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모두 "버티면 이긴다"…트럼프, 호르무즈서 다시 '핵' 정조준
등록 2026/09/28 11:13:02
이란 '美 봉쇄해제·이스라엘 통제' 요구
美, '이란 이미 붕괴, 핵 추가 양보 필요'
중재국, 이란 설득 중…가능성은 낮을듯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이란 정권이 협상 재개를 둘러싸고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 모두 현 상황 지속이 자국에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상대방의 선제 양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재국 측은 이란의 양보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81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2026.09.28.](https://img1.newsis.com/2026/09/23/NISI20260923_0001599866_web.jpg?rnd=20260923001142)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이란 정권이 협상 재개를 둘러싸고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 모두 현 상황 지속이 자국에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상대방의 선제 양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재국 측은 이란의 양보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81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2026.09.28.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이란 정권이 협상 재개를 둘러싸고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 모두 현 상황 지속이 자국에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상대방의 선제 양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재국 측은 이란의 양보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으로서는 이란이 제재를 버텨낼 여력이 바닥난 데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도 사실상 상실했다는 판단 하에 '완전한 승리'를 추구하는 반면, 이란 입장에서는 호르무즈·홍해 동시 차단으로 인한 유가 위기 지속과 중간선거 전망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이 먼저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계산을 마쳤다는 것이다.
안드레아스 크리그 런던킹스칼리지 교수는 현 상황을 "양측 모두 합의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계속 기다려야 더 나은 합의를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평가했다.
27일(현지 시간) 미국과 중동 측 보도를 종합하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주도하는 이란 정권은 미국의 제재 및 추가 공습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27일 NBC에 "어떤 형태의 새 공격이든, 설령 '종말 전쟁'일지라도 우리는 단호하게 맞설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특히 11월3일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참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함마드 엘마스리 도하대 교수는 알자지라에 "공화당 후보 상당수가 트럼프와 거리를 두는 등 상황이 좋지 않으며, 이란은 선거가 다가오는 바로 이 시점이 긴장 고조 적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멘 친(親)이란 무장 세력 후티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도 주요 협상력이다. 이란은 자국의 후티 배후설을 부인하고 있으나, 알자지라는 "이란의 (대미) 전쟁 비용 증대 전략에는 호르무즈와 역내 인프라뿐 아니라 바브엘만데브 해협 압박도 포함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란 정권은 이 같은 자신감을 토대로 미국이 먼저 물러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선제적으로 대이란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동결 자산 120억 달러를 반환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열고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것이 이란 측 '7일 종전안'의 핵심이다.
이란은 아울러 미국과 양자간 합의를 도출한 뒤에도 이스라엘이 단독 공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미국이 이스라엘을 통제하겠다고 약속하는 명시적인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미국 계산은 전혀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장기 압박으로 이란 경제 여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고, 협상 의제를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서 다시 핵 문제로 옮김으로써 확실한 외교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호르무즈 선박 공격이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미군 통제 하에 원유 운송량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따라서 이란에는 협상 지렛대가 없다는 것이 미국 측 주장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호르무즈는 미국이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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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아라그치 장관이 뉴욕에서 띄운 '7일 종전안'을 26일 거부한 뒤 27일 액시오스에 "그들은 합의를 원하지만 내가 원하는 합의는 아니다. 그들은 지나치게 강하게 나왔다"며 공습 재개 가능성에 대해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 종전안'이 이란 경제 붕괴가 목전에 왔다는 방증이라고 보고 즉각 거부를 결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리처드 웨이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대 연구원은 "백악관은 계속 기다리면 더 나은 조건을 얻는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나아가 제재를 이어갈 경우 이란이 전쟁 명분이었던 60% 고농축우라늄 등 핵 문제에서 양보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대통령이 이란 핵무장을 막는다는 최초 전쟁 목표를 다시 내세우면서 협상 초점을 호르무즈 개방에서 핵 문제로 되돌리려 한다"고 해석했다.
양국이 장기전을 불사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가운데, 중재국 측은 일단 이란의 양보를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WSJ은 "중재국들은 협상 재개를 위해 이란에 핵 관련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협상에 관여하는 관계자들은 이를 가능성 낮은 승부수라고 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액시오스에 이란과의 추가 협상 개최를 시사했으나 이란 측은 곧바로 IRNA를 통해 이를 일축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추가 협상 없이 29일 귀국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라그치 장관은 특히 NBC 인터뷰에서 "우라늄 60% 농축은 오직 평화적 목적 하에 이뤄지며, 테헤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를 완전히 준수하고 있다"며 농축권 포기 불가를 재확인했다.
그는 다만 "우리는 모든 핵 문제를 추후 단계로 미루고 신뢰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며 봉쇄 해제·재침 방지 등 신뢰 구축을 전제로 협의에 나설 여지는 뒀다. 양국은 지난 4월 휴전 후 고농축우라늄 처리, 핵 농축 동결 기간 등을 두고 협상을 벌였다가 갈라선 뒤 무력 충돌을 재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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