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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키우던 20년 사다리 사라진다…금호미술관 38년 만에 폐관

등록 2026/09/05 00:00:00

2027년 7월 미술사업 전면 종료…클래식 음악에 집중

2004년 '금호영아티스트' 시작…95명 신진작가 발굴

창작스튜디오 운영하며 작업공간·전시·비평 지원

금호미술관 박혜수 개인전이 10월18일까지 열린다. *재판매 및 DB 금지

금호미술관 박혜수 개인전이 10월18일까지 열린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젊은 작가를 20년 넘게 키워온 사다리 하나가 사라진다.

한국 현대미술의 신진작가 등용문 역할을 해온 금호미술관이 38년 만에 문을 닫는다.

미술관은 전시만 여는 곳이 아니다.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찾아내고 작품을 펼칠 공간을 내주며 미술계에 첫발을 디딜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특히 기업이 운영하는 사립미술관의 신진작가 지원은 기업의 이윤을 문화예술로 환원하는 메세나의 중요한 역할이다.

금호미술관은 그 일을 오래 했다. 그러나 그 역할도 이제 끝을 앞두고 있다.

금호문화재단은 4일 "중장기 사업 운영 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2027년 7월을 끝으로 금호미술관 운영을 비롯한 미술사업을 전면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사업 역량을 선택·집중해 문화예술 지원을 지속가능하게 이어가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폐관 때까지 예정된 전시와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

금호미술관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금호미술관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금호미술관은 1989년 서울 관훈동에 문을 연 금호갤러리가 전신이다. 당시부터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1996년 경복궁 앞 사간동에 지상 4층 건물을 신축해 이전하면서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젊은 작가 지원은 2004년 '금호영아티스트'를 시작하면서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았다.

만 35세 이하 작가를 대상으로 평면과 입체, 다중매체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역량 있는 신진작가를 발굴했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미술관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개인전 기회가 주어졌다. 2024년까지 95명의 작가가 이 프로그램을 거쳤다.

작가에게 미술관 개인전은 상업화랑 전시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작품 판매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작업세계를 규모 있게 펼칠 수 있다. 큐레이터와 전시를 만들고 비평과 연구를 거치며 작가로서 자신의 언어를 다듬는 기회이기도 하다.

금호미술관의 지원은 전시에서 끝나지 않았다. 2005년 경기도 이천에 금호창작스튜디오를 설립해 젊은 작가들에게 작업공간을 제공했다. 입주 작가들은 창작공간뿐 아니라 전시와 비평 워크숍, 외부 기관과의 교류, 출판 등의 지원을 받았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금호미술관 1층에 전시된 화려해진 오치균의 뉴욕 3기 시리즈.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금호미술관 1층에 전시된 화려해진 오치균의 뉴욕 3기 시리즈.

[서울=뉴시스] 금호미술관 김보희 개인전 전시전경. 2020.5.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금호미술관 김보희 개인전 전시전경. 2020.5.15. [email protected]

금호미술관은 신진작가 발굴에만 머물지 않았다. 중견·원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도 꾸준히 열었다.

‘감’ 연작으로 유명한 오치균은 2016년 금호미술관에서 30여 년간 그린 뉴욕 풍경 100여 점을 선보였다. 조각가 정현은 2001년 금호미술관 개인전을 계기로 폐침목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018년 17년 만에 다시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20년 김보희 개인전 'Towards'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도 관람객들이 줄을 서며 화제를 모았다. 김보희의 작품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전시로도 주목받았다.

미술관 운영 환경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 변화와 함께 달라졌다.

1989년 금호갤러리 개관 때부터 미술관을 이끌어온 박강자 전 관장은 2019년 물러났다. 이후 관장 자리는 공석으로 유지됐다. 박 전 관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누나다.

재단은 앞으로 클래식 음악가 발굴과 육성에 역량을 집중한다. 금호영재콘서트를 비롯해 젊은 음악가에게 고악기를 무상 대여하는 금호악기은행, 금호솔로이스츠, 금호매니지먼트스쿨 등의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현재 금호미술관에서는 박혜수 개인전 '사람들은 진실에 관심이 없다'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이어지며 작가와의 대화와 강연 등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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