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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친다고 끝이 아니다" 추락 끝에서 다시 올라오는 힘 …연극 ‘역행기’

등록 2026/08/24 18:20:37

수정 2026/08/24 18:38:52

신재훈 연출 "낯선 존재와 세계, 다양한 감각으로 익숙하게 만들 것"

9월 3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서 공연

[서울=뉴시스]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2024 창작희곡공모 연극 '역행기' 인터뷰 현장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6.08.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2024 창작희곡공모 연극 '역행기' 인터뷰 현장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6.08.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밑으로 내려간다는 것이 바닥을 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는 거쳐가야 하는 길이고, 다 밑으로 내려와서 내가 마주쳐야 할 것들을 마주하고 다시 위로 올라가자는 의미로 해석했죠."

연극 '역행기'의 영상 디자인을 맡은 김희경이 24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의 연출 의도에 맞춘 무대 연출에 관해 설명했다.

연극 '역행기'는 인류 최초의 기록으로 알려진 수메르 신화 속 여신 '인안나'의 '명계 하강'을 모티프로 한국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 3대의 이야기와 결합한 작품이다.

[서울=뉴시스]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2024 창작희곡공모 연극 '역행기' 인터뷰 현장에 참석한 김희경 영상 디자이너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6.08.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2024 창작희곡공모 연극 '역행기' 인터뷰 현장에 참석한 김희경 영상 디자이너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6.08.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희경 영상디자이너는 작품이 지닌 메시지에 대해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은 벌을 받거나 추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주해야 할 고통들을 직접 마주하는 과정"이라며 "결국 그 바닥을 거쳐 다시 위로 올라올 수 있는 힘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역행기’는 국립극단이 2024년 15년 만에 재개한 창작희곡공모의 첫 대상 수상작이다. 김주희가 쓰고 신재훈이 연출한다.

작가 김주희를 비롯해 연출가 신재훈,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영상디자이너 김희경은 이날 간담회에서 작품의 연출 의도와 미학적 무대 시도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김 작가는 수메르 신화를 착안한 계기에 대해 "저승의 힘까지 얻고자 끊임없이 하강했던 여신 인안나의 용맹함에서 오늘날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힘을 보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2024 창작희곡공모 연극 '역행기' 인터뷰 현장에 참석한 작가 김주희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6.08.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2024 창작희곡공모 연극 '역행기' 인터뷰 현장에 참석한 작가 김주희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6.08.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은 '주머니', 산업화 속 노동 문제를 경험한 '에레시', 성별 분업화로 치열하게 살아온 '핑크' 등 세대별 여성 인물들을 언급하며 "할머니, 어머니, 언니, 그리고 나 자신으로 이어지는 가장 가까운 삶의 궤적을 투영했다"며 "불평등하고 낮은 바닥에서 연결되는 힘이 있다면 다시 지상으로 잘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세 여성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여성들을 상징한다. 할머니 세대의 기억과 어머니 세대의 역사, 그리고 근미래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의 고민이 하나의 서사로 연결된다. 작품은 가부장적 폭력과 노동 현장의 상처를 견뎌온 여성들의 삶을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기억으로 풀어낸다.

[서울=뉴시스]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2024 창작희곡공모 연극 '역행기' 인터뷰 현장에 참석한 무대 디자이너 박동우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6.08.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2024 창작희곡공모 연극 '역행기' 인터뷰 현장에 참석한 무대 디자이너 박동우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6.08.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작품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한정된 무대 위에서 끊임없는 하강과 역행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낸 무대 연출이다. 한 층씩 지속적으로 추락하는 지하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제작진은 무대 바닥 구조 전체를 활용하는 시도를 감행했다.

무대디자이너 박동우는 "실제 무대에서 공간이 계속 아래로 떨어지는 물리적 구현은 불가능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의 단위인 '방'을 유지한 채, 방 바닥 전체가 허공으로 올라가 천장이 되도록 구상했다"고 말했다.

약 3t에 달하는 무대 바닥이 상승하며 공간의 수직적 역행을 시각화하고, 이에 맞춰 김 영상디자이너가 천장 표면에 이미지를 투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김 영상디자이너는 "영상이 단순한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등장인물과 관객에게 말을 건네며 박동하는 생명체처럼 느껴지도록 조명과 음악과 유기적으로 조화시켰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2024 창작희곡공모 연극 '역행기' 인터뷰 현장에 참석한 연출 신재훈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6.08.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2024 창작희곡공모 연극 '역행기' 인터뷰 현장에 참석한 연출 신재훈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6.08.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무대화 과정이 쉽지 않은 대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출가 신재훈은 희곡 원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신 연출가는 "처음부터 작가의 대사를 단 한 줄도 고치지 않고 원작 그대로 부딪치겠다고 다짐했다"며 "이 작품은 서툴게 희망이나 기대를 이야기하지 않고 지극히 현실적인 절망에서 시작한다. 그 고통의 감각들을 무대 위에서 다채롭게 재해석하고자 노력했다"고 연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의 연출에 대해 "가족을 기다리던 인안나가 더 넓은 개념의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라며 "다른 개념의, 더 넓은 존재를 만나는 것은 생소할 수 있지만 그 생소함을 공연 전체에서 다양한 감각들로 계속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익숙해지는 효과를 구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연극 '역행기'는 내달 3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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