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뉴스에서도 뉴시스 언론사 픽

생활비·주거난에 유럽 청년층 분노 확산…"희망도 해법도 없다"

등록 2026/10/21 15:20:21

[리옹(프랑스)=AP/뉴시스] 프랑스 리옹에서 지난 17일(현지시간) 학생 공교육 개선 시위에 연대해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진은 한 시위 참가자가 프랑스 국기를 들고 있다. 2026.10.21

[리옹(프랑스)=AP/뉴시스] 프랑스 리옹에서 지난 17일(현지시간) 학생 공교육 개선 시위에 연대해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진은 한 시위 참가자가 프랑스 국기를 들고 있다. 2026.10.21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프랑스와 이탈리아, 알바니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각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국가마다 직접적인 시위 계기는 다르지만 생활비와 연료비 상승, 공공서비스와 교육 여건 악화, 주거 위기 등에 대한 불만이 공통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저성장과 높은 국가부채로 유럽 각국 정부의 대응 여력이 제한된 가운데, 청년층을 중심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겹치면서 거리의 분노로 분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과 CNBC에 따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알바니아 주요 도시에서는 몇 주째 군중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시위에서는 체포와 약탈, 부상, 폭력 사태까지 발생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주거비에 항의하는 천막촌이 들어섰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21일 파리 남동부 교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작된 고등학생 주도 시위가 3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과 노란조끼 활동가 등도 합류하면서 시위는 생활비와 유류비 상승, 공공서비스 악화 등에 대한 항의로 확대됐다.

[밀라노=AP/뉴시스] 17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앞에서 ‘이탈리아 인 피아차'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뒤 거리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시위대는 물가 급등과 저임금, 부실한 공공 서비스 등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와 경찰과 충돌했다. 2026.10.21

[밀라노=AP/뉴시스] 17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앞에서 ‘이탈리아 인 피아차'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뒤 거리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시위대는 물가 급등과 저임금, 부실한 공공 서비스 등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와 경찰과 충돌했다. 2026.10.21

정부 추산 55만명이 참여한 지난 17일 시위에서 대부분이 평화적으로 행진했지만 시위대 주변 일부 폭력 가담자들은 파리와 마르세유, 리옹, 보르도 등에서 약탈과 방화를 자행했다. 2400명 가량이 현재까지 체포된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극좌 세력이 폭력을 부추겼다고 비판하면서 엄정 대응을 천명했다.

마드리드 등 스페인 각지에서는 치솟는 주거비에 항의하는 천막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80대 여성이 70년간 거주하던 임대 주택에서 강제 퇴거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시위는 다음달 조기 총선과 총파업이라는 정치적 파장을 만들어냈다. 주거 시위는 리스본과 포르투 등 포르투갈에서도 진행 중이다.

마드리드에서는 초·중등학교 교사들이 지난 14일 임금과 근무 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스페인 다른 지역에서도 앞서 비슷한 교사 파업이 벌어진 바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더 나은 일자리와 의료, 교육, 주거 접근성, 임금을 요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금융·패션 중심지인 밀라노에서는 복면을 쓴 폭도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시설물에 불을 질렀다. 이 과정에서 271명이 체포됐고 대부분 미성년자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른바 '10월17일 운동'이 결성돼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이탈리아 전역 도시에서 시위를 벌이는 '상시 동원'이 선언됐다.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광범위한 반정부 운동 '플라밍고'에 합류해 에디 라마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반부패는 시위대의 핵심 요구 가운데 하나다.

세르비아에서는 2024년 노비사드역 지붕 붕괴 참사를 계기로 촉발된 반부패 시위를 대학생들이 주도하고 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전 대통령은 오는 25일 조기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로 권좌에 복귀하려 하고 있다.

마리아 실베스트레 스페인 데우스토대 사회학 교수는 AP통신에 "많은 유럽인들이 강한 불확실성과 통제력을 잃었다는 느낌을 겪고 있다"며 "특정한 상황들이 한데 모이면 갑자기 불꽃이 붙고, 그 불만을 한 방향으로 모아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앤드루 케닝엄 캐피털이코노믹스 유럽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이번 폭동에 단일한 촉발 요인은 없다"며 "유가 상승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을 수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보다는 상승폭이 작다. 당시에는 이와 비슷한 폭력 시위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가 느리게 성장하고 정부들이 막대한 부채를 쌓아놓은 탓에 많은 유럽인들에게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정치인들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 공공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낮출 여지가 거의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자크기 설정

상단으로 이동
로딩중로딩아이콘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