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독립 지사들의 숨결, 26곳이나 되는데…표식조차 '全無'[베이징 리포트]
등록 2026/07/04 13:00:00
베이징 시내 독립운동 사적지 100여곳 이르지만 제대로 표지석조차 없어
재중단체 회장 "한·중 간 학술교류 등 통해 이해도 높이는 게 우선"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독립운동가인 손정도 목사가 조선어 예배를 시작한 중국 베이징 시내 기독교 교회 건물인 충원먼탕(崇文门堂)의 지난 2일 모습. 2026.07.04 pjk76@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03/NISI20260703_0002177893_web.jpg?rnd=20260704010424)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독립운동가인 손정도 목사가 조선어 예배를 시작한 중국 베이징 시내 기독교 교회 건물인 충원먼탕(崇文门堂)의 지난 2일 모습. 2026.07.04 [email protected]
[베이징=뉴시스]박정규 특파원 = "독립운동은 주로 상하이에서만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베이징에도 많은 독립운동의 흔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26곳이나 되는 사적지에 이를 알 수 있는 표지석이 있는 곳은 하나도 없죠."
홍성림 재중항일역사기념사업회 회장은 베이징 내 독립운동 사적지를 돌아보던 도중 이같이 밝혔다. 베이징 곳곳에도 일제 강점기 독립투사들이 머무르면서 활동한 곳들이 많이 있지만 아무런 표식이 없어 제대로 찾아보거나 기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일 오전 홍 회장과 함께 베이징 내에 있는 독립운동 사적지 일부를 둘러봤다. 일상적으로 찾아갈 수 있는 시내 구석구석에는 엄혹한 시절에도 어렵사리 국권 회복을 위해 애쓴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던 곳들이 여전히 자리해있었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기독교 교회 건물인 충원먼탕(崇文門堂)이다. 베이징역 앞 도로 맞은편 후퉁(胡同) 거리 안에 있는 교회 건물로 독립운동가였던 손정도 목사에 의해 조선어 예배가 시작된 곳이다.
감리교 선교사로 베이징에 파견된 손 목사는 1911년 이곳에서 처음 중국인과 조선족을 위한 설교를 시작했고 이 전통이 이어져 지금도 매주 일요일 조선어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손 목사는 당시 1년여 베이징에 머물다가 1912년 귀국했다. 이후 1919년 6월에 열리는 파리강화회의에 의친왕을 파견해 독립 의지를 알리려는 고종의 의지에 따라 이에 앞서 같은 해 음력 1월 이화학당 통교였던 독립운동가 하란사(김란사) 여사와 함께 베이징에 다시 와 이곳에 머물면서 의친왕 망명 준비를 했다.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1920년 8월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표단이 미국 상·하원 의원들로 구성된 동아시아 시찰단을 만나기 위해 방문했던 장소인 중국 베이징의 옛 육국호텔인 화펑빈관의 지난 2일 모습. 2026.07.04 pjk76@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03/NISI20260703_0002177894_web.jpg?rnd=20260704010648)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1920년 8월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표단이 미국 상·하원 의원들로 구성된 동아시아 시찰단을 만나기 위해 방문했던 장소인 중국 베이징의 옛 육국호텔인 화펑빈관의 지난 2일 모습. 2026.07.04 [email protected]
그러나 그 사이 하란사 여사가 의문의 독살을 당하고 손 목사 본인도 건강이 악화하면서 의친왕 망명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1920년에는 이곳에서 '미감리교회 동아총회'가 열리면서 회의에 대거 참여한 한인 기독교 청년들이 '고려기독교청년회'를 결성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충원먼탕에서 불과 두 블록가량 떨어진 대로변에는 현재 명칭이 화펑빈관(華風賓館)으로 돼있는 육국호텔이 있다.
1901년 벨기에가 지은 3층 건물을 4년 뒤 영국·프랑스·독일·미국·일본·러시아 등 6개국이 출자해 4층으로 증축해 육국호텔이 됐다. 각국 공사와 관원, 상류사회 인사들을 위한 사교장소 쓰였다는 게 기념사업회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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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1920년 8월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표단이 미국 상·하원 의원들로 구성된 동아시아 시찰단을 만나기 위해 방문했던 장소라는 의미를 지녔다.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중일전쟁 이후 일본영사관 헌병대 지하감옥이 있던 자리로 1944년 1월 16일 이육사 선생이 순국한 둥창(東廠)후퉁의 지난 2일 모습. 2026.07.04 pjk76@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03/NISI20260703_0002177895_web.jpg?rnd=20260704055312)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중일전쟁 이후 일본영사관 헌병대 지하감옥이 있던 자리로 1944년 1월 16일 이육사 선생이 순국한 둥창(東廠)후퉁의 지난 2일 모습. 2026.07.04 [email protected]
당시 임시정부는 미 의원들의 시찰을 계기로 한국의 독립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안창호 선생을 미의원 시찰단 접대위원장으로 선임해 이들을 만나려 했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인해 시찰단이 당초 예정돼있던 홍콩과 광저우에 들르지 못했고 이에 안창호 일행은 홍콩에서 상하이를 거쳐 베이징으로 향하는 우여곡절 끝에 이 호텔에서 미국 측 의원단과 만나 지원을 호소할 수 있었다.
