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가장 고독했던 남자가 건네는 위로…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지금쯤 닐이 출입문을 열고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고 있겠지. 전 인류의 5분의 1이 텔레비전 앞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 거고. 나는 여기 달까지 왔는데도, 이 역사적인 순간을 보지 못하고 있어."여기 '아담 이래 가장 고독한 남자'가 있다. 인류 최초의 유인 달 탐사 뒤편에 남겨진 단 한 사람, 마이클 콜린스다.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1969년 7월 20일 달 착륙에 성공하며 역사에 이름을 선명히 새겼다. 그러나 함께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까지 향했던 콜린스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다.지..

2025.11.23 11:01:00

단 한 작품이 만든 장엄함, 빈필·틸레만의 브루크너[객석에서]

'세계 3대 오케스트라'의 내한 릴레이가 끝이 났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가 가을 클래식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빈 필하모닉 & 크리스티안 틸레만' 공연이 열렸다. 5년 연속 한국을 찾은 빈필은 이번 내한 공연의 마지막 날 브루크너의 교향곡 5번으로만 무대를 꾸몄다. 지휘봉은 독일-오스트리아 낭만주의 음악 해석에 정평이 난 크리스티안 틸레만(66)이 잡았다. 틸레만은 빈필의 최근 정기연주회에 매년 초청돼 오랜 호흡을 맞췄고, 브루크너 ..

2025.11.22 11:01:00

객석까지 넘나든 파격… 에크만, '해머'로 자아의 과잉을 때리다 [객석에서]

춤추던 무용수들이 객석을 향해 기어오르듯 다가오고, 관객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포즈를 취한다. 급기야 관객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더니, 서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대느라 무아지경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이 장면은 알렉산더 에크만(41)이 '해머'에서 제시하는 '자아의 과잉'이라는 주제를 집약한다. 스웨덴 출신 안무가 에크만의 최신작 '해머'를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가 14~16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선보였다. 2022년 예테보리에서 초연한 '해머'의 1막은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은 ..

2025.11.17 16:04:41

당신은 완전무결한가, 그 확신은 얼마나 갈까…연극 '트랩' [객석에서]

여유로운 얼굴로 "완전무결"을 주장하던 이 남자,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제가 살인을 했습니다"라고 외친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7일 개막한 연극 '트랩'은 세계적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소설 '사고'를 원작으로, 우연히 벌어진 '재판 놀이'를 통해 인간의 죄와 위선을 드러낸다. 이야기는 섬유 회사 판매 총책 트랍스가 출장길에 차가 고장 나 시골마을의 한 저택에 머물게 되며 시작된다.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집주인은 트랍스를 크게 환영하며 저녁 만찬에 초대한다. 그런데 ..

2025.11.16 10:00:00

박슬기 돌아온 국립발레단 '지젤'…정령의 군무가 빚은 몽환적 무대[객석에서]

면사포를 쓰고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어둡고 스산한 공동 묘지 한 가운데 서 있다. 자세히 보면 그녀는 인간이 아니다. 연인에게 배신당해 죽은 지젤이 정령 '윌리'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지젤은 다른 윌리들과 군무를 추거나 시계추처럼 돌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국립발레단의 정기공연 '지젤'이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했다.이날 무대에서 지젤 역은 출산 후 복귀한 박슬기가 맡았다. 오랜 기간 이 작품에서 주역을 맡아온 무용수답게 섬세한 동작과 안정된 표현으로 극을 이끌었다. 1841년 파리오페라극..

2025.11.15 11:00:00

아비앙또! 나탈리 드세이의 찬란한 작별 인사 [객석에서]

'프랑스의 조수미'로 불리는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60)가 한국 관객과 함께 클래식 음악 여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올해를 끝으로, 클래식계를 은퇴한다.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 X 나탈리 드세이' 공연이 열렸다. 이날 무대는 드세이와 오랜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필립 카사르가 협연했고, 지휘는 지중배가 맡았다.1부는 모차르트의 선율로 채워졌다. 오케스트라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서곡으로 문을 열어 바이올린과 플루트가 경쾌하게 이끄는 선율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푸른 드..

2025.11.14 15:27:28

붉게 타버린 향단의 사랑과 집착…국립국악원 무용극 '춘향단전'

막이 오르면 온통 붉은 색이다. 붉은색 LED 화면을 배경으로 붉은 의상을 입은 무당이 굿판을 벌이고 있다. 춘향의 어머니 월매가 딸이 기생이 되지 않도록 빌기 위해 무당을 찾은 것. 월매 뿐 아니라 향단도 자신의 소망을 품고 빌지만, 이들을 삼킬 듯이 일어나는 불길이 예사롭지 않다. 13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춘향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각색한 무용극 '춘향단전' 프레스콜이 열렸다. 춘향전에 '붉은 단(丹)'자를 더해 공연 제목에서부터 향단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원작보다 더 불같은 사랑을 그리겠다는 의도..

