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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막았더니 검색도 못 한다?…구글이 학교에 던진 딜레마[사이다IT]

등록 2026/11/08 07:00:00

수정 2026/11/08 07:18:24

구글, 학생용 계정서 내년부터 '제미나이'와 '구글 검색' 묶어서 차단 고지

AI 차단 시 검색도 막혀 美 교육계·정치권 "학교 상대 갈취" 거센 반발

국내서도 미성년자 AI 규제 법안 발의…수업용 플랫폼 AI 분리 설정 과제

[리버사이드=AP/뉴시스] 2026년 1월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미술교사 조이스 하치다키스가 구글 제미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2026.01.22.

[리버사이드=AP/뉴시스] 2026년 1월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미술교사 조이스 하치다키스가 구글 제미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2026.01.22.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 "우리 동네 폭염 일수가 10년 전보다 얼마나 늘었는지 알아봅시다." 어느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기상 관측 자료와 지역 신문 기사를 대조하는 숙제를 냈다. 하지만 학교에서 나눠준 교육용 태블릿PC로 구글에 접속한 학생들은 검색 창을 아예 쓸 수 없었다. 학교 측이 인공지능(AI) 악용을 막기 위해 기능 제한을 걸자, 구글 검색 서비스까지 통째로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구글의 교육용 계정 운영 정책이 미국 교육계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구글이 초·중·고 학생용 계정에서 내년 초부터 대화형 AI '제미나이'와 '구글 검색' 서비스를 기본적으로 끄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뉴욕시 공립학교가 중학생 이하의 생성형 AI 사용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등 청소년의 AI 남용을 막으려는 움직임 속에서 나온 조치입니다.

문제는 묶음 판매 방식의 설정입니다. 학교 계정 관리자가 검색 기능을 열어두면 검색 결과를 알아서 요약해 주는 'AI 개요'와 'AI 모드'가 함께 열립니다. 하지만 검색 기능만 따로 살리고 AI 기능만 끄는 선택권은 없습니다.

결국 학교가 수업에 구글 검색을 활용하려면 AI 답변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셈이죠.

미국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셉니다.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은 "구글이 학생들의 AI 사용을 차단하면 검색 서비스까지 끊겠다며 학교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를 '갈취 행위'로 규정하고 비판했습니다. 미 아동권익단체 페어플레이는 구글이 학교에 AI 도입을 압박한다며 학생들에게 다른 검색엔진 사용법을 가르치자고 제안했습니다.

구글은 억울하다는 반응입니다. 크리스 필립스 구글 교육 부문 부사장은 뉴욕타임스에 "검색과 AI는 이미 깊이 통합돼 있다"며 "학교가 AI를 금지하면 검색 서비스도 함께 끊길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숙제 대필 넘어 안전 문제로…소송 휘말린 AI 기업들

[서울=뉴시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이미지. (사진 출처=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이미지. (사진 출처=유토이미지)

미국 교실이 이토록 AI 차단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숙제 대필이나 부정행위를 넘어, AI와의 대화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자해 위험을 키운다는 파문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미국에서 16세 아들을 잃은 부모는 챗GPT가 아들의 자살 위험을 키웠다며 오픈AI를 제소했습니다. 오픈AI는 그해 9월 자녀의 이용 시간대와 민감한 콘텐츠 노출을 관리할 수 있는 보호자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구글도 비슷한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13세 학생의 부모는 지난 2일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구글을 제소했습니다.

소장에 따르면 학생은 학교에서 지급한 크롬북으로 구글 검색의 'AI 모드' 등을 이용했습니다. 학생이 구글 AI와 자살 방법을 논의하고 자신의 장례식까지 계획했다는 게 부모 측 주장입니다. 소장에는 학교가 자해 위험을 감지해 부모에게 알렸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한국 교실도 AI 시대…수업에 필요한 기능만 켤 수 있을까

검색창에 AI가 들어오면 학교는 어디까지 제한해야 할까요. 미국 학교가 마주한 이 질문은 국내에서도 남습니다. 청소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규제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호주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검색 사업자에게도 검색에 내장된 AI의 위험을 살피고 대응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조인철 의원이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 사업자에게 이용자 연령 확인과 법정대리인 동의 의무를 부과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주희 의원안은 대화형 생성 AI 서비스 사업자에게 미성년자의 이용시간을 표시하고 이용을 제한할 수단을 마련하도록 합니다. 다만 두 법안 모두 검색 결과에 자동으로 붙는 AI 요약에 대한 규제 기준은 구체화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학교도 교육용 계정과 기기를 씁니다. 전북교육청은 학교에 '웨일북'을 보급했습니다. 서울·인천 등 11개 시도교육청에선 교수학습 플랫폼 계정으로 '웨일 스페이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브라우저 '웨일'에는 웹페이지를 읽다가 AI에 요약이나 번역을 요청할 수 있는 'AI 챗' 등 여러 AI 기능이 들어 있습니다.

 앞으로 청소년 AI 이용 제한이 수업용 기기와 플랫폼에 내장된 기능까지 확대되면 국내 학교도 검색은 열어두고 AI 답변만 끌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소년의 플랫폼 이용 제한을 논의한 전문가들로부터 이용 차단이 기업에 가장 손쉬운 조치라는 의견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연령별 접근 제한에만 초점을 맞추면 플랫폼이 서비스를 통째로 막는 쪽을 택하기 쉽고 청소년의 알 권리도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폭염 일수를 조사하는 수업에선 학생이 기상 통계와 기사를 직접 찾아 비교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AI가 내놓은 답을 검증하는 수업에선 그 답변 자체가 교재가 될 수 있죠.

구글 사례는 청소년의 AI 이용을 제한할 때 수업에 필요한 검색까지 막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앞으로 청소년 AI 규제를 설계할 때 연령별 이용 기준과 함께 학교가 수업 목적에 따라 검색은 열어두고 AI 답변만 끌 수 있게 할지도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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