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vs 창어…21세기 ‘스타워즈’도 막 올린다[유인 달 탐사②]
등록 2026/04/04 07:00:00
헬륨-3·물 얼음 등 '우주 광산' 선점 경쟁…달=화성 탐사용 '우주 주유소'
NASA, 달 궤도기지 대신 표면기지에 속도…中도 '창어'로 달 남극 겨냥

미 항공우주국(NASA)이 구축할 달 표면기지 상상도.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NASA(미 항공우주국)의 '아르테미스 2호'가 달을 향한 유인 궤도 비행을 항해를 시작하며 인류의 시선은 다시 지구의 유일한 위성으로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비행은 반세기 전 아폴로 계획과는 그 결이 다르다. 21세기의 달 탐사는 더 이상 누가 먼저 발자국을 남기느냐는 체제 경쟁의 장이 아니다. 이제는 달에 묻힌 막대한 자원을 누가 먼저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우주로 나아갈 '영토'를 확보하느냐는 경제적·안보적 실익의 현장이 됐다.
‘체제 과시’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경제적 실익’…자원 확보 경쟁 불붙는다
업계에서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멈췄던 유인 탐사가 아르테미스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재개된 가장 큰 동력을 '자원'에서 찾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래 청정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헬륨-3'는 달 탐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핵심 키워드다.
달 표면에 약 110만 톤 이상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헬륨-3는 핵융합 발전의 이상적인 연료로, 단 1g으로 석탄 40톤의 에너지를 낼 수 있어 인류가 수천 년간 쓸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1톤만으로도 대도시 하나가 1년간 사용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니는 셈이다. 지구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이 희귀 자원을 선점하는 국가가 차세대 에너지 패권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재료인 희토류와 티타늄 등 전략 광물이 풍부하다는 점도 달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이유다. 과거에는 비용 대비 효율이 낮아 포기했던 자원 채굴이 우주선 재사용 기술의 발달로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이제 달은 단순한 관측 대상이 아닌 우주 광산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AP/뉴시스] 1일(현지 시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 39B 발사대에서 미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2호 달 탐사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NASA는 아르테미스 2호가 우주비행사 4명이 탑승한 우주선 '오리온'을 탑재하고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2026.04.02.](https://img1.newsis.com/2026/04/02/NISI20260402_0001150918_web.jpg?rnd=20260402090238)
[케이프커내버럴=AP/뉴시스] 1일(현지 시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 39B 발사대에서 미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2호 달 탐사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NASA는 아르테미스 2호가 우주비행사 4명이 탑승한 우주선 '오리온'을 탑재하고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2026.04.02.
화성으로 가는 ‘우주 주유소’ 될 달…심우주 탐사 테스트베드로도 활용
아울러 NASA가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는 달 그 너머에 있다. 인류를 화성에 보내기 위해서는 지구보다 중력이 6분의 1 수준인 달을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달 남극의 영구 음영 지역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 얼음 형태의 ‘물’은 이번 탐사의 결정적 목표 중 하나다. 이 물을 전기 분해하면 승무원이 마실 물과 호흡할 산소 뿐만 아니라, 로켓의 주연료인 수소와 산화제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달을 심우주 항해를 위한 우주 주유소이자 연료 보급소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달 표면의 극한 환경은 미래 화성 탐사 및 거주를 위한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아르테미스 2호의 오리온 우주선이 수행 중인 심우주 방사선 차폐 기술 검증과 장기간 유인 거주를 위한 생명 유지 장치 테스트는 향후 수개월이 걸릴 화성행 여정의 생존 가능성을 타진하는 핵심 데이터가 될 전망이다.
NASA, ‘이그니션’ 선언으로 달 개발 속도전…게이트웨이 대신 ‘표면 기지’ 직진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NASA의 우주 탐사 전략이 근본적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최근 NASA가 '이그니션' 행사를 통해 발표한 전략의 핵심은 속도전이다. 업계에 따르면 NASA는 당초 추진하던 달 궤도 정거장 '게이트웨이(Gateway)' 구축 계획을 유보하고, 달 표면에 직접적인 상주 기지를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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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략 수정은 경쟁 국가인 중국의 거센 추격 때문이다. 제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이 "강대국 간의 경쟁 속에서 임무 성패의 척도는 연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측정된다"며 우주 탐사 분야가 ‘시간 싸움’이라는 점을 직접 강조했을 정도다.
아는 궤도 정거장 건설에 시간을 쏟기보다는 달 표면에 먼저 '말뚝'을 박아 실질적인 영토권을 행사하고 자원 채굴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달의 특정 지역을 선점해 자원을 확보하는 행위가 향후 국제법적 우위를 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6호’가 4일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서 샘플 채취에 성공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중국 베이징 국가우주국(CNSA) 본부에서 연구인원들이 창어-6호 착륙 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 2024.06.04](https://img1.newsis.com/2024/06/02/NISI20240602_0020362240_web.jpg?rnd=20240602121154)
[베이징=신화/뉴시스]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6호’가 4일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서 샘플 채취에 성공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중국 베이징 국가우주국(CNSA) 본부에서 연구인원들이 창어-6호 착륙 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 2024.06.04
중국의 ‘우주 굴기’…창어 6·7·8호가 그리는 달 남극 선점 시나리오
미국이 아르테미스 2호로 앞서가는 듯 보이지만, 중국의 추격세도 매섭다. 중국은 '창어(Chang'e)' 임무를 통해 인류 최초의 달 뒷면 착륙(창어 6호)해 토양 샘플 채취까지 성공했고, 2030년 이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가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계획은 치밀하다. 창어 6호가 달 뒷면의 샘플을 채취해 돌아오는 데 이어, 창어 7호는 달 남극의 자원 조사를, 창어 8호는 현지 자원을 활용한 3D 프린팅 기지 건설 기술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특히 러시아와 협력해 추진 중인 '국제달과학연구기지(ILRS)'는 미국의 아르테미스 협정에 맞불을 놓는 우주 연맹 체제로, 이른바 달을 둘러싼 신냉전 구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중국이 미국보다 먼저 달 남극의 수자원 밀집 지역을 선점할 경우 우주 영토권 분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도 나온다. 21세기의 달 탐사는 더 이상 인류 공동의 승리가 아니라 국가 이익을 건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된 셈이다.
결국 현재 달 뒷면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아르테미스 2호의 승무원들은 단순한 탐험가가 아니라 미국의 국가 전략을 최전선에서 수행하는 요원들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오리온 우주선이 수립할 40만km의 비행 기록은 인류가 지구의 영향권을 벗어나 독자적인 우주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NASA는 "아르테미스는 달을 넘어 화성으로 가기 위한 위대한 도약"이라며 이번 임무의 의의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수사 뒤에는 자원 확보와 안보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치열한 계산도 함께 깔려 있다.
54년 만에 본격 재개된 인류의 달 항해는 이제 막을 올렸다. 아르테미스와 창어, 두 우주 강국이 벌이는 21세기 '스타워즈'의 결과에 따라 향후 수백년간 인류가 우주에서 누릴 권리와 자원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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