2025.11.13 22:06:57

그리스 신화로 오늘의 현실을 비춘다…연극 '라이오스'[객석에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이디푸스에게 살해된 그의 아버지, 라이오스의 서사는 주목받지 못했다. 연극 '안트로폴리스 Ⅱ-라이오스'는 그간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에서 조연에 그쳤던 라이오스를 집중 탐구한다.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가 집필한 '안트로폴리스' 5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지난달 선보인 '프롤로그/디오니소스'에 이어 지난 6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다. 5부작 중 유일한 창작 희곡이기도 하다.테베를 건국한 카드..

2025.11.09 10:00:00

9000송이 위로 펼쳐진 인간의 삶…피나 바우쉬 '카네이션'[객석에서]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수천 송이의 카네이션이 눈에 들어온다. 무대 위를 꽉 채운 분홍색 카네이션이 장관을 이루며 관객의 마음을 훔친다. 여기 저기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찰칵 찰칵'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린다. 카네이션을 보는 순간 만큼은 관객 모두가 황홀경에 빠진다.그러나 한 남자 무용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에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따라오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관객들은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다른 무용수들도 잇따라 나와 다른 관객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공연 중인 외국인 무용수가 다가와 한국어로 말을 걸..

2025.11.08 14:00:00

 전통의 결을 다듬는 젊은 손, 메켈레…새로운 균형의 시작 [객석에서]

클래식계가 왜 젊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9)에 주목하는지가 드러나는 무대였다. 젊은 지휘자는 과장 없이 명료한 손짓으로 세계적 악단을 이끌었고, 오케스트라는 그의 사인을 세밀하게 받아안았다.메켈레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첫 동반 내한공연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RCO는 세계적 악단으로 꼽힌다. 메켈레는 20대 나이로 명문 오케스트라 3곳을 이끌며 '천재 지휘자', '지휘계의 아이돌' 등 숱한 수식어를 갖고 있다. ..

2025.11.07 07:00:00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려 해"…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객석에서]

"우린 왜 끝이 분명한 그 길을 함께 걷기 시작했을까…그때 우린, 우린 왜 사랑했을까"(우린 왜 사랑했을까 中)사랑처럼 복잡한 감정이 또 있을까. 시작은 설렘이지만, 끝은 아픔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사랑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서울 대학로를 넘어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사로잡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지난달 30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의 막을 올렸다.작품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은퇴한 구형 헬퍼봇들이 모..

2025.11.03 18:09:41

숨이 멎는 스릴, 스펙터클한 퍼포먼스…'태양의서커스-쿠자'가 돌아왔다[객석에서]

곡예사 2명이 널빤지 한쪽 끝에 몸을 내던지자, 금속 대말(죽마)을 다리에 묶은 채로 반대쪽에 있던 곡예사가 높이 솟구쳐 오른다. 허공으로 날아오른 그는 몸을 회전시키며 공중제비를 선보이고, 흔들림 없이 착지한다. 아슬아슬한 묘기에 숨죽였던 객석에서는 큰 환호가 터져 나온다. 지난달 11일부터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는 '태양의서커스-쿠자' 중 티터보드의 한 장면이다.2007년 첫선을 보인 '투자'는 '태양의서커스' 중에서도 가장 대담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전 세계 23개국 70개가 넘는 ..

2025.11.02 11:00:00

'원조' 체코필이 선사한 정통 '나의 조국' [객석에서]

원조(元朝)가 가진 상징성은 가히 독보적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세묜 비치코프 & 체코 필하모닉' 공연은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한 작품으로만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나의 조국'은 체코를 상징하는 작품이자 체코필에게 '영혼'과도 같은 곡이다. 스메타나가 1873부터 1880년까지 7년에 걸쳐 완성한 곡으로, 체코필이 매년 프라하 음악제에서 연주하고 있다. 악단의 대표 연주곡이기도 하다. 교향시는 시적 혹은 회화적인 소재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된 관현악곡을 뜻한다. '..

2025.11.01 11:00:00

춤으로 피어난 보쏘…허용순의 '언더더 트리즈 보이시즈'

에지오 보쏘의 음악이 흘러나오자 한 남성 무용수가 격정적인 몸짓으로 독무를 춘다. 이어진 무용수들의 군무는 음악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춤이 음악이 되고, 음악이 춤이 되는 순간이다.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한스 판 마넨X허용순' 더블빌(두 개 작품을 동시에 공연하는 방식)의 시연회가 열렸다. 해당 장면은 허용순의 'Under the Trees' Voices(언더 더 트리즈 보이시즈)' 작품 첫 부분이다. 이날 프레스콜에서 무용수들은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고(故) 에지오 보쏘(1971-..

