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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트닉과 50번 담판 "원래 합의대로"…美가 '터프하다' 한 김정관

등록 2026/10/02 14:07:40

수정 2026/10/02 22:22:10

"취임식도 안중요해"…취임 이틀 만에 관세 협상위해 방미

문제 생길 때마다 미국행…우리 입장 설명하고 해결 앞장

'상업적 합리성' 안전장치 넣고 트럼프 발표에 이의 제기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1. dahora83@newsis.com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우리 장관님이 엄청 피곤하다고, 터프하다고 또 그러더라. 아주 힘든 상대였던 모양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훌륭한 협상가로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미투자 협상을 이끌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두고 한 말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김 장관을 '터프하다'고 평가한 것을 이 대통령이 직접 전한 것이다.

김 장관은 "러트닉도 만만치 않았다"고 화답하며, 그동안의 한미 협상이 쉽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김 장관이 미국에서 '터프한 협상가'라는 평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도 미국 측은 김 장관을 터프한 협상가로 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내 사람들이 그가 매우 터프하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왜 미국에서 터프하다는 평가를 받았을까. 취임 이후 행보를 살펴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미국이 원하더라도 국익에 어긋나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21일 취임한 김 장관 앞에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이라는 난제가 놓여 있었다. 그는 취임 이틀 만인 23일부터 8월1일까지 미국에 머물며 협상에 뛰어들었다.

첫 출장은 험난했다. 7박10일 동안 워싱턴DC, 뉴욕, 스코틀랜드를 오가며 6차례 비행기를 타고 2만5000㎞를 이동했고, 한미 협상만 7차례 진행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2025.07.21.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2025.07.21. [email protected]

이런 노력은 7월30일 양국이 상호관세를 낮추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큰 틀에서 합의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취임하자마자 관세 협상에서 큰 역할을 맡은 셈이다.

 이후 양국은 8월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 내용을 승인했고, 10월29일 경주 APEC에서 타결을 발표한 뒤 11월14일 협상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를 확정했다.

이 기간에도 김 장관은 쉴 틈이 없었다. 지난해 9월16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취임 두 달 만에 러트닉을 20번 정도 만났다"며 책상을 치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협상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전하기도 했다.

올해는 대미투자 프로젝트 선정을 위해 태평양을 여러 차례 건넜다.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투자 집행이 늦어진다며 우리나라의 상호관세와 자동차·목재·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언급하는 등 공개 압박에 나섰다.

일본이 지난 2월과 3월 대미 투자 1·2호 프로젝트를 잇따라 발표하고, 대만이 비슷한 시기 정부와 민간을 합쳐 1조 달러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내놓자 미국은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높였다.

[인천공항=뉴시스] 정병혁 기자 =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25.10.24 jhope@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정병혁 기자 =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25.10.24 [email protected]

 

문제가 생길 때마다 김 장관은 해법을 찾으러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월29일 미국으로 건너가 러트닉 장관과 해결책을 논의했고, 3월 초에도 다시 방미해 우리 입장을 설명했다..

 당시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의 요구에 빨리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김 장관은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원칙 아래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대미투자 양해각서(MOU)에 상업적 합리성 기준과 연간 200억 달러 투자 한도를 정한 만큼, 미국이 원하는 사업이 아니라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제안한 루이지애나주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사업이 1호 투자 프로젝트로 선정되지 않은 것도 김 장관의 소신과 일관된 협상 태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지난 5월 방미를 마치고 귀국한 김 장관은 루이지애나 LNG 사업 참여에 대해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정부는 LNG 터미널 투자뿐 아니라 국내 조선업을 활용한 LNG 운반선 건조, 관련 기자재 공급, 장기 LNG 구매까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국 원리금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김 장관은 이후 이 사업에 대해 "원리금 회수가 안 되는 등 상업적 합리성 측면에서 검토하기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인천공항=뉴시스] 김명년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26.07.22. kmn@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김명년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26.07.22. [email protected]

이후에도 협상은 순탄하지 않았다.

8월16일 대미투자 막판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 긴급 방미를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당시 "막판이 되면서 실무적으로 다양하고 구체적인 쟁점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보자는 측면에서 왔다"고 말했다.

9월에는 최종 합의 일정이 한 차례 미뤄졌고, 20일께에는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미국이 일부 사업을 상업적 합리성 검토 전에 투자 대상에 넣으려 했지만, 한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최종 합의가 늦어진 것이다.

그래도 김 장관은 물러서지 않았다. 상업적 합리성이 부족하거나 사업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생기면 투자를 멈출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우산식 특수목적법인(SPC)과 연간 투자 상한 200억 달러 명문화 등도 요구했다.

약 9개월간의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일관되게 유지됐고, 결국 미국이 우리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이면서 투자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후문이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2000억달러 규모의 한국의 대미투자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2026.10.01.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2000억달러 규모의 한국의 대미투자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2026.10.01.

최종 발표에도 변수는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를 발표하면서 알래스카 LNG 사업을 54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로 제시하며 사실상 확정된 것처럼 말한 것이다.

김 장관은 미국 측 발표 직후 러트닉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는 전제하에 추진한다는 양국 간 합의 내용보다 더 나간 것 아니냐"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러트닉 장관은 우리 측 우려를 이해한다며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취임 후 미국을 13차례 찾아 주요 인사들과 협상했고, 카운터파트인 러트닉 장관과는 27차례 대면회의를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도 러트닉 장관과 22차례 화상회의를 하며 쟁점을 조율했다.

러트닉 장관 입장에서는 1년여 동안 약 50차례, 거의 매주 김 장관과 협상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김 장관은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원칙 아래 국익을 지키는 목소리를 냈다.

김 장관의 '터프함'은 목소리를 높이는 협상술이 아니라, 서명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히 가르고 이를 끝까지 지키는 의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장관은 1년 넘게 이어진 협상에서 국익과 상업적 합리성을 고수했다. 이 원칙이 실제 사업에서 얼마나 작동할지, 미국의 추가적인 무리한 요구를 어떻게 막아낼 지가 김 장관의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1. dahora83@newsis.com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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