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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트럼프 직격하고도 협상은 계속…美특사 회동·국무장관 통화

등록 2026/10/21 14:46:46

지난해 백악관 충돌 뒤엔 감사·휴전안 제시…미국 의존은 여전

유엔 "9월 민간인 사상자 전년比 85% 증가"…美, 군사 지원 차질 부인

[오슬로=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두 번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요나스 가르 스퇴레(오른쪽) 노르웨이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왼쪽 두 번째) 핀란드 대통령,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와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6.10.21.

[오슬로=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두 번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요나스 가르 스퇴레(오른쪽) 노르웨이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왼쪽 두 번째) 핀란드 대통령,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와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6.10.21.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도 미국과의 협상은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한 뒤 관계 회복에 주력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공개 비판과 외교적 접촉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시아 행보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공개적인 맞대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이익을 우크라이나의 안보보다 앞세우고 있다고 보고, 침묵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양국 갈등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층 격화됐다. 그는 "솔직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괜찮았다"며 러시아가 "그렇게 많은 일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그 심각성을 낮게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감시단에 따르면 지난 9월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328명이 숨지고 2105명이 다쳤다. 사망자와 부상자를 합친 2433명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5% 증가한 수치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9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가 처한 전쟁 상황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러시아의 잇단 공격으로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과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방공망에 필요한 요격 무기도 부족해지고 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에너지 공급과 민간인 보호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경유 구매에 나서고 대러시아 제재 일부를 완화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도록 압박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는 문제에서까지 미국의 반대에 직면했다.

군사 지원 문제도 갈등을 키웠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의 군사정보 공유에 공백이 생기고, 요격미사일 공급이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군사용 위성인터넷 서비스에도 제한이 생겼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통신망은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군사용 서비스 '스타실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미국의 정보가 일시적으로 제공되지 않았다가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반면 스타실드의 이동 중 속도 제한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자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정보 지원을 제한했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침묵을 깨기로 한 배경에는 이러한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한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NYT에 지금의 상황을 거대한 쓰나미가 다가올 때 마지막으로 경보를 울릴 기회에 비유했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미국의 정책이 우크라이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 ABC뉴스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현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들에게 호감을 보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편에 서는 것은 역사적으로 잘못된 선택이며, 푸틴 대통령을 돕는 행보가 전쟁을 장기화할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안보·군사 전문가 미하일로 사무스는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우리에게 항복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것이 지금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옳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 같은 대응은 지난해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025년 2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충돌했을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곧바로 관계 회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시하며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충돌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휴전안까지 제시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던 것은 미국의 군사·정보 지원이 끊길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사정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고 있지만,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려면 미국의 정보와 방공무기가 여전히 중요하다. 공개 비판이 추가적인 지원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도 안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때문에 공개 비판과 별개로 미국과의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정한 접근을 지지하는 미국의 모든 분께 감사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스티브 윗코프 미국 대통령의 종전 협상 특사와도 만났다. 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종전 협상을 위한 대화는 유지한 것이다.

미국 의회를 통한 설득에도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가 겪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미국 의회의 정치적 압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적인 지원 제한을 막을 수 있기를 기대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앞으로는 갈등을 완화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정치평론가 비탈리 포르트니코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루비오 국무장관이 해외 순방 중 통화에 응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에 강경한 발언을 내놓고 있는데도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 중 시간을 내 통화했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양국 관계의 단절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르키우=AP/뉴시스]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구조대원들이 탐색견과 함께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주택 잔해 속 희생자를 찾고 있다. 2026.10.21.

[하르키우=AP/뉴시스]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구조대원들이 탐색견과 함께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주택 잔해 속 희생자를 찾고 있다. 2026.10.21.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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