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1000억 대 프리즈 vs 8만 명 키아프…두 서울 아트페어의 명암[박현주 아트클럽]

아트페어는 미술품을 모아놓고 세계 각국 갤러리들이 벌이는 전쟁터다. 자본주의의 최전선, 그 판은 결국 상위 2%가 좌우한다. ‘얼마에 팔렸나’라는 머니게임은 파워 작가를 거느린 메가 갤러리들의 잔치다. 그들은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 자신 있게 판매 리스트를 내걸고, 동시에 작가를 알리는 데도 게으르지 않다.서울은 지난 4~5일간 두 얼굴을 보여줬다. 프리즈 서울은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이 약 62억 원에 판매됐고, 현장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딸 말리아가 직접 찾아와 응원하는..

2025.09.08 09:13:41

김수자, 거울과 보따리 한국적 초현실로…SK 선혜원 개방 첫 전시

‘보따리 작가’ 김수자(68)가 10년 만에 서울로 돌아와 한옥에서 ‘호흡’한다.1968년 SK그룹 창업주 사저였던 전통 한옥 선혜원(鮮慧院)이 문을 열고 첫 전시로 김수자를 초대해 ‘선혜원 아트 프로젝트 1.0’을 선보인다. 포도뮤지엄(총괄디렉터 김희영)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세계적으로 활동해온 김수자의 작품이 한국 전통 건축물에 설치되는 첫 사례이자, 그의 서울 복귀전이다. 지난 7월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 훈장 ‘오피시에’를 수훈한 김수자는 회화와 바느질, 설치,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

2025.09.02 20:38:17

분홍빛 ‘강령: 영혼의 기술’…오컬트인가, 인식의 실험인가[박현주 아트클럽]

서울시립미술관 중앙홀에 들어서자, 관객을 맞는 것은 거대한 도상의 충격이다. 18세기 유럽에서 마녀를 요괴이자 악마를 출산하는 존재로 그려낸 그림(요하나 헤드바 재현작)이 벽면을 채운다. 말의 다리를 가진 여성의 괴기한 신체, 불길처럼 치솟은 머리와 기괴한 표정은 단숨에 시선을 붙든다. 최은주 관장은 “당대 여성에 대한 차별의 기록”이라며, 일부 작품에는 ‘보호자 동반’ 표시를 붙였다고 설명했다.25일 개막한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은 누군가의 표현대로 “귀신을 불러들이는 전시”다. 제목부..

2025.08.25 15:36:42

“성급한 컬렉터를 노린다”…미술 사기 매뉴얼[박현주 아트클럽]

미술 시장은 화려하다. 그러나 그 뒤편에는 어떤 덫이 숨어 있을까?“싸게 준다”는 말은 달콤하지만, 그 순간부터 이미 사기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진짜 좋은 그림은 가격을 깎지 않는다는 말처럼, 미술품 거래 세계에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은 어쩌면 가장 냉정한 진실이다.국제 미술 플랫폼 아트시(Artsy)가 최근 발표한 '5 Art Scams Every Art Buyer Should Know-and How to Avoid Them'은 미술 시장에 만연한 사기 유형 다섯 가지를 조목조목 짚으며, 수집가들이 반..

2025.08.22 01:00:00

작가와 갤러리 50:50?…불문율의 그림자 [박현주 아트클럽]

“작품을 만든 이는 작가인데, 왜 절반밖에 가져가지 못하는가.”수십 년간 미술 시장을 지탱해온 ‘50:50 룰’. 작가와 갤러리가 판매 대금을 똑같이 나누는 불문율이 흔들리고 있다.논쟁은 미국에서 먼저 불붙었다. 그리고 그 불씨는 한국 시장에도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 분배 구조는 여전히 정당한가.8월은 늘 뉴욕 미술계가 숨 고르는 달이지만, 올해의 정적은 유난히 무겁다. 미국 아트딜러협회(ADAA)의 대표 행사 The Art Show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페어는 단순한 거래의 장을 넘어, ..

2025.08.18 09:50:16

포도뮤지엄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김희영 “사랑은 혁명적 에너지”

천장에서 내려온 철근 구조물 속, 1.6톤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공중에 매달려 있다.모나 하툼(Mona Hatoum)의 'Remains to be Seen'은 전시 첫 장면부터 관객을 압도한다. 붕괴 직전의 건축 잔해 같으면서도, 그 사이를 지나치는 순간 마치 우주를 떠도는 작은 운석처럼 초현실적인 세계로 끌어들인다.제주 서귀포 포도뮤지엄이 9일 개막한 특별전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We, Such Fragile Beings)은 '와우'로 시작해 ‘우와’로 끝나는 감동의 여정을 선사한다. ..

