱·선우예권 [객석에서]

클래식 애호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자, 20세기 피아노 음악의 정점으로 꼽히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새해 초 광화문을 물들였다. 이 곡은 교향곡 1번의 실패 이후 깊은 슬럼프에 빠졌던 라흐마니노프가 극복의 과정을 통해 완성한 작품으로, 자신을 다시 일어서게 한 신경과 의사 니콜라이 달에게 이 곡을 헌정했다.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6 누구나 클래식 신년음악회'에서도 이 걸작이 무대를 채웠다. 어둠에서 환희로 나아가는 서사 구조는 새해의 설렘과 지난 시간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2026.01.08 14:52:08

욕도 애교도 섹시도 다 된다… '비틀쥬스' 뒤흔든 김준수 [객석에서]

"잇츠 쇼타임!(It's Showtime)"저승이 이렇게까지 유쾌할 수 있을까. 뮤지컬 '비틀쥬스'는 블랙 코미디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 위에, 김준수의 과감한 변신이 더해져 한층 경쾌한 무대로 돌아왔다. 김준수는 욕설과 애드리브, 능청스러운 애교와 섹시함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품 전체의 에너지를 끌어올린다.지난달 16일 개막한 '비틀쥬스'는 1988년 제작된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100억년 동안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갇혀있는 유령이자 저승가이드 비틀쥬스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다...

2026.01.03 10:00:00

정명훈·KBS교향악단, '합창'으로 미리 맞춘 새로운 合 [객석에서]

지휘자 정명훈(72)이 앞으로 3년간 이끌 KBS교향악단의 방향은 '단원들이 마음 놓고 연주하는 악단'이라는 그의 목표와 가까워보였다. 그는 단원 각자의 음색을 살리면서도 전체를 한 덩어리의 앙상블로 묶어내는 무대를 이끌었다. 지난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정명훈 x KBS교향악단 베토벤 9'은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제 10대 음악감독과 악단의 호흡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프로그램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한곡으로만 구성됐다. 정명훈이 이 곡을KBS교향악단과 함께 올린 것은 2021년 ..

2025.12.31 14:30:25

불안의 시대, 파멸로 향한 질주…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객석에서]

대공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1930년대 미국. 가난과 불안이 일상을 잠식하던 시대,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우라는 한쌍의 범죄자가 등장한다. 무모한 선택과 비극적 결말, 두 사람의 이야기는 시대의 불안을 응축한 상징이 됐다.지난 11일 개막한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는 실존 인물의 실화를 토대로, 이들이 왜 범죄자가 됐는지 그 내면을 따라간다.가난을 벗어나 악명 높은 영웅이 되고 싶은 클라이드는 영화 같은 삶을 꿈꾸는 보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함께하기로 한 두 사람 앞에 펼쳐진 건 범죄와 도주다. ..

2025.12.27 11:00:00

게르스타인 손끝에서 하나의 미학이 된 리스트와 브람스 [객석에서]

리스트와 브람스. 낭만주의 안에서도 종종 대비되는 두 작곡가를 키릴 게르스타인(46)은 하나의 미학으로 엮어냈다.지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게르스타인의 첫 내한 단독 리사이틀은 기교의 과시보다 작품의 성격과 미학을 일관되게 해석하는 태도가 두드러진 무대였다. 그는 올해 서울시향,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의 협연으로 이미 두차례 내한한 바 있다. 한 달 여 만에 다시 오른 무대에서 그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이유를 연주 자체로 설득했다. 리스트와 브람스..

2025.12.24 16:57:42

어른의 동심 vs 아이의 동화…두 발레단이 그린 '호두까기인형' [객석에서]

해마다 12월이면 국내 양대 발레단,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다. 고전 발레의 정수로 꼽히는 '호두까기인형'이다.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 왕'을 바탕으로 하지만 두 발레단의 해석은 극명하게 갈린다. 하나는 힘과 구조가 분명한 러시아식 서사에 가깝고, 다른 하나는 동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무대다. 국립발레단의 무대에서 '호두까기인형'은 나무 인형이 아니다. 빨간 옷을 입은 어린 무용수가 기마 자세에 가까운 동작으로 등장한다. 커튼콜에서도 그는 끝까지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

2025.12.23 08:00:00

역사에서 지워진 이름, 무대서 만나다…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객석에서]

"한복 입은 남자 그의 흔적을 쫓아…닿을 수 없는 별을 향해서 끊임없이 손을 뻗어 세상의 끝에 몸을 던져 한복 입은 남자"(넘버 '한복 입은 남자' 中)역사 속에서 지워진 이름이 한국 뮤지컬 무대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상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이야기를 다룬다. 노비 출신인 장영실은 천문, 과학 기술 등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종3품 대호군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14..

2025.12.16 18:07:40

역동과 섬세의 완벽 대비…군더더기 없는 타건의 조성진 [객석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라흐마니노프를 통해 역동성과 섬세함을 모두 보여줬다.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 마스터즈 시리즈 Ⅵ'에서 조성진은 김선욱 예술감독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과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연주했다. 이번 무대는 김선욱 예술감독 체제의 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의 마지막 공연이기도 하다. 조성진과 김선욱, 그리고 경기필의 협연은 지난해 6월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조성진과 김선욱은 2022년 작고한 루마니아 피아니스트 ..

2025.12.14 12:59:25

무서운 집중력으로 재즈의 결 온전히 살린 임윤찬의 라벨 [객석에서]

임윤찬(21)은 장발을 쓸어 넘기지도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무대 중앙을 향해 곧게 걸어 들어왔다. 그대로 피아노 앞에 앉아 첫음을 준비했다. 특별한 제스처보다 연주 자체로 흐름을 열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임윤찬은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다니엘 하딩 &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로 협연했다. 그가 이 곡을 국내외무대에서 연주하는건 이번이 처음이자,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내한 무대에서 선택된 단독 협연곡이다. 라벨의 두개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말년의 작품인..

2025.12.05 18:17:17

무대 위에 살아난 파이의 여정…퍼펫이 완성한 '믿음'의 순간들[객석에서]

망망대해에 떠 있는 구명보트 위, 소년 파이와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서로를 노려본다. 극한의 공포와 생존 본능이 맞부딪히는 긴장감이 무대 위에서 서늘하게 감돈다.지난 2일 국내 초연을 올린 '라이프 오브 파이'는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의 가족은 캐나다로 이주하던 중 거센 폭풍을 만나 탑승한 화물선이 침몰한다. 구명 보트에 홀로 살아 남은 파이는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뱅골호랑이 등 동물들과 227일간 태평양을 표류하며 위태로운 공존을 이어간다. ..

2025.12.04 16:53:41

76세 거장 이매뉴얼 액스가 남긴 관록과 균형의 베토벤 3번 [객석에서]

76세의 피아니스트 이매뉴얼 액스는 세월이 만든 농도와 결을 그대로 무대 위에 펼쳐놓았다.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과시하지 않고, 음 하나 하나를 단정히 놓으며 음악의 본질을 증명하는 방식은 16년 만의 내한을 기다려온 관객에게 '관록'의 의미를 새삼 확인시켰다. 지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얍 판 츠베덴과 이매뉴얼 액스' 공연에서 액스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베토벤이 남긴 협주곡 가운데 유일한 단조곡으로, 그는 2009년 첫 내한에서도 이 곡을 택한 바 있다...

2025.11.30 09:00:00

상단으로 이동
로딩중로딩아이콘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