2025.10.30 20:18:00

원작에 닿은 소리, 恨으로 번지다…'서편제:디 오리지널' [객석에서]

"아부지, 돌으셨소? 지금이 소리할 때요? 지 딸 눈깔이 멀었는디. 돈 것이 아니고 뭐요?" (소녀) "그 이전에 나도 니도 소리꾼이여. 그럼 소리로 다 허는 거여. 기쁘나 슬프나 원통허나 애통허나 그걸로 풀고 사는 거여." (아비)17일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한 소리극 '서편제; 디 오리지널'은 이 대목부터 관객의 마음을 단단히 붙든다. 소리에 미친 아버지와눈이 멀어버린 딸의 대립 속에서 '예술'이라는이름 아래 인간의 욕망과 희생이 교차한다. 아버지는 딸의 고통을 외면한채 소리로 풀어야한다며 다그치고, 소녀는 절망..

2025.10.25 16:00:00

현대음악의 격정과 고전의 정수, 그 경계를 오가다 [객석에서]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지휘자 앨런 길버트(58)는 현대와 고전 두 세계를 오갔다. 현대음악의 격정과 고전의 정수, 정반대의 결이 그의 지휘 아래 극명히 대비되며 음악이 가진 두 얼굴의 힘을 보여줬다.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앨런 길버트 & NDR 엘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은 유쾌한 인사로 시작됐다.길버트는 지휘봉 대신 마이크를 잡고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하며 관객들을 맞았다. 영어로 "한국을 사랑합니다. 한국에서 연주하는 것을 사랑합니다"라고도 했다. 공연의 서..

2025.10.23 16:19:20

격정적 연주·합창…두다멜-LA필 17년 여정의 피날레 [객석에서]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지난 17년의 동행을 마무리하는 축제의 무대를 서울에서 선보였다. 관객들도 이 순간을 함께 기다렸다는 듯, 객석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지난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구스타보 두다멜 &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의 프로그램은 말러 교황곡 2번 '부활'. 80여분간 이어지는 5악장 구성의 대작으로, 말러가 1888년부터 1894년까지 6년간 몰두해 완성한 작품이다. BBC 뮤직 매거진 선정한 '세계 지휘자들이 뽑은 20대 교향곡' 5위에 오른 명곡이기도 ..

2025.10.22 16:40:47

홍콩필, 고전과 현대·동서양을 잇다…관악의 힘으로 절정 이끌다[객석에서]

리오 쿠오크만이 이끄는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차이콥스키와 진은숙, 찰스 쾅을 잇는 선율로 고전과 현대의 시간을 관통했다. 아시아 악단 특유의 정제된 사운드와 리듬의 응집력이 돋보였고, 관악의 밀도 높은 음색이 무대의 중심을 묵직하게 지켰다.지난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리오 쿠오크만, 선우예권 & 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홍콩특별행정구 여가문화서비스부가 주최한 '홍콩위크 2025@서울'의 주요 공연 중 하나다. 2020년부터 홍콩필의 상주지휘자를 맡고 있는 리오 쿠오크만(43)이 포디움에 올..

2025.10.20 17:31:49

공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객석에서]

"무대에 못 올라가 우린. 언더스터디잖아. 기다리는 게 우리 일이라고."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다림은 멈추지 않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 기다림은 포기도, 희망도 아닌 그저 계속할 수밖에 없는 본능처럼 다가온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부조리극의 고전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메타 코미디 연극이다. 작품은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 뒤를 비춘다. 허름한 분장실에서 '고도를 기다리며'에 출연할 기회만 기다리는 언더스터디 배우 에스터와 밸의 이야기를 담았다. 언더스..

2025.10.18 14:00:00

폭발과 고요, 강렬함과 섬세함… 손열음·가드너·런던필의 완벽한 항해[객석에서]

고요함을 메우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강렬한 음으로 공간을 압도할 수도, 미세한 선율로 마음을 흔들 수도 있다. 지난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에드워드 가드너 & 런던 필하모닉'의 무대는 이 두 극점(極點)을 완벽히 오갔다. 정적과 폭발, 섬세함과 강렬함이 한 곡안에서 숨쉬었다. 런던 필하모닉은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무대에는 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가 포디움에 올랐고,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섰다. 2019년과 2023년 연이은 전석 매진에 이어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만석의 객석은 뜨거..

2025.10.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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