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장, 사법개혁 3법'에 전격 사의…사법부 침통
등록 2026/02/27 18:12:40
수정 2026/02/27 18:20:24
박영재 처장, '이재명 선거법 사건' 주심 지내
자신을 향한 여권의 강한 거부감도 고려한 듯
자성 목소리와 함께 부작용 우려했던 사법부
국회가 처리 강행해 무력감 속 무거운 분위기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 처장은 27일 사의를 밝혔다. (공동취재) 2026.02.27.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2/25/NISI20260225_0021186984_web.jpg?rnd=20260225142503)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 처장은 27일 사의를 밝혔다. (공동취재) 2026.02.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27일 국회의 '사법개혁 3법(법 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처리 강행에 반발해 전격 사임했다. 사법부에서는 정치권에 강한 우려의 뜻을 전달해 왔으나 법안 처리를 막지 못한 데 따른 무력감도 읽힌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처장은 취임 42일 만인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를 받아들이면 박 처장은 다시 대법관 재판 업무에 복귀한다. 이 경우 역대 처장 가운데 임기가 가장 짧았던 사례로 남게 된다. 새 처장이 임명될 때까지는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
박 처장은 대법 공보관실을 통해 입장을 전하며 "최근 여러 상황과 법원 안팎의 논의 등을 종합해볼 때 제가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아 처장직을 내려놓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디 현재 진행되는 사법제도 개편 관련 논의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박 처장 뿐만 아니라 전임 천대엽 처장 때도 대법은 줄곧 정치권을 향해 '사법개혁 3법'의 위헌 소지와 사법 체계에 미칠 다양한 부작용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차례차례 통과되는 수순을 밟자 결국 자신이 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며 반대 의사를 거듭 전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향한 여권의 강한 거부감 역시도 고려한 것으로 읽힌다. 박 처장은 지난해 5월 1일 대법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주심을 맡았다.
당시 대법은 사건 접수 34일, 배당 9일 만에 결론을 내놓으면서 유례 없는 속도로 논란을 일으켰다.
반대하는 의견을 냈던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판결문에 "신속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유례 없이 빠른 선고를 우려하는 입장을 남겼다. 이를 두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재 반박 보충의견을 단 대법관 중 하나가 박 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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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여권을 중심으로 '대법원이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번졌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입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을 대표해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등 대외적으로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박 처장은 지난달 첫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자마자 여권 의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박 처장을 향해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 "사퇴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임명을 거절했어야 한다"고 몰아 세웠다.
박 처장의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진 후 대법을 비롯한 사법부 내부에서는 침통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02.27.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2/27/NISI20260227_0021189395_web.jpg?rnd=20260227100842)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02.27. [email protected]
그동안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게 아니었고, 법안 하나하나 모두 절대 가볍다고 볼 수 없는 부작용이 있어 숙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호소해 왔지만 법안들의 통과를 막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전날 국회를 통과한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는 판결에 불만을 품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당사자들로 인해 판·검사를 옥죄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재판소원 허용도 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 다시 다퉈볼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셈인 만큼 당사자들로 하여금 '소송 지옥'이 열릴 것이라는 우려도 계속된다.
대법관 증원 역시 여당의 12명 증원에 대해서는 대법의 핵심 기능인 전원합의체의 충실한 심리가 불가능해지거나 결론이 늦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늘어난 대법관을 보좌할 판사를 대법 재판연구관으로 보내야 하는 만큼 하급심의 부실화도 우려된다.
이런 입장은 수뇌부라 할 수 있는 법원행정처나 고위 법관들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공청회나 각급 법원 판사들의 대표들로 구성됐던 전국법관대표회의 차원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우려를 표명해 왔다.
법원행정처 사정에 밝은 현직 법관들 사이에서는 다른 고위 법관들이 연이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종의 집단 행동이나 사법 파동으로 비칠 수 있고, 그럴 경우 여권의 사법개혁 추진 동력에 더 힘을 실어주는 논거로 활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법개혁 3법의 성격상 재판 업무에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데에는 현직 판사들 사이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개별적으로 사의를 밝히는 판사들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한편 여권은 아랑곳 않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고 나섰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박 처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한 데 대해 "사표를 낼 사람은 조희대 대법원장"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5시32분께 대법원 청사를 나서며 박 처장의 사의 표명을 묻는 말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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