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Film

[클로즈업 필름]시한폭탄이 돼버린 연기 '폭탄'

사토 지로(佐藤二朗). 이제 당신은 이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아주 가끔 어떤 영화 혹은 어떤 역할은 특정 배우를 위해 탄생한 것 같을 때가 있다.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그랬고,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이 그랬다. '하얀거탑'의 장준혁이 그랬고, '비밀의 숲'의 황시목이 그랬다. 영화 '폭탄'(3월18일 공개)과 주인공 '스즈키 다코사쿠'는 바로 이 배우, 사토 지로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몰라도 된다. 보면 알게 되니까.자이니치 3세 오승호 작가가 2022년에 내놓은 동명 소설이 원작인..

2026.03.20 05:57:00

[클로즈업 필름]할리우드라는 위력 '프로젝트 헤일메리'

'프로젝트 헤일메리'(3월18일 공개)는 육각형 영화다. 각본·연출·캐스팅·연기·메시지·규모 모든 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 만족감을 준다. 직관적으로 재밌고, 극장에 어울리는 스펙터클을 갖췄으며, 어떤 대목에선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우주에 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상력도 있다. 적역을 맡은 배우들이 무비스타로서 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물론 이 육각형이 최대치에 가깝게 크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하나 씩 뜯어보기 시작하면 약점이 없지 않으니까 말이다. 다만 1년에 이런 영화를 몇 편이나 볼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돈과 시간을 투자..

2026.03.18 06:01:00

[클로즈업 필름]PTA는 영화의 왕이 될 수 있을까

2024년 3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대관식을 치렀다. 그의 12번째 장편 '덩케르크'는 그 해 미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받았다. '덩케르크' 전까지 그는 미국아카데미는 물론 골든글로브·영국아카데미에서도 작품·감독상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테넷' '인터스텔라' '인셉션' '다크 나이트' 시리즈 등을 만들어 세계 최고 연출가로 인정 받았으나 유독 트로피와 거리가 멀었다. 오죽했으면 '아카데미가 그의 재능을 질투한다'는 식의 얘기가 나왔다.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98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에선 또 한 번 ..

2026.03.09 05:58:00

[클로즈업 필름]이 벚잎에 또 취해 '초속 5센티미터'

영화 '초속 5센티미터'(2월25일 공개)는 원작을 완성한다. 2007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영화가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뒀다면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의 실사영화는 원작이 열어둔 문을 일일이 확인해 닫고 걸어 잠근다. 원작은 러닝타임 63분짜리 중편, 리메이크작은 122분짜리 장편. 영화 '초속 5센티미터'는 두 배에 가까운 시간을 활용해 균질하고 명쾌하며 잘빠진 이야기를 향해 나아간다. 목표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일단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애니메이션이 지닌 특유의 불균질하고 불명확하며 거친 매력이..

2026.02.27 06:02:00

[클로즈업 필름]삶이 낳아 예술이 위무하네 '햄넷'

영화 '햄넷'(2월25일 공개)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그의 대표작 <햄릿>을 다루고 있으나 셰익스피어나 <햄릿>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 '햄넷'은 이 위대한 극작가가 이룩한 예술적 성취나 수백년 넘게 걸작으로 추앙받는 작품이 남긴 유산에는 관심이 없다. 이건 원천에 관한 영화다. 예술가와 예술이 태양을 머금어 푸르게 빛나는 잎이라면, 그들이 영광을 만끽할 수 있게 저 어둠 속에서 흙을 파고들어가며 양분을 쥐어짜내 떠받치고 지지하는 그 뿌리 말이다. 말하자면 '햄넷'은 광휘에 취해 헐떡이는 게 아니라 저류를..

2026.02.25 05:59:00

[클로즈업 필름]기획의 냄새, 배우의 풍미 '왕과 사는 남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2월4일 공개)는 적역을 찾아내는 일만으로도 한 작품이 완성에 가까워질 때가 있다는 걸 입증한다. 장항준 감독 신작은 숱한 단점 속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캐스팅으로 자칫 돌아설 뻔한 민심을 붙잡는다. 유해진과 박지훈은 이 이야기에서 사실상 대체재가 없는 배우이고, 유지태는 이 작품이 내세우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정합한다. 여기에 다분히 기능적이나 존재감이 필요한 단역에조차 안재홍·이준혁·박지환 같은 묵직한 배우를 앉혀 영화 질을 끌어올린다. 이 빈틈없는 캐스팅은 '왕과 사는 남자' 러닝타임 117분을 내내 ..

2026.02.04 06:06:00

[클로즈업 필름]'어쩔수가없다'는 오스카를 받을 수 있을까

영화 '판타스틱 우먼'은 2018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당시 외국어영화상(현재 국제장편영화상) 유력 후보는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더 스퀘어'였다. 만약에 '더 스퀘어'가 받지 못한다면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러브리스'가 받을 거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오스카는 엉뚱한 영화가 가져갔다. '판타스틱 우먼'. 미국 언론은 이 결과를 두고 이변이라고 했다.2018년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후보 명단엔 다소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 해 크리틱스초이스와 골든글로브를 모두 가져간 파티 ..

2026.01.14 05:57:00

[클로즈업 필름]일본영화 또 하나의 재능이 '마이 선샤인'

영화 '마이 선샤인'(1월7일 공개)을 보면 일본 영화계에 또 하나의 재능이 출현했다는 걸 확신하게 된다. 오쿠야마 히로시(奥山大史·30). 2018년 '나는 예수님이 싫다' 이후 두 번째 장편을 내놓은 그는 짐작건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으며 그 이야기를 담아낼 비전을 가졌고 그 비전을 실행할 강단도 갖췄다. 현재 일본영화 선봉에 섰다고 평가 받는 하마구치 류스케나 미야케 쇼의 영화들과는 아직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이들의 뒤를 이어갈 누군가를 찾는다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제 오쿠야마 감독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만큼 그의 새 ..

2026.01.08 05:58:00

[클로즈업 필름]쿨 힙 그윽 예리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12월31일 공개)의 짐 자머시 감독은 마치 신선 같다. 한 게 없고 별 게 없는 것 같은 그림들을 무심하게 이어 붙였더니 작심한 영화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경지의 쿨한 영화, 이보다 더 영화적일 수 없는 영화가 나왔다고 해야 할까. 자머시 감독이 올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황금사자상 수상작으로 이 작품이 호명됐을 때 처음 내뱉은 말은 이것이었다 "Oh, shit!" 러닝타임 111분 간 이 영화를 즐긴 이들도 아마 똑같이 말할 것이다. "Oh, shit!" 70대 노장 감독은 영화..

2026.01.02 05:55:00

[클로즈업 필름]남다른 배우, 엉성한 리메이크 '만약에 우리'

영화 '만약에 우리'(12월31일 공개)는 비범한 배우들의 영화다. 배우 구교환과 문가영은 남다른 케미스트리로 평범한 로맨틱코미디를 러닝타임 115분 간 달릴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돼준다. 구교환은 그가 왜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대체불가능한 재능으로 꼽히는지 새삼 증명한다. 앞서 드라마 '사랑의 이해'(2022) 등에서 연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던 문가영은 이번 작품으로 더 다양한 장르에서 더 다채로운 캐릭터를 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런 두 사람이 함께 나올 때 스크린 밖으로 퍼져 나오는 생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2025.12.30 0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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