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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만? 켜면 1시간 훌쩍"…SNS '무한 스크롤'의 덫

등록 2026/06/06 12:25:25

수정 2026/06/06 12:36:24

KISDI,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중독, 누구의 책임인가' 보고서서 지적

"개인 자제력 탓 아냐"…이용자 시간 뺏어 돈 버는 플랫폼 '중독 설계'가 주범

실효성 있는 연령 확인 인프라 시급…범부처 통합 컨트롤타워 마련 제언

[서울=뉴시스] 최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아동·청소년의 SNS 중독을 막기 위한 연령 제한 논의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출처=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 최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아동·청소년의 SNS 중독을 막기 위한 연령 제한 논의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출처=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잠깐만 보려고 켠 소셜미디어(SNS)에서 1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화면을 아래로 내리면 새 게시물이 끝없이 나오고, 영상은 자동으로 이어진다.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인공지능(AI)이 끊임없이 추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자제력이 약한 아동과 청소년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단순한 시간 낭비를 넘어 수면 부족과 집중력 저하, 인지 발달 저해 등 정서적 문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플랫폼의 중독적 설계를 규제하고, 실효성 있는 연령 확인 체계와 범부처 통합 협력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유해 콘텐츠 넘어 '늪'이 된 SNS

온라인은 이미 아동·청소년의 일상이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5세 청소년의 절반 이상은 일주일에 30시간 이상 디지털 기기를 쓴다. 일부 청소년은 주당 최대 60시간 이상을 소비한다. 하루 평균 4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 30분 이상을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보내는 셈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성욱제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청소년이 온라인에서 마주하는 위험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유해물 노출이나 사이버 불링(사이버 괴롭힘)이 주된 문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온라인에 계속 머물게 만드는 강박적 이용 자체가 새로운 위험으로 떠올랐다.

강박적 이용은 단순히 이용 시간이 길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밤늦게까지 기기를 쓰면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특히 숏폼 영상이나 짧은 글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자극적인 정보에만 익숙해진다. 결국 집중력과 학습 효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이 긴 청소년일수록 불안과 우울감을 느낄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무한 스크롤·자동 재생…'주목 경제'가 만든 중독적 설계

보고서는 소셜미디어가 처음부터 이용자를 붙잡아 두도록 설계됐다고 짚었다. 과거 SNS는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 중심 서비스였다. 반면 지금은 추천 알고리즘과 숏폼 콘텐츠를 앞세워 이용자의 시간을 빼앗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변질됐다.

 

그 배경에는 '주목 경제'가 있다. 주목 경제는 이용자의 관심과 체류 시간이 곧 기업의 수익이 되는 구조다. 소셜미디어 기업은 이용자가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더 많은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

이에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이용자가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중독적 설계 구조를 심어둔다. 대표적인 기능이 무한 스크롤과 자동 재생이다. 무한 스크롤은 화면을 내릴 때마다 새 콘텐츠가 계속 나타나도록 해 이용자가 멈출 시점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 자동 재생은 이용자가 직접 선택하지 않아도 다음 영상이 이어지게 해 시청 시간을 늘린다.

화면을 당겨서 새로고침하는 방식이나 '좋아요' 표시, 푸시 알림 등도 반복 접속을 유도하는 정교한 장치다.

"개인 탓 못 해"…해외 주요국은 이미 강력 규제 칼날

플랫폼 구조 자체가 중독을 유도하다 보니 이를 개인이나 가정의 관리 문제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기업 스스로 수익을 포기하고 중독적 설계를 줄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 문제를 플랫폼 설계와 규제의 영역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일정 연령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법으로 금지했다. 호주는 16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계정 보유를 금지하고, 플랫폼 기업에 철저한 연령 확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알고리즘 자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 뉴욕주와 유럽연합(EU)은 미성년자에게 중독성 알고리즘 피드나 야간 알림을 보내지 못하도록 막았다. 미국에서는 플랫폼을 결함이 있는 제품으로 보고 제조물 책임이나 불공정 거래 위반을 묻는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국산 '디지털 신원 인프라'와 범부처 컨트롤타워 시급

 

보고서는 국내에서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한국 사회에 맞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정 연령 미만의 이용을 통째로 제한할지, 아니면 중독적인 알고리즘 추천 기능을 우선 통제할지 사회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어떤 방식을 고르든 핵심 전제 조건은 철저한 '연령 확인 체계'다. 이용자가 나이를 속이거나 우회해서 접속하면 규제는 유명무실해진다. 개별 플랫폼 기업에만 확인을 맡기기보다 정부의 전자신분증 인프라와 연계해 국가 차원의 통일된 디지털 신원 확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장치도 필요하다. 플랫폼이 나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긁어모으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특정 연령 이상이라는 사실만 증명하고 상세 정보는 감추는 '영지식 증명' 등 최신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무엇보다 소셜미디어 중독 문제는 국회를 비롯해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청소년 보호는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개인정보 문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맞물려 있다. 이에 보고서는 범부처 컨트롤타워와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보통신망법뿐 아니라 지능정보사회기본법, 청소년보호법 등 관련 법률 전반을 정비하는 입법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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