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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무공실 신화 옛말…짐싸는 IT 기업들[오피스 지각변동①]

등록 2026/07/11 06:00:00

수정 2026/07/11 06:56:24

핵심 오피스에도 3만㎡ 공실…"같은 돈이면 강남"

이전 기업 40%가 IT업체…분당·제2판교로도 이동

[서울=뉴시스] SK바이오사이언스 인천 송도 본사 전경.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2026.6.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SK바이오사이언스 인천 송도 본사 전경.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2026.6.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무공실 지역'으로 여겨졌던 판교 오피스 시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최근 판교역 인근 핵심 오피스에서 약 3만㎡ 규모의 공실이 발생하며 시장 변화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판교를 대표하던 IT 대기업들의 비용 절감과 조직 재편에 나서면서 오피스 시장이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뉴시스가 법인등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판교권에서 다른 지역으로 본점 주소를 이전한 기업은 241곳으로 집계됐다. 

판교를 떠난 기업의 40%는 소프트웨어·게임 등 IT 기업이었고, 47%는 설립 5년 미만의 스타트업이었다. 판교에서 성장한 기술기업들이 높아진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규모의 이전 사례는 SK바이오사이언스다. 회사는 작년 9월 분당 사옥 '에코허브'를 계열사 SK가스에 506억원에 매각한 뒤 지난 5월 본사와 임직원 576명을 인천 송도로 옮겼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기업 이탈이 이어지면서 '무공실 신화'로 불리던 판교에도 공실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판교역 인근 핵심 오피스는 사실상 공실이 없는 시장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1~2개월 사이 약 3만㎡ 규모의 공실이 발생했고 앞으로도 추가 공실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는 높은 임대료와 확장성 문제로 판교 대신 성수, 강남 등 서울 도심권 오피스 추가 임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SK그룹도 리밸런싱 차원에서 사무공간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 계열사 중에는 SK AX(옛 SK C&C), SK플래닛, SK케미칼 등이 판교권에 본사 또는 주요 사업장을 두고 있다.

판교를 떠난 기업들의 행선지는 강남으로 쏠렸다. 판교에서 서울로 이전한 기업 61곳 가운데 48곳(78.7%)이 강남3구를 선택했다. 강남구가 29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 12곳, 송파구 7곳이 뒤를 이었다. 행정동 기준으로는 역삼동이 10곳으로 가장 많았다.

기업들이 판교를 떠난 가장 큰 배경에는 치솟은 임대료가 있다. 최근 1년간 판교·분당 오피스 임대료는 8.0% 상승한 반면 강남은 2023년 10.4%에서 2024년 6.2%, 2025년 5.3%, 올해 1분기 3.1%로 상승세가 둔화했다. 그 결과 판교·분당 임대료는 강남의 84% 수준까지 올라 사실상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판교 초대형 오피스의 실질임대료(NOC)는 평당 30만8000원으로 강남 중대형 빌딩 평균(28만9000원)보다 높다. 강남 전체 평균(30만1000원)마저 넘어선 수준이다. 판교 초대형 오피스 임대료면 같은 비용으로 강남 테헤란로의 중대형 빌딩을 임차할 수 있는 셈이다.

비용 부담에 따른 '하향 이동'도 나타났다. 52개 기업은 판교를 떠나 분당으로 이전했다. 정자동 16곳, 수내동 14곳, 야탑동 10곳, 서현동 8곳 등 분당선 일대 구축 오피스에 집중됐다. 1분기 공실률이 10.3%까지 높아진 분당이 판교 이전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가 있는 성남 수정구 시흥동으로 이전한 기업도 23곳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판교가 포함된 분당권역(BBD)의 임대료는 전 분기 대비 1.6% 하락하며 서울·분당 주요 권역 가운데 유일하게 내림세를 기록했다. 판교 소형 오피스를 제외한 전 면적대에서 임대료가 하향됐고, 보고서는 "임대료 지표가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판교 핵심 권역은 오랫동안 공실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장이었지만 우량 임차인의 이동이 현실화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임대 전략과 투자 판단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제3판교 공급도 예정된 만큼 시장에서는 이번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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