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반도체 엑소더스" 노노 갈등에 흔들리는 '단일 대오' [삼성전자 파업 전운②]
등록 2026/05/09 11:00:00
사업부별 실적 희비가 부른 '성과급' 갈등…명분 잃은 투쟁에 여론도 싸늘
'반도체 쏠림' 전략에 DX 이탈 가속화…내부 균열 봉합이 최대 난제
![[평택=뉴시스] 삼성 평택켐퍼스앞 8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 2026.04.23. newswith01@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4/23/NISI20260423_0002118992_web.jpg?rnd=20260423161729)
[평택=뉴시스] 삼성 평택켐퍼스앞 8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 2026.04.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삼성전자 노조가 사상 최대 규모의 총파업을 예고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내부 결속력은 역행하는 모양새다.
노조가 정부 권유를 받아들여 사후조정 절차에 응하면서 대화의 불씨는 살렸지만, 사업부별 실적 격차에 따른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첨예한 이해관계 충돌은 여전하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에서 가장 먼저 균열이 터져 나온 곳은 가전·스마트폰을 담당하는 DX 부문 중심의 동행노조다.
이들은 지도부가 반도체(DS) 부문의 목소리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공동투쟁본부(공투본) 탈퇴를 공식화했다.
동행노조 측은 초기업노조 지도부가 자신들을 '어용노조'라 비하하며 정보를 차단하는 등 차별적 대우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업이익에 기반한 성과급 요구안이 DX 부문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기폭제가 됐다. 이들은 비하 발언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며 사실상 독자 노선을 선언했다.
동행노조의 이탈 이후, 남은 거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초기업노조 사이에서 균열도 포착됐다.
노조의 공동교섭단은 근로자의 절반을 넘는 7만 명 이상이 가입한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와 2만명 내외인 전삼노, 2500명 내외의 동행노조 등으로 구성돼 사측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노조 간 소통 부재 지적도 나온다. 전삼노는 전날 '사후조정신청서 제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다 사측과 초기업노조가 부인하자 돌연 삭제한 후 '사후조정신청 준비중'으로 문구를 바꿔 다시 게재하는 소동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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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중요한 협상 국면에서 노조 간 기본적인 정보 공유 체계조차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도부 간의 신뢰 문제도 불을 지폈다. 전삼노는 지난 7일 초기업노조 위원장의 '교섭 배제 협박성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갈등은 전삼노가 DX 부문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초기업노조 지도부가 문제 삼으며 사과가 없을 시 협상 테이블에서 빼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전삼노가 이를 "조합원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이다. 지도부 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공동 교섭의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10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2026.05.06.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06/NISI20260506_0021273251_web.jpg?rnd=20260506103725)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10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2026.05.06. [email protected]
이번 노노 갈등의 근본적 뇌관은 공동교섭단이 전면에 내건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요구안이다.
올해 DS부문의 역대급 흑자가 예상되면서 해당 안이 수용되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달할 경우 DS부문 직원들은 인당 평균 5억원의 성과금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전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DX 부문이 철저히 소외됐다는 점이다. DX 부문은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 탓에 오히려 실적 저조를 겪고 있다.
DX 부문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사업 실적은 AI 붐이라는 외부 요인에 기인한 바가 큰데, 이익을 나누는 기준에만 매몰돼 비반도체를 들러리로 세우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노조 지도부의 행보도 투쟁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 전삼노가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농성을 벌이며 투쟁 수위를 높이던 시기에,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동남아 해외 여행을 떠나 논란이 됐다.
이는 조합원들에게 허탈감을 안겼을 뿐만 아니라 노조원은 많지만 교섭 경험이 부족하다는 리더십 부재 논란으로 이어지며 초기업노조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게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이탈표를 막기 위해 내놓은 '파업 참여자 대상 300만 원 수당 지급' 카드도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다.
최근 1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된 조합비와 맞물려 "조합원들이 낸 돈으로 파업 참여자를 매수하려 한다"는 내부 비판이 쏟아졌다.
노조가 파업의 정당성보다는 특정 부문의 이익을 위한 '금전적 보상'에 치중하는 행보로 읽히면서 외부 여론마저 싸늘해졌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이번 파업을 '부적절하다'고 평가했고, 대통령까지 나서 국가 경제의 파급력을 우려하며 상생을 강조하며 노조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삼성전자가 30일 연결기준 올해 1분기 매출 133조 8700억원, 영업이익 57조 2300억원의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로, 매출은 전분기 대비 40조원(43%)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전분기 대비 37.2조원(185%) 늘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 모습. 2026.04.30. xconfind@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4/30/NISI20260430_0021267383_web.jpg?rnd=20260430120901)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삼성전자가 30일 연결기준 올해 1분기 매출 133조 8700억원, 영업이익 57조 2300억원의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로, 매출은 전분기 대비 40조원(43%)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전분기 대비 37.2조원(185%) 늘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 모습. 2026.04.30. [email protected]
재계 관계자들은 "지금과 같은 각자도생식 분위기로는 협상 과정에서 실효적인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전 노조원이 한 목소리를 내 대오를 유지해야만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데, 현재의 분열상은 오히려 사측에 협상의 주도권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 간의 주도권 싸움이 부각될 수록 노조의 목소리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노조원 전체의 피해로 돌아갈 가능성은 커진다.
삼성전자 노조가 내부 균열 봉합과 사업부 간 이해관계 조정, 대외 명분까지 확보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는 평가다.
다만, 노조 측은 이번 갈등에 대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건강한 연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날 오후 초기업노조는 경기지방고용노동청장과 면담 후 사후조정 절차에 응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노조 측은 "정부의 적극적인 권유를 무겁게 받아들여 내부 검토 끝에 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집중적인 사후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승호 위원장이 "만족할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망설임 없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만큼, 노조는 조정 절차와 별개로 예정된 파업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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