자금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베이징 후퉁 골목길에는 청포도 시인 이육사의 숨결이 어린 곳이 있다. 중일전쟁 이후 일본영사관 헌병대 지하감옥이 있던 자리로 광복을 불과 1년여 앞둔 1944년 1월 16일 이육사 선생이 모진 고문 끝에 순국한 둥창(東廠)후퉁이다.
1943년 봄 베이징에 도착해 독립운동 계획을 논의하던 이육사는 잠시 귀국했다가 일본 형사에게 체포된 뒤 베이징 헌병대 감옥으로 이감돼 이듬해 옥사했다. 당시 헌병대 감옥이 있던 자리가 이곳이다.
이곳은 몇 년 전 건물이 다소 개보수된 가운데 여전히 중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인들이 이육사 선생의 넋을 기리기 위해 방문하려 해도 입주민들이 차단하거나 눈치를 주는 탓에 원활한 출입도 어려운 상태다.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1921년 각지의 무장독립단체 대표들이 모여 군사통일주비회의와 군사통일회의를 개최한 창관루(暢觀樓)의 지난 2일 모습. 2026.07.04 pjk76@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03/NISI20260703_0002177896_web.jpg?rnd=20260704055458)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1921년 각지의 무장독립단체 대표들이 모여 군사통일주비회의와 군사통일회의를 개최한 창관루(暢觀樓)의 지난 2일 모습. 2026.07.04 [email protected]
이날도 외부 출입문이 열린 상태여서 앞마당에서 건물을 살펴볼 수 있나 했지만 주민이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이육사 선생이 옥사힌 곳을 직접 살펴볼 수는 없었다. 해당 건물 역시 이육사와 관련된 표식조차 없는 일반 후퉁 거리인 탓에 일반인들은 정확히 찾아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베이징 내 대형 관광지인 베이징동물원 서북쪽 공간에도 독립운동과 관련된 사적지가 있다. 각 지역의 무장독립단체 대표들이 모여 군사통일주비회의에 이어 군사통일회의를 개최한 창관루(暢觀樓)다.
청나라 말기 황실 행궁으로 쓰인 삼패자화원(三貝子花園)에 있는 한 서양식 건물로 광서제와 서태후의 휴식처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승만이 이끄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독립운동 노선에 비판적이고 군사통일을 통한 직접적인 독립전쟁만이 유일한 독립의 길이라고 생각한 무장독립단체 대표 18인이 1921년 4월부터 6월까지 약 2개월간 이곳에 모여 군사통일 방침과 행동계획 등을 논의했다.
결국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긴 어려웠지만 항일투쟁을 이끌던 이회영·신숙·박용만·신채호 등이 주도해 투쟁의 동력을 이어간 중요한 회의가 열렸던 자리다.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일 중국 베이징 시내 독립운동 사적지인 충원먼탕(崇文門堂)에서 사적지에 대해 설명하는 홍성림 재중항일역사기념사업회 회장. 2026.07.04 pjk76@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03/NISI20260703_0002177900_web.jpg?rnd=20260704055605)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일 중국 베이징 시내 독립운동 사적지인 충원먼탕(崇文門堂)에서 사적지에 대해 설명하는 홍성림 재중항일역사기념사업회 회장. 2026.07.04 [email protected]
이 밖에도 베이징 시내 곳곳에는 대한제국주청공사관 옛터와 신채호 선생의 신혼집이 있던 진스팡제 21호 등 항일독립운동의 숨결이 남아있는 곳들이 곳곳에 있다.
그럼에도 베이징의 독립운동 사적지는 상하이와 충칭 등에 비해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공식 인정한 26곳의 사적지마저 이를 알리는 표식이 전혀 없어 제대로 찾아보기도 어려운 상태다.
그나마 아직 보존되고 있는 옛 후퉁 거리 등에 남은 곳들이 많아 아직 명맥이 유지되고 있지만 이곳들이 개발될 경우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이 외에도 베이징 내에 공식적으로 아직 인정되지 않은 사적지가 많게는 70여곳이 더 있다는 만큼 이를 연구하는 작업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중국 정부와 학계 등에 사적지들의 의미를 제대로 알리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것이 홍 회장의 생각이다.
홍 회장은 "무턱대고 중국에 뭘 지정하고 표지석을 세우고 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보다는 우선 중국에 사적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시키는 것부터가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러면 중국 학계와 공동 학술네트워크 등을 통해 제대로 교류하고 연구해 한·중 관계에서 이곳이 왜 중요한가를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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