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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러 제재 유예, 미국·세계에 좋은 결정"…의회 반발(종합)

등록 2026/10/18 16:36:07

러시아산 경유 공급 확대 추진…가격 인하 효과 논쟁

여야 반발 속 젤렌스키 "푸틴 멈출 방법 아니다"

전문가 "세계 시장 크게 움직일 수준 아냐"

[팜비치=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러시아 제재 시행을 유예한 결정에 대해 미국과 세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클럽에서 열린 만찬에서 연설하는 모습. 2026.10.18.

[팜비치=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러시아 제재 시행을 유예한 결정에 대해 미국과 세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클럽에서 열린 만찬에서 연설하는 모습. 2026.10.18.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러시아 제재 시행을 유예한 결정에 대해 미국과 세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산 경유 공급을 늘려 유류 가격을 낮추려는 구상이지만, 미 의회에서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돕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들도 가격 인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자택에서 열린 모금 만찬에서 대러 제재 관련 질문을 받고 "매우 좋은 결정"이라며 "미국에 좋은 결정이 될 것이고, 세계에도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새로운 대러 제재와 관세 시행을 광범위하게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달 18일 직접 서명한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의 주요 조치가 18일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적용을 보류한 것이다.

이 법은 러시아 관계자와 금융기관 등을 제재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국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러시아가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줄여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자금을 압박하려는 취지다.

행정명령에는 러시아산 제품에 500%,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의 최대 구매국 5곳 등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항이 담겼다. 그러나 같은 명령에서 해당 관세와 주요 제재의 적용을 유예했다.

[하이랜드하이츠=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켄터키주 하이랜드하이츠의 트루이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6.10.18.

[하이랜드하이츠=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켄터키주 하이랜드하이츠의 트루이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6.10.18.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법에 명시된 면제 권한을 행사했다. 이 법은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의회에 관련 보고를 하면 제재 적용을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기존 행정명령에 따른 대러 제재까지 모두 해제한 것은 아니다.

이번 결정은 러시아산 경유 거래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세계 시장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11월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높은 연료비 부담을 낮추려는 구상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초기 공급 물량은 즉시 공급할 30만t 이상과 11월 공급할 50만t이다. 이를 합하면 약 600만 배럴로, 미국의 경유 수요 약 하루 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추가 공급이 도움이 되더라도 시장 가격을 크게 바꿀 정도는 아닐 수 있다고 봤다. 댄 피커링 피커링에너지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도움은 되지만 세계 경유 시장을 크게 움직일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딕슨=AP/뉴시스] 2026년 9월4일 미국 테네시주 딕슨의 한 주유소 주유기에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09.04.

[딕슨=AP/뉴시스] 2026년 9월4일 미국 테네시주 딕슨의 한 주유소 주유기에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09.04.

러시아가 약속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으로 국내 연료 공급에 차질을 겪었고, 지난 7월 경유 수출을 금지했다. 추가 공급을 실현하려면 수출 제한과 정유시설 가동 여건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7일 제재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전과 높은 에너지 가격을 고려해 기존 관세와 새로운 제재가 더할 부담을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토 기간으로는 60일을 언급했다.

그러나 행정명령에 유예가 60일 뒤 자동 종료된다는 조항은 없다.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유지하도록 했다. 경제적 영향 검토가 끝나더라도 제재 재개 여부는 별도 판단에 달린 셈이다.

의회에서는 공화당 의원들도 반발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무책임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원에서 찬성 86표, 반대 11표로 통과된 법을 집행하는 데 대통령과 참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틸리스 의원은 유류 가격을 낮추려면 푸틴에게 유리한 조치를 취하기보다 이란전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압박을 낮추는 방식으로 에너지 가격 문제를 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은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막는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상·하원이 중간선거 이후까지 휴회 중이어서 의회가 즉각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당 돈 바이어 하원의원은 의회가 "결함 있는 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재를 강화하려던 입법 취지와 달리 대통령에게 부여한 면제 권한이 제재 시행을 막는 데 쓰였다는 비판이다.

[브뤼셀=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6년 10월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2026.10.16.

[브뤼셀=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6년 10월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2026.10.16.

우크라이나는 추가 제재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것이 푸틴을 멈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푸틴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다고 느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유 거래가 "첫 단계일 뿐"이라며 추가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라지만, 우크라이나의 대러 대응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이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의 대외 경제 협상을 맡은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제재법 일부 조항의 유예를 "중요하고도 진정으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환영했다. 이어 "미·러 경제 대화와 평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제재 유예를 미국의 물가 부담과 세계 경제를 함께 고려한 결정으로 설명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가격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라면 러시아 압박을 낮추고 제재 공조를 약화한 대가에 비해 얻는 이익이 적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윌밍턴=AP/뉴시스] 2026년 6월10일 미국 오하이오주 윌밍턴의 원나인 퓨얼 스톱 주유소에서 성조기 옆 가격표에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06.10.

[윌밍턴=AP/뉴시스] 2026년 6월10일 미국 오하이오주 윌밍턴의 원나인 퓨얼 스톱 주유소에서 성조기 옆 가격표에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06.10.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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