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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6명은 '갑질' 경험…괴롭힘에도 80%는 무대응[공직내 괴롭힘①]

등록 2026/08/30 08:00:00

공노총 설문서 63% “최근 1년 내 갑질 경험”

갑질 73% 상·하급자 사이…무대응 80%

인사 불이익·신원 노출 우려에 신고 주저

[서울=뉴시스] 직장 내 괴롭힘 삽화.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직장 내 괴롭힘 삽화.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 한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A씨는 상급자의 지시로 퇴근 후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상급자가 자신의 지인을 강사로 초빙한 행사였다. 강사의 일정에 맞춰 업무시간 이후에 열렸고 직원들은 행사 진행에 동원됐다. 상급자가 개인적으로 지인을 만나는 식사 자리에도 직원들이 동행했다. 강연과 식사 비용은 모두 '팀 포상금'으로 지출됐다. 상급자는 업무에도 지인들을 참여시켰다. 홍보책자를 제작할 때는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지인을 자문위원으로 섭외해 정기회의를 열고 수당을 지급했다. 임기가 남은 위원들을 별다른 이유 없이 교체하고 그 자리에 지인들을 위촉하기도 했다. 

30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에 따르면 A씨는 이런 일이 반복되자 노조를 찾아 상담했지만 소속 기관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못했다. 다른 직원들도 상급자의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조금만 참고 말자'며 조사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A씨는 구체적인 정황이 알려지면 조직 내부에서 신원이 드러날 수 있다며 근무 지역과 기관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상급자 갑질에 인사 불이익 우려…10명 중 8명 '무대응'

A씨처럼 상당수 공무원들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갑질과 부당한 업무 지시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다.

공노총이 소속 조합원 825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1일부터 7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3%가 최근 1년 이내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직접 겪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66%, 공직사회의 갑질 문제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86%였다.

[서울=뉴시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3.11.14.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3.11.14. [email protected]

갑질은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에서 발생했다는 응답이 73%로 가장 많았다. 유형별로는 부당한 업무 지시와 폭언·폭행 등 비인격적인 행위가 각각 34%를 차지했다.

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해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참는다는 응답은 80%에 달했다.

노조 관계자들은 괴롭힘이 드러나지 않고 반복되는 배경으로 상급자에게 업무·인사 권한이 집중된 구조를 꼽는다. 상급자는 업무분장뿐 아니라 근무평정과 보직, 승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거나 문제를 제기했다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문제 직원’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공무원은 한 지자체에서 퇴직할 때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부서를 옮겨도 이후 인사에서 가해자와 다시 만나거나 신고 사실을 아는 동료들과 계속 마주칠 수 있다.

이은숙 아산시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공직사회는 퇴직할 때까지 같은 조직 안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신고자가 특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피해자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려면 감수해야 할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익명 신고해도 신원 드러나…조직 안에서 묻히는 괴롭힘

익명으로 신고해도 신원을 완전히 숨기기는 어렵다.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려면 피해가 발생한 시점과 장소, 구체적인 발언, 행동 등을 소속 기관에서 확인해야 한다. 당시 상황을 아는 동료들에게 사실관계를 묻는 과정에서 신고자가 누구인지 드러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괴롭힘이 생전에는 공론화되지 않다가 피해자가 숨진 뒤에야 드러난 경우도 많다.

영주시청 소속 6급 공무원 B씨는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와 업무 배제에 시달리다 지난 2024년 11월 숨졌다. 유족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조사에서는 B씨가 생전에 평가 자료를 부풀리라는 지시를 받고, 업무와 무관한 행사 참석과 개인 운전기사 역할 등을 요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11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광주소방본부 부조리 조직문화 타파와 고(故) 여성 소방공무원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6.06.11. lhh@newsis.com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11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광주소방본부 부조리 조직문화 타파와 고(故) 여성 소방공무원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6.06.11. [email protected]

천안시 소속 30대 공무원 C씨도 생전 주변에 업무 부담을 호소하다 지난 3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C씨가 사망 전날에도 자정 가까이 근무한 사실이 알려지자 노조는 과도하거나 강압적인 업무 지시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천안시는 외부 법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해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숨진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20대 소방공무원 D씨는 생전 회식과 음주, 사적인 심부름을 강요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은 당초 '특이사항이 없다'고 결론 냈지만, 사건이 공론화되고 이재명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뒤 관련 사실이 확인돼 관련자들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괴롭힘은 조사나 징계로 이어지지 않고 기관의 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노조를 찾는 피해자들도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기보다 일단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한 지역노조위원장은 "상담을 오는 분들은 상대방이 처벌받기를 바란다기보다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부서를 옮기거나 가해자와 분리해 달라는 요구를 먼저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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