2025.08.10 08:00:00

韓 현대미술, 한한령 넘다…박종규, 광동미술관 ‘외국인 생존 작가’ 첫 전시

“박종규는 동양 철학의 허무와 서양 정보 논리의 이진 체계를 시각 언어로 통합해온 작가입니다.”중국 광저우 광동미술관 왕샤오창(王绍强) 관장은 박 작가를 ‘시각철학의 실천자’라 칭하며, 이번 전시를 “기술과 신체, 기억과 시간,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 시대에, 사라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현존하는 존재들을 다시 감각하는 자리”라고 평가했다.5일 광동미술관에서 개막한 박종규(59)의 개인전 '비트의 유령들'은 단순한 해외 초대전이 아니다.광동미술관 개관 이래, 외국인 생존 작가로서는 최초로 바이에탄관 2층 ..

2025.08.05 16:45:14

박남희 관장 “AI 시대, 백남준은 이미 예언자였다”[박현주 아트클럽]

“진짜 AI는 인간을 닮아야 해요. 백남준은 이미 거기까지 본 사람이죠.”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려는 듯 밀려드는 시대,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오히려 ‘감각’과 ‘상상’을 호출한다. 개관 17주년을 맞은 지금, 그는 인지도와 물리적 한계를 넘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연결과 확장’이라는 백남준의 정신을 동시대적으로 실천하고 있다.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날,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박남희 관장을 만났다. 부임 2년 차인 관장은 취임 직후부터 아트센터의 물리적·인지적 한계를 냉정하게 짚었다.“서울에..

2025.08.03 13:41:47

또 외국인 감독…한국 비엔날레 리더십의 ‘불편한’ 공식 [박현주 아트클럽]

“언제까지 한국의 비엔날레에서 한국 큐레이터들은 역차별을 받아야 하죠?”익숙하면서도 아픈 질문이다. 모 미술비평가의 이 물음은, 국제적 위상을 자랑하는 한국의 비엔날레에서 정작 한국인 큐레이터는 배제되는 현실을 다시 꺼내 묻는다.최근 부산비엔날레가 2026년 전시감독으로 아말 칼라프(Amal Khalaf)와 에블린 사이먼스(Evelyn Simons)라는 두 해외 큐레이터를 선정했다. 조직위는 이들이 “사회적 실천과 도시문화, 지역성과 예술 간 관계를 탐구해온 역량 있는 감독”이라며, 여성 큐레이터 듀오이자 중동..

2025.07.29 09:45:37

윤범모·유홍준 70대 문화기관장의 귀환…경륜인가, 회귀인가[박현주 아트클럽]

최근 문화계에 익숙한 이름 두 사람이 다시 공공문화기관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임명됐다.두 사람 모두 70대 중후반. 문화행정의 경험과 상징성을 갖춘 이들의 귀환은 문화계에 경륜과 안정감을 더할 수 있을까. 아아니면 세대교체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신호일까.광주비엔날레를 이끌게 된 윤범모(74) 대표는 민중미술 연구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 미술사학자로 활동해왔다.1995년 비엔날레 창설 당시 특별전 큐레..

2025.07.21 09:50:27

'살아있는 조각의 현장' 세렝게티 공존의 미학 [박현주 아트클럽]

세렝게티는 살아있는 조각의 현장이다.7월 14일 밤, 세렝게티 국립공원의 텐티드 롯지 천막 숙소.동물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뒤척이다가 맞은 새벽. 그리고 오전 8시, 사파리 짚차에 올라 세렝게티에 들어서는 순간, 관광객은 더 이상 관광객이 아니다.거대한 야생의 무대에 발을 딛는 그 찰나, 우리는 ‘탐험가’가 된다. 탐험은 곧 발견의 전율로 이어지고, 발견은 본능을 깨운다.인간은 환호하지만, 동물들은 무심하다. 코끼리도, 기린도, 얼룩말도, 오직 자신에게 집중한다. 이곳에선 모두가 자..

2025.07.15 01:44:08

안토니 곰리 GROUND, 나를 비추는 조각의 방 [박현주 아트클럽]

“판테온이 닫힌 무덤이라면, GROUND는 열려 있는 무덤이자 생명의 장입니다.”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말이다.강원도 원주, 뮤지엄 SAN.플라워 가든 아래로 천천히 이어지는 길 끝에, 땅속 깊이 묻힌 거대한 돔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직경 25미터, 높이 7.2미터. 콘크리트로 빚은 이 원형의 공간은 무덤 같지만, 그 안엔 생명이 숨 쉰다.지난달 문을 연 ‘GROUND’는 곰리의 세계 최초 상설관이다.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협력해 만든 이 장소는 빛과 철, 침묵과 바람, 시간..

2025.07.03 10:39:18

‘영희보다 무서운’ 오징어게임3…‘기호’로 다시 쓴 디스토피아 [박현주 아트클럽]

승자는 죽었고, 돈은 살아남았다.'오징어게임3'은 ‘성기훈의 저항’조차 체계 안에 봉합해 버리는 자본주의의 절대 권력을 드러낸다.선함은 남았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주인공 성기훈은 태어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죽음의 유산은 살아남은 자가 아닌, 새로 태어나 살아나갈 자에게 전해진다.그러나 이 결말은 단순한 감동 서사가 아니다.자본주의가 설계한 욕망의 기계 안에 ‘양심’이라는 기능이 어떻게 탑재되는지를 목격하게 된다.게임의 승자는 사라졌지만, 피 묻은 456억 ..

