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효진 "마음에 안 드는 게 한 가지도 없네요"
등록 2026/08/25 00:00:00
뱌우 공효진 영화 '경주기행'으로 돌아와
살해된 막내 위해 복수하는 가족 이야기
복수에 뛰어든 엄마 보필하는 장녀 맡아
"나도 K장녀…그 책임감 보여주고 싶어"
이정은·박소담·이연 향한 각별한 애정도
"참 귀엽고 정감 가는 사람들과 작업해"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쉴 새 없이 얘기했어요."
배우 공효진(46)은 새 영화 '경주기행'(8월26일 개봉) 매력 3가지를 꼽아달라는 말에 이런 말을 했다. "일단 앙상블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을게요. 그건 너무 당연해서요." 그는 이 작품에서 이정은·박소담·이연과 연기했다. 이정은은 50대, 박소담은 30대, 이연은 20대, 공효진은 40대였다. 20~50대 여성 배우가 한 작품에서 함께 주연을 맡는 건 한국영화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떤 영화에서도 흔치 않은 일. 공효진은 동료 배우들과 관계가 각별했다는 걸 인터뷰 내내 얘기했다.
"촬영장에서 계속 얘기했어요. 저희가 함께 나오는 장면이 워낙 많으니까 어떻게 연기할 것인지 계속 대화 나눈 거예요. 그렇다고 연기에 관해서만 얘기한 건 아닙니다. 별별 얘기를 다했어요. 주로 뭐 먹을지.(웃음) 20대부터 50대까지 다 있었잖아요. 세대가 다 다르니까 오히려 잘 맞았어요. 의견 충돌 없어요. 충돌할 수 있는 세대가 아니잖아요. 서로 조언해주고 연기 밸런스를 맞춰갔죠. 정말 돈독했습니다. 다들 참 귀엽고 정감 가는 사람들이었어요."
공효진은 이들과 모녀·자매 연기를 했다. '경주기행'은 8년 전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살해당한 막내 '경주'의 복수를 위해 경북 경주로 향하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살인범을 잡아들이는 데 성공한 이들은 막상 이 극악무도한 인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고 각기 다른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숨겨왔던 속마음을 꺼내놓기 시작한다.
공효진이 연기한 건 장녀 '장주'. 장주는 복수를 향해 달려가는 엄마 '옥실'(이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인물이다. 툭하면 엄마에게 대드는 동생들과 달리 어떻게든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애쓰는 전형적인 'K장녀'다. 공효진은 "저도 K장녀라서 장주의 마음을 잘 안다"고 말했다. "제가 자매가 없어서 자매 관계는 사실 잘 모르지만 장녀의 마음은 잘 알죠. K장녀의 그 책임감, 집 안에서 맏이의 역할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공효진은 영화·드라마에서 주로 원톱 주연을 맡아온 국내 최고 여성 배우 중 한 명이다. 밴드로 비유하면 그는 언제나 리드 기타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는 배우들의 합주에 함께 어우러지는 베이스다.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다. 그러면서도 특정 장면에선 특유의 폭발력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작품을 보면 공효진은 여지없이 뺴어난 배우라는 걸 또 한 번 실감하게 된다. 그런 그는 반복해서 앙상블과 호흡을 얘기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하고 싶었어요. 이런 영화 정말 드물거든요. 말 그대로 함께 호흡해야 하죠. 그러면서도 또 각자 배우들이 빛나는 장면도 있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바로 그 밸런스를 위해 계속 고민했습니다. 워낙 풍성하게 해석할 수 있는 대본이었기 때문에 이렇게도 연기해보고 저렇게도 연기해봐야 했죠. 그러면서 최상의 장면을 저희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나간 겁니다."
'경주기행'은 신예 김미조 감독이 연출했다. 김 감독은 '갈매기'(2021)로 장편영화 데뷔했고, 이번이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경주기행'과 함께한 배우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공효진은 그러나 김 감독의 제안을 처음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미 엄마(이정은)가 캐스팅 된 상태였거든요. 아무리 봐도 제 일정을 맞출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공효진은 이 영화가 자꾸 신경쓰였다고 했다. "혹시나 엎어지면 어쩌나 생각했어요, 매니저한테 누가 캐스팅 됐는지 계속 체크했죠."

'경주기행'이 최종적으로 출연진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년.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된 일정에 공효진 일정이 변경되는 일이 겹쳤고, 김 감독이 재차 구애하면서 공효진은 극적으로 합류하게 됐다. "잔상이 오래 남은 시나리오였어요. 다 읽고 나서 기분이 참 묘했거든요. 전 시나리오를 읽으면 처음 봤을 때 그 느낌을 마음에 담아 놓고 있어요. 그런 작품이었으니까 할 수 있는 상황이 됐을 때 안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늦게 합류했으나 공효진은 프로듀서가 해야 할 일까지 신경써가며 김 감독을 도왔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까지 마음을 쏟은 이유에 대해 "이런 영화를 제가 제일 많이 해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효진이 말하는 "이런 영화"는 신인급 여성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중소규모 작품이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미쓰 홍당무'(2008)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2010) '미씽:사라진 여자'(2016) '싱글라이더'(2017) '가장 보통의 연애'(2019) 등 정말 "이런 영화"가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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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요, 다릅니다. 여성 감독님이 하면 촬영도 현장도 다 달라요. 게다가 여성 얘기이고요. 그걸 제가 제일 많이 경험한 배우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감독님이 하고 싶은 걸 시간에 쫓겨 못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조언을 최대한 한 거죠. 그러려면 또 저희가 연기를 잘해야 했어요. 그런 면에서 동생들이 워낙 흡수가 빠르고 몰입이 뛰어난 배우들이라 참 좋았어요." 공효진에게 '여성 감독 영화에 유독 끌리는 것 같으냐'고 물으니 "그렇진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끌린다고 할 수 없는데 제 선택을 보면…그렇게 돼가고 있다. 그럼 그렇다고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공효진은 '경주기행'이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하냐는 말에 특유의 솔직함을 드러냈다. "흥행작이요." 그는 "제가 아직 크게 흥행하는 작품을 하는 기분을 모른다"고 말하며 웃었다. 드라마에선 흥행하면 공효진이지만, 영화에서 그가 거둔 최고 성과는 '가장 보통의 연애' 292만명이다.
"흥행이 참 어렵다는 뼈저리게 잘 알고 있지만 또 이게 웬일이야 할 정도로 흥행해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경주기행'은 어느 것 하나 제 마음에 안 드는 게 없는 영화였어요. 대부분 영화는 어떤 것이든 하나 정도는 아쉬운 게 있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안 그래요. 정말 마음이 통해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까 흥행했으면 좋겠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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