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뉴스에서도 뉴시스 언론사 픽

남극 얼음으로 '유령 입자' 잡았다…노벨물리학상 할젠은 누구

등록 2026/10/06 19:53:27

수정 2026/10/06 20:10:24

벨기에 출신 82세 물리학자…1988년 남극 중성미자 관측 구상 제시

국제 연구진 이끌며 아이스큐브 구축…고에너지 우주 관측 새 길 열어

"전혀 예상 못 했다…결정적 기여한 공동연구진 공로 알려지길"

A portrait of Francis Halzen is shown on the screen during the announce of the recipient of the 2026 Nobel Prize in Physics at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Stockholm, Sweden, Oct. 6, 2026. (Christine Olsson/TT News Agency via AP)

A portrait of Francis Halzen is shown on the screen during the announce of the recipient of the 2026 Nobel Prize in Physics at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Stockholm, Sweden, Oct. 6, 2026. (Christine Olsson/TT News Agency via AP)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남극의 얼음을 거대한 관측 장비로 바꿔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를 포착한 프랜시스 할젠(82)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교수가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6일(현지 시간)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에 대한 결정적 기여와 천체에서 비롯된 고에너지 중성미자 발견 공로로 할젠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할젠 교수는 수상 소식을 접한 뒤 "정말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번 수상이 대규모 공동연구진, 특히 오랜 시간 이 프로젝트에 핵심적이고 결정적인 기여를 해온 분들의 공로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입자 연구에서 우주로…남극 얼음에 주목한 물리학자

1944년 3월23일 벨기에 티넨에서 태어난 할젠 교수는 1969년 벨기에 루벤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처음에는 쿼크로 구성된 입자들을 연구했지만, 이후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로 관심을 넓혔다. 입자물리학과 천체물리학을 연결해 우주의 고에너지 현상을 이해하는 연구에 나선 것이다.

그의 연구 인생을 대표하는 성과는 남극점의 얼음 속에 구축한 중성미자 관측소 '아이스큐브'다. 남극의 깊은 얼음에 빛 센서를 설치하면 먼 우주에서 날아온 중성미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구상을 제시하고, 국제 공동연구진을 이끌어 실제 관측 성과로 연결했다.

물질 통과하는 ‘유령 입자’…우주의 비밀 전하는 단서

중성미자는 전하가 없고 질량이 매우 작은 입자다.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아 지구와 사람의 몸을 대부분 그대로 통과한다. 이 때문에 '유령 입자'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관측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드물게 물질과 반응할 때 생기는 흔적을 포착하면 검출할 수 있다.

이처럼 포착하기 어려운 성질은 우주를 관측하는 데 강점이 된다. 전하를 띤 우주 입자는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경로가 휘지만, 중성미자는 자기장에 휘지 않는다. 빛이 빠져나오기 어려운 천체 내부에서도 탈출할 수 있어 우주의 격렬한 현상이 어디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추적하는 단서가 된다.

얼음 속 센서 5160개…고에너지 중성미자 관측의 새 길

할젠 교수는 1988년 동료 물리학자와 함께 남극 얼음을 활용한 중성미자 관측 구상을 처음 제시했다. 중성미자가 얼음 속 원자핵과 충돌할 때 생성되는 입자들이 내는 미세한 빛을 센서로 포착한다는 방식이다.

남극의 깊은 얼음은 어둡고 안정적이며, 바다처럼 생물이 내는 빛의 방해도 없었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이스큐브의 전신인 '아만다(AMANDA)' 실험 초기에는 얼음 속 기포가 빛을 흩뜨려 입자의 이동 방향을 알아내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더 깊은 곳의 얼음이 맑고 투명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센서를 아래로 내려 문제를 해결했다. 뜨거운 물로 얼음에 깊은 구멍을 뚫은 뒤 센서가 달린 케이블을 넣는 기술도 활용했다.

얼음 속 천문대 (사진=노벨 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얼음 속 천문대 (사진=노벨 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할젠 교수는 연구자와 엔지니어들을 모아 관측소 건설을 이끌었다. 아만다 실험으로 가능성을 확인한 뒤 더 드문 고에너지 우주 중성미자를 잡기 위해 관측 규모를 키웠다.

그 결과물인 아이스큐브는 남극점 지표면 아래 1450~2450m 깊이에 광학 센서 5160개를 배치해 약 1㎦의 얼음을 검출 공간으로 활용한다. 2011년 완성된 장비로 본격적인 관측에 들어갔다. 아이스큐브 국제 공동연구에는 14개국 58개 기관에서 약 450명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진은 2013년 고에너지 우주 중성미자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첫 증거를 발표했다. 당시 분석한 고에너지 중성미자 사건은 28건이었다. 이후 관측 자료가 쌓이면서 지구 대기에서 발생한 중성미자만으로는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명확해졌다.

이번 수상은 중성미자를 처음 발견한 성과와는 구분된다. 태양과 초신성에서 날아온 중성미자의 관측은 앞서 이뤄졌다. 할젠 교수가 이끈 아이스큐브 연구는 훨씬 높은 에너지의 중성미자를 포착해, 우주에서 입자를 극도로 높은 에너지로 가속하는 환경을 연구할 새로운 길을 열었다.

마크 피어스 노벨물리학위원회 위원장은 "프랜시스 할젠은 국제적인 연구자와 엔지니어 팀을 이끌어 훌륭한 관측 장비를 만들어냈다"며 "그의 끈기와 과학적 비전은 새로운 형태의 천문학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아이스큐브의 관측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구체적인 발생원을 찾고, 빛과 다른 입자의 관측 결과를 함께 분석해 우주의 고에너지 현상을 규명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자크기 설정

상단으로 이동
로딩중로딩아이콘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