2025.06.30 16:37:18

‘대법원 조각’ 엄태정, 87세에 말하다…“조각은 세계를 건립하는 일”[박현주 아트클럽]

“예술(조각)이 세워지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장소 위에 건립하는 것이다.”조각가 엄태정(87·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의 13번째 개인전 '세계는 세계화한다'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18일 개막한다. 1970년대 대표작부터 신작 조각, 회화, 드로잉까지 총 27점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조각이라는 매체를 통해 존재와 세계를 탐구해온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집약한다. 전시 제목은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개념에서 따왔다. 세계는 단일하고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인간과 사물, 장소와 시간이 관계를 맺으며 드..

2025.06.18 01:01:00

제임스 터렐, 17년 만의 귀환…“빛은 제게 일용할 양식입니다”

“저는 결국 한 사람의 예술가일 뿐입니다. 제가 하려는 일은 단 하나, 한 조각의 빛을 전달하는 것입니다.”‘빛의 조형가’로 불리는 미국 작가 제임스 터렐이 서울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11일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빛의 사제’라는 별칭답게 철학적이고 구도자적인 면모를 드러냈다.덥수룩한 흰 수염, 낮은 목소리, 그리고 단정한 눈빛. 터렐은 퀘이커교도다. ‘내면의 빛’을 삶의 신조로 여기는 이 전통은 그가 평생 빛을 탐구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면도를 하지 않는 삶의 태도처럼, 그의 작업은..

2025.06.11 15:22:32

정선 '화훼영모화' 부활…21세기 문화보국을 묻다[박현주 아트클럽]

대구 간송미술관에서 '화훼영모화첩'을 마주한 순간, '21세기 문화보국'이란 무엇인가를 곱씹게 된다. 겸재 정선의 손끝에서 피어난 작은 생명들은, 단지 자연을 묘사한 그림이 아니라, 민족의 기억을 되살리는 회화다.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은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꽃과 동물, 곤충을 소재로 한 화훼영모화에서도 섬세하고 감각적인 필치로 탁월한 작품세계를 보여줬다. 그중 말년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8폭짜리 ‘화훼영모화첩’은 갈대꽃 위의 호랑나비, 가지밭의 두꺼비, 수박을..

2025.06.10 09:52:21

“샤갈은 유행에 흔들리지 않았다" 장윤진 학예사와 대화[박현주 아트클럽]

"샤갈은 유행에 흔들리지 않았다."7년 만에 귀환한 '마크크 샤갈 특별전:비욘드 타임'은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다. 시간과 차원을 초월한 영혼의 회귀다.샤갈(1887~1985)은20세기 미술사에서 가장 시적인 화가로 불린다. 러시아 비텝스크에서 태어난 유대인 화가로, 파리 베를린 뉴욕 예술살렘 등을 오가며 국경과 언어, 시대를 초월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초록 말을 탄 신부와 꽃다발을 든 광대, 붉은 사랑과 푸른 꿈, 화려한 꽃의 향연,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그리고 스러져가는 사람들, 그 위를 날..

2025.05.27 01:00:00

'되어보는 회화’…김남표, 감각의 수행자[박현주 아트클럽]

“나는 그 대상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 대상이 되려는 사람이다.”존재를 감각하고, 그 감각을 물질로 환원하는 고유한 행위. 김남표(55)는 ‘지독한 회화주의자’다.그에게 회화는 형상을 그리는 일이 아니라, 실재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수행이다.‘그린다’는 행위에 오롯이 몰두해온 그는 아카데믹한 구성에서 초현실적인 화면까지, 인상주의적 색채에서 극사실주의적 묘사까지 회화사의 다양한 문법을 끌어안고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낸다.16일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개막하는 개인전 '누가 회..

2025.05.16 00:02:00

빛을 통과하는 몸…존재를 조각한 '안소니 맥콜'[박현주 아트클럽]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것.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것.빛과 시간의 경계에서, 안소니 맥콜은 다시 질문을 던진다. 이미지는 물리적 경험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예술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어떻게 실현되는가?미디어아트의 살아 있는 전설, 안소니 맥콜(Anthony McCall·78)이 서울 푸투라서울(Futura Seoul)에서 아시아 최초 개인전 'Anthony McCall: Works 1972–2020'을 연다. 전시는 5월 1일부터 9월 7일까지 열린다.28일 서울 삼청동 푸투..

2025.04.28 15:58:48

정연두, 밀가루로 우주를 만들다 [박현주 아트클럽]

'실재하지 않는 연주, 만져지지 않는 사운드. 정연두는 공기로 세계를 조율한다.'무대가 있다. 연주자도 있다. 관객도 있다. 하지만 공연은 없다.전시장에 펼쳐진 것은 실제 공연처럼 보이지만, 모두 사전에 녹화된 영상이다.정연두의 신작은 벽에 박힌 영상 속 연주자들을 통해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세계를 연출한다. 25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막한 정연두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은 영상, 사진, 조각, 퍼포먼스를 넘나드는 신작으로, 작가 특유의 다정한 아이러니를 보여준..

2025.04.25 16: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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