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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벗은 록스타, 비로소 '구창모'가 되다…창모 정규 3집 '모놀리스'

등록 2026/10/03 13:00:28

10년의 페르소나 'UGRS'에 고하는 담담한 작별

자수성가 신화 뒤편의 결핍·피로 응시한 참회록

오는 11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 오케스트라로 확장

[서울=뉴시스] 창모. (사진 = 창모 제공) 2026.10.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창모. (사진 = 창모 제공) 2026.10.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성공의 궤적을 맹렬히 좇아 정점에 도달했을 때, 사람은 자신이 지나온 길 뒤편에 남겨진 결핍과 피로를 돌아보게 된다.

래퍼 창모(32·구창모)가 지난 1일 발표한 정규 3집 '모놀리스(MONOLITH)'는 자수성가의 무용담을 과시하는 대신, 지난 10년간 자신을 지탱해 온 '언더그라운드 록스타(Underground Rockstar·UGRS)'라는 겉옷을 차분히 내려놓는 기록이다.

음대 진학을 접고 경기 남양주 덕소에서 출발해 결핍과 야망을 연료 삼아 달려온 소년은 힙합 신의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자신이 몸담았던 전 레이블 앰비션 뮤직의 입단일이자 10주년이 되는 해, 정규 음반을 통해 한 시대를 매듭짓는다. "굿바이, 언더그라운드 록스타(GOODBYE, UNDERGROUND ROCKSTAR 2016-2026)."

이번 음반은 창모가 지닌 클래식에 대한 감각과 대중적 어법이 균형을 이룬 결과물이다. 거친 트랩 비트와 신스 위로 융스트링의 현악과 합창단이 얹히며 소리의 결을 입체적으로 빚어낸다. 과장된 수사를 덜어낸 자리엔 만든 이와 듣는 이 모두의 기억이 깃들 수 있는 공간감이 남는다.

성공의 피로와 신화의 안쪽

첫 곡 'UGRS 라잇 히어!(UGRS RIGHT HERE!)'는 개선장군의 귀환처럼 포문을 열지만, 노랫말 곳곳에는 성공의 표식에 짓눌린 예술가의 피로가 배어 있다. "내 오른 손목 안 줄래 파텍(Patek) / 이 수준엔 맨살이 멋" "거리의 시인 변신 부자 돼지새끼 / 과거는 지우는 게 멋"

최고급 시계 파텍 필립을 벗고 '맨살'을 내세우거나, 자신을 '부자 돼지새끼'라 자조하는 태도는 물질적 기표가 더 이상 내면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다는 솔직한 고백이다.

[서울=뉴시스] 창모 정규 3집 '모놀리스(MONOLITH)' 커버. (사진 = 창모 제공) 2026.10.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창모 정규 3집 '모놀리스(MONOLITH)' 커버. (사진 = 창모 제공) 2026.10.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폴 블랑코(Paul Blanco)가 참여한 '미 앤드 마이 클랜(ME AND MY CLAN)' 역시 동료애의 축제라기보다는 관계의 균열 뒤에 남겨진 쓸쓸함을 응시한다. "내 브로 데드(bro dead) 아님 적들이 돼 있지"라는 구절은 치열한 생존의 전장에서 살아남은 자가 마주한 현실을 담담히 드러낸다.

'랫츠(RATS)'를 지나 에픽하이 DJ 투컷(DJ TUKUTZ)과 함께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Feat. 서리) 그리고 '임펄스(IMPULSE)'에 이르면 시선은 한층 내밀해진다. "정신과 약이 깨니 난 경찰차에 타 있대? / 값비싼 맨션 앞 신고명 쓰러진 부랑자였대 / 값비싼 맨션 거긴 바로 내 세컨 하우스인데"

고가의 주택 앞에서 약에 취해 쓰러져 부랑자로 오인당하는 순간의 묘사는, 외적인 성취와 내면의 붕괴 사이의 낙차를 서늘하게 포착한다. '임펄스'에서 그는 10년 전 손댄 성공을 '선악과'에 비유하며, 세상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과시를 놓지 못하는 자신을 '역설(paradox)'로 짚어낸다.

고독의 도시와 빚진 자의 고백…'가스펠'

'도쿄 네온(Tokyo Neon)'과 '산겐자야(Sangenjaya)'(Feat. 지바노프, 폴 블랑코)의 낯선 풍경은 고향 덕소와 전성기의 기억을 교차시킨다. "트로피들은 달콤했지만 / 충치처럼 나를 썩혀 버렸지"라는 구절처럼, 성공의 이면을 돌아본 그는 '불러봐'(Feat. DIMO REX)를 거쳐 앨범의 정서적 중심인 '가스펠'에 닿는다.

'가스펠'은 열여섯 살 적 그에게 바흐 대신 재즈 비밥을 가르치며 "진정한 아티스트가 되라"고 격려했던 옛 은사를 기리는 곡이다. 입시 실패의 분노로 연락을 끊고 세상으로 나아갔던 소년은, 훗날 랩스타가 된 뒤에야 스승의 부고를 접한다. "나 10년 동안 LP판 앞면을 산 듯해 / 넘어가야 될 시간, 뒷면에 날 담을래 / 그만이 봤던, 나도 감춰 왔던 내 어릴 때 / 꺼낼래, 그냥 나 자체로 무대에 설게"

[서울=뉴시스] 창모.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2026.10.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창모.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2026.10.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박인영의 편곡과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이 곡에서 창모는 화려했던 성취의 '앞면'을 정리하고, 감춰두었던 유약한 '뒷면'을 꺼내놓는다. 뒤늦게 깨달은 윤리적 부채감을 정직하게 응시하며 한 시절의 매듭을 짓는다.

페르소나를 내려놓고 '구창모'로

마지막 곡 '왓 유 노 어바웃 미?(WHAT YOU KNOW ABOUT ME?)'는 서울시합창단의 코러스와 함께 자신의 본령으로 돌아온다. 강원 태백 탄광의 광부였던 할아버지의 삶을 떠올리며, 땅 밑에서 광맥을 파듯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을 캐온 자신의 뿌리를 긍정한다. "내가 아쉬울까? 그래 맞지 / 그 지난 10년의 내 이야기 / 엔딩에 닿을 시간야, 굿바이 미(goodbye me) / 살아남으려고 만들었던 / 오페라 속의 나, UGRS라이트히어(UGRSRIGHTHERE)"

그는 '언더그라운드 록스타'라는 수식어가 험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세운 방어기제였음을 인정한다. 지난 5월 세종문화회관 공연 실황 속 팬들의 함성을 배경으로, 그는 무대 위에서 예명이 아닌 본명 "구창모"를 부르게 한다. 인위적인 페르소나를 거두고 온전한 자연인의 자리로 복귀하는 순간이다.

음반의 서사는 다시 무대로 이어진다. 오는 11월 13~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 '모놀리스'는 정규 3집 수록곡들을 풀 라이브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선보인다. 서울시합창단과 함께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성시영 태평소 수석이 협연해 힙합과 클래식, 국악이 어우러지는 무대를 꾸민다. 지난 10년의 무게를 담담히 내려놓고 제 이름을 온전히 드러낸 음악가의 현재를 확인하는 자리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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