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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완전히 결백한 사람이 있겠습니까"[객석에서]

등록 2026/11/08 07:00:00

알베르 카뮈 소설 1인극으로…연극 '전락'

선량함 뒤 감춰진 인간 위선·이중성 조명

[서울=뉴시스] 연극 '전락' 공연에 출연 중인 배우 이동휘. (사진 =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2026.11.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연극 '전락' 공연에 출연 중인 배우 이동휘. (사진 =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2026.11.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저는 인격도 이중적이고 직업도 이중적입니다."

자신의 이중성을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는 한 남자. 능청스러운 말투로 풀어내는 그의 과거는 때로 웃음을 자아내지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묘한 불편함이 고개를 든다.

프랑스 대표 작가 알베르 카뮈가 1956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전락'이 지난달 25일 개막했다.

1인극으로 구성된 작품은 파리에서 성공한 변호사였던 장 바티스트 클라망스가 암스테르담의 한 술집에서 낯선 상대에게 자신의 삶을 고백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클라망스는 자신이 정의롭고 선량한 사람이었다고 소개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변호해주고, 약한 이들을 보면 누구보다 먼저 나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마냥 순수한 마음은 아니었다. 자신의 도덕적 우월함을 즐겼고 타인의 존경을 받는 데서 만족감을 느꼈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을 기회를 거절하고는, 그 거절 자체가 오히려 훈장이라며 은근히 자신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런 그의 삶에 균열이 생긴다.

어느 날 밤 센강에 몸을 던진 한 여자를 구하지 않고 외면했던 일이 계기가 된다. 클라망스는 당시를 떠올리며 귀찮았노라고, 하지만 누군가 보고 있었다면 달랐을 거라고 말한다.

자신의 비겁함을 인정하는 이 짧은 고백은 그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선량함의 이면을 드러낸다. 남들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누구보다 정의로웠지만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는 너무도 쉽게 타인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사실에 그동안의 선행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되묻게 한다.

자신의 위선을 깨달은 그는 '고해판사'가 되기로 한다. 스스로의 죄를 고백하는 사람인 동시에 다른 사람의 죄를 심판하는 모순적인 존재다.

그가 건네는 참회의 고백은 단순히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먼저 털어놓아 타인의 비난을 피하고, 상대 역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려 한다.

인격도, 직업도 이중적이라던 그의 말은 결코 가벼운 농담이 아니었던 셈이다.

[서울=뉴시스] 연극 '전락' 공연에 출연 중인 배우 이동휘. (사진 =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2026.11.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연극 '전락' 공연에 출연 중인 배우 이동휘. (사진 =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2026.11.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인물의 이중성은 무대 위 그림자를 통해서도 표현된다. 

클라망스가 물에 빠진 여자와 그를 괴롭히는 정체 모를 웃음소리를 이야기할 때, 무대 가운데 선 배우의 그림자는 양쪽 벽에 거대하게 드리워진다. 실제 모습과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 외면하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죄책감처럼 느껴지는 연출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동휘와 윤나무가 클라망스 역을 맡는다. 

처음 1인극에 출연한 이동휘는 90분간 홀로 무대에 서서 클라망스의 고백을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자신의 선량함을 과시할 때는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짓다가도, 그 뒤에 감춰진 위선을 털어놓을 때면 냉소와 불안이 드리운다. 상대의 죄를 집요하게 추궁할 때는 묘한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클라망스의 고백은 자연스럽게 객석을 향한다. 관객들은 클라망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위선적인 행동을 평가하지만, 어느 순간 그에게 향했던 시선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누구라도 완전히 결백한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동휘의 외침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귓가에 맴돈다.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 하나가 마음에 남는다.

공연은 다음 달 6일까지 대학로 TOM 2관.

연극 '전락' 포스터.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전락' 포스터.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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