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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봉지는? 비닐하우스는?…'나프타 부족' 커지는 걱정

등록 2026/03/24 05:02:00

수정 2026/03/24 05:42:24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수급 차질 문제 생겨

포장재·비닐제작 중소기업, 여파 고스란히

업계 "재고 부족…여타 산업 영향까지 우려"

[테헤란=AP/뉴시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석유 저장 시설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6.03.24.

[테헤란=AP/뉴시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석유 저장 시설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6.03.24.

[서울=뉴시스]권혁진 강은정 기자 = "포장재 원재룟값이 2주 만에 톤당 15%가 올랐어요. 업계에 몸담은 35년 중 가장 힘든 상황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와 비교가 안 됩니다."

강석원(63) 케이팩 대표이사는 24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주로 마트나 식품 업체에 포장 용기, 비닐을 납품하고 있는데 중동전쟁이 장기화되면 완전히 대란이 일어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28일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나프타(납사)'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중소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비닐 생산업체들은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 원료비와 바닥을 보이는 재고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분리돼 나오는 탄소화합물로, 플라스틱, 비닐 등 대다수 석유화학 제품에 쓰여 '중화학 공업의 쌀'로도 불린다. 국내로 수입되는 나프타의 54%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데 중동전쟁 직후 이란이 해당 해협을 봉쇄하면서 나프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종량제 봉투 생산 업체 N사의 이모(45) 실장은 "15년 동안 종량제 봉투를 만들면서 간혹가다 중동에서 군사적 충돌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제일 심각하다. 원료 수급 자체가 이 정도로 안 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 실장은 "전쟁이 터지고 원료비가 톤당 20만~40만원 정도 올랐는데 다음 달부터 80만원까지 오른다는 얘기가 있다"며 "종량제 봉투는 조달청 단가가 정해져 있는데 그 단가로 손해를 보면서 납품할 수는 없다. 공장이 멈추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연합회)가 중동 전쟁 직후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 기업 37곳 중 71.1%는 공급사인 석화 기업으로부터 합성수지 공급 축소 및 중단 가능성을 안내받았다. 실제 원료 가격 인상 통보를 받은 업체도 92.1%에 달했다. S&P 글로벌 에너지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나프타 가격은 약 50% 상승해 톤당 875달러 수준까지 급등했다.

[호르무즈=AP/뉴시스]지난 11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UAE 해군 함정이 화물선과 유조선 옆에서 순찰하고 있다. 2026.03.24.

[호르무즈=AP/뉴시스]지난 11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UAE 해군 함정이 화물선과 유조선 옆에서 순찰하고 있다. 2026.03.24.

문제는 나프타 가격이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에서도 시중에 풀리는 물량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연합회에 의하면 10인 미만의 소기업이 대부분인 플라스틱 업계 특성상 원활하지 않은 물량 공급을 가장 염려하고 있었다. 평균 재고량의 경우 종량제 봉투 생산 업체는 15일, 농업용 필름류 기업은 15~20일이라는 것이 연합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닐하우스용 농업 필름을 제작하는 모 중소기업의 대표 A씨는 "공급처인 석유화학회사들도 서로 가늠을 못 하고 있다"며 "운 좋게 해상에 나프타를 실은 배가 뜨면 그때마다 공급처 판매 담당자들이 전화로 구매 의사를 묻는다. 그런 식으로 겨우 배정받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업계는 나프타 수급 문제로 자칫 식품, 농업 등 다른 분야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했다.

강 대표이사는 "다음 달 중순이면 원재료인 레진, 필름이 떨어질 것 같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포장재 공급이 어려워져 식품 업계도 파국을 맞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유통기한이 있는 식품은 포장이 중요한데, 포장재가 없으면 변질이 돼서 식품회사도 일하기가 어려워지고 소비자들도 못 먹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A씨도 농업용 필름 시장의 성수기인 7월을 벌써 걱정하고 있었다. A씨는 "지금도 주문이 들어오는 데도 못 받고 있는데 전쟁이 7월을 넘어가면 비닐이 없어 농업계에서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장용 비닐이 필수인 섬유업계는 이미 가격 상승 여파를 겪고 있었다.

티셔츠 전문 생산 업체인 호야테크의 이혁주(45) 이사는 "비닐을 발주하려고 했는데 2주 새 35%가 올랐다"며 "가을·겨울 시즌 준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사긴 했는데 비닐 업체 중에서 아예 주문 물량을 못 받겠다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나프타 수출 제한'과 '정유사의 수입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숨죽이면서 다음 달을 지켜보고 있다"며 "국내에서 사용할 나프타 물량도 모자란 상황이므로 석유화학회사의 수출을 통제할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로 다른 수입처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전날 '중동 상황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를 갖고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는 석유제품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약 40%인 수출 물량에 대해 단계적으로 수출을 조정하고, 이를 국내 공급으로 돌려 충격을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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