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뉴스에서도 뉴시스 언론사 픽

온열산재 5년새 6배↑…폭염대책 강화에도 사망 반복[들끓는 한반도②]

등록 2026/08/01 08:00:00

수정 2026/08/01 08:08:24

온열질환 산재 승인 2020년 13건→지난해 77건

재해 발생일 기준 5년간 24명 사망…올해는 '아직'

노동부, 33도 '20분 휴식' 의무화 했지만 사망 계속

"중소현장 지켜지기 어려워…단속·비용 지원 병행해야"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지난 2021년 7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 건설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가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1.07.26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지난 2021년 7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 건설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가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1.07.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박정영 기자 = 폭염이 갈수록 극심해지면서 일터에서 온열질환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가 최근 5년 새 6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 20분 휴식을 의무화하고 현장 감독을 강화했지만, 온열질환 사망 사고가 해마다 이어지면서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지난 2020년 13건에서 지난해 77건으로 5.9배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3건 ▲2021년 19건 ▲2022년 23건 ▲2023년 31건 ▲2024년 51건 ▲2025년 77건이었다. 올해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5월까지 18건이 신청돼 12건이 승인됐다.

사망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같은 당 소속 나경원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폭염(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 현황 등'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온열질환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사망자는 총 24명이었다.

연도별로는 ▲2021년 3명 ▲2022년 7명 ▲2023년 3명 ▲2024년 6명 ▲2025년 5명이다. 재해 발생일을 기준으로 올해 5월까지 온열질환 산재 승인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산재 승인 통계는 사고 발생 시점과 승인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과거 발생한 사고에 대한 보상이 올해 승인될 수 있고, 현재 처리 중인 사건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33도 휴식은 '의무'…작업중지는 여전히 '권고'

노동부는 지난해 건설현장과 마트 주차장 등에서 일하던 노동자와 택배기사 등이 잇따라 숨지자 폭염을 '기후재난'으로 규정하고 대책을 강화했다.

[서울=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의 한 택배 물류센터를 불시 방문해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 현장 이행 실태 점검을 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제공) 2026.07.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의 한 택배 물류센터를 불시 방문해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 현장 이행 실태 점검을 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제공) 2026.07.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7월 개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산안규칙)'이 대표적이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장소에서 폭염 작업을 할 경우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매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주도록 의무화했다.

또 체감온도 33도 이상이면 작업시간대를 조정하거나 옥외작업을 단축하고, 35도 이상이면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5시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했다.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이면 긴급조치 작업을 제외한 모든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에 대한 홍보도 강화했다. 폭염안전 5대 수칙은 ▲시원한 물 ▲냉방장치 ▲2시간 마다 20분 이상 휴식 ▲보냉장구 지급 ▲119 신고 등이다.

이와 함께 노동부 본부와 전국 지방관서에 '폭염안전 특별대책반'을 운영하고, 폭염 취약사업장 1000곳을 대상으로 불시 감독에 들어갔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이동식 에어컨 등 예방설비 지원 예산 28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오는 3일부터 14일까지는 건설·조선·물류·제조업 등 폭염 취약사업장과 밀폐공간 질식재해 고위험사업장 1000곳을 집중 점검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달 31일 경기 파주시의 한 택배 물류센터를 예고 없이 찾아 폭염 예방수칙 이행 상황을 들여다봤다.

"대책 효과 있지만…중소현장에서 지켜질지가 문제"

문제는 극한 폭염 상황에서 현장이 실제로 작업을 멈출 수 있느냐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 매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주는 것은 사업주의 법적 의무다. 그러나 폭염이 더욱 심해졌을 때 작업시간을 조정하거나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한 조치는 권고에 머물러 있다. 사업주가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직접 처벌하기는 어렵다.

특히 납기와 공사기간에 쫓기는 중소·영세사업장이나 하청 현장에서는 작업중지 권고가 실제 작업중단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의무인 휴식 역시 형식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일용직이나 공정별로 현장을 옮기는 노동자도 작업 지연이나 소득 감소를 우려해 무리해서 일을 계속할 수 있다.

중소 건설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일하는 A씨는 "위에서는 계속해서 안전수칙을 지키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일하다보면 더위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모르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더우니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우니 그만하자고 말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의철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은 "체감온도별 휴식시간과 작업중지 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기만 한다면 예방 효과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중소기업이나 건설·공장 현장은 납기가 정해져 있어 폭염이라도 일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가 무리하려는 경우에는 오히려 사업장 관리자들이 이를 관리하고 규제해야 할 문제"라며 "현장 관리자도 위험한 상황에서는 노동자들이 쉬도록 적극적으로 계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대책 이행 격차가 크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대기업은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작업중지 지침을 지키도록 하고 있지만, 도심의 소규모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원청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는데도 실제 노동자가 일을 계속하면 원청은 '명령을 내렸다'고 하고 노동자는 현장에 남는 법과 현실의 간극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적 기준은 마련됐지만 이를 지킬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며 "제도 시행 후 최소 1~3년 정도는 지나야 산재가 감소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업 멈추면 손실?…"폭염 자체가 생산성 떨어뜨려"

그동안 경영계의 거센 반발도 일정 체감온도 이상 작업중지를 의무화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지난해 7월 10일 서울 한 공사장에 체감온도 경보 문구가 붙어 있다. 2025.07.10.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지난해 7월 10일 서울 한 공사장에 체감온도 경보 문구가 붙어 있다. 2025.07.10. [email protected]

경영계는 일정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작업중지를 일률적으로 의무화할 경우 생산량 감소와 납기 지연, 공사기간 연장 등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앞서 폭염에 따른 작업중지가 연간 약 20일 발생할 경우 납기 지연과 수출 경쟁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노동자의 성별과 나이, 건강 상태와 작업환경이 서로 다른데도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휴식시간을 유급으로 보장하는 문제도 영세사업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상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온열질환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정 온도가 되면 작업을 멈추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은 작업을 중지하는 만큼 생산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어 현장에서 작업중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용직 노동자가 20분간 쉬었을 때 임금을 어떻게 보장할지도 작은 업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국가가 소규모 사업장에 냉방시설과 설비, 장비를 지원하고 원청의 지침이 실제 협력업체까지 이행되도록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폭염 속 작업을 계속하는 것 역시 노동자의 작업속도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사고와 결근을 늘려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습구흑구온도(WBGT), 즉 인체가 받는 총 열 스트레스가 20도를 넘은 뒤 1도 상승할 때마다 노동생산성이 2~3%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작업중지냐 생산이냐'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작업을 강행하다 온열질환이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장기간 작업중단과 인력 손실로 더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제조업체와 건설업체, 조선업체는 노동조건과 현장이 모두 다르다"며 "각 업종의 특성에 맞는 규정을 만들어 실제로 지키도록 하는 게 맞다"고 제언했다.

또 "폭염 대책을 사업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중소·영세사업장이 예방시설을 갖추고 노동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비용 지원과 현장 감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자크기 설정

상단으로 이동
로딩중로딩아이콘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