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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경솔함과 신중함 사이, 가장 좋은 글 나온다"

등록 2026/06/26 16:29:42

수정 2026/06/26 17:30:24

서울국제도서전 정세랑·박상영 북 토크

창작 과정과 글쓰기에 관한 생각 나눠

박상영 "AI가 소설 쓰면 너무 매끈해져"

"의구심·조급함 떨치고 자신의 글 믿어야"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세랑(소설가)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SIBF)'에서 열린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BK)' 합동 북 토크 '어떻게 쓰는가-정세랑·박상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26.06.2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세랑(소설가)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SIBF)'에서 열린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BK)' 합동 북 토크 '어떻게 쓰는가-정세랑·박상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26.06.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저는 작가지만 사실 탐욕스러운 독자인 것 같아요.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머뭇거리다 쓰지 않는 순간을 유연하게 흔들어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작가 정세랑은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최근 펴낸 산문집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마음산책)를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책은 창작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건네는 선배 작가의 응원을 담은 산문집이다.

정세랑은 이날 작가 박상영과 함께 책마당에서 '어떻게 쓰는가-정세랑×박상영 합동 북토크'를 진행했다. 두 작가는 이야기의 구상과 자료 조사, 퇴고, 인공지능(AI)의 활용 가능성까지 글쓰기 전반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정세랑은 "저는 살짝 경솔해서 일단 쓰고 보자고 하는 사람인데, 경솔함과 신중함의 가운데 정도에서 제일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다"며 "신중한 사람들이 너무 완벽해지려다가 아예 시작도 끝도 못 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세랑(소설가, 오른쪽)과 박상영(소설가)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SIBF)'에서 열린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BK)' 합동 북 토크 '어떻게 쓰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26.06.2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세랑(소설가, 오른쪽)과 박상영(소설가)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SIBF)'에서 열린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BK)' 합동 북 토크 '어떻게 쓰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26.06.26. [email protected]

언제 어떻게 쓰기 시작하는가

두 작가는 글쓰기가 우연히 만난 정보와 문제 의식이 쌓이고 발효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정세랑은 "작가들은 우연히 맞닥뜨린 정보와 정보를 연결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쓰기 시작한다"며 "저는 뭔가 약간 이상한데 그 이상함에 대해 말로 잘 규정할 수 없을 때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은 "저는 구상할 때 너무 재밌다"며 휴대전화에 길에서 본 이상한 현수막, 책이나 영화를 보다 떠오른 생각 등을 기록한다고 했다.

두 작가는 하나의 작품에만 몰두하기보다 여러 아이디어를 동시에 품고 작업한다고도 했다.

정세랑은 다음 작품의 아이디어가 떠올라 집필의 동기부여로 쓰고 있다고 했고, 박상영도 머릿속에는 항상 3~4개의 '글쓰기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박상영은 '대도시의 사랑법'을 예로 들며 창작의 과정을 '덕질 일기'라고 표현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세랑(소설가, 오른쪽)과 박상영(소설가)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SIBF)'에서 열린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BK)' 합동 북 토크 '어떻게 쓰는가-정세랑·박상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26.06.2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세랑(소설가, 오른쪽)과 박상영(소설가)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SIBF)'에서 열린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BK)' 합동 북 토크 '어떻게 쓰는가-정세랑·박상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26.06.26. [email protected]

AI보다 내가 직접 쓰는 게 낫겠다

두 작가는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자료보다 직접 발굴한 자료와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랑은 "모두가 알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는 책 재료로서 매력이 없다"며 "진짜 숨어 있는 자료를 발굴해야 하는데, 그게 주로 논문이나 오래전에 나온 책, 나만의 경험인 것 같다"고 했다.

박상영도 "요즘은 오히려 물리적 차원의 자료가 더 중요해진 시점 같다"고 하며 인터뷰의 중요성을 짚었다.

AI 활용에 대해선 아직 한계가 크다고 봤다.

박상영은 "퍼플렉시티나 클로드, 챗GPT가 조사한 자료로 소설을 쓴다면 매끈해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중심에서 벗어난 어떤 것들을 찾아야 하는 작업을 하는데 AI는 기본적으로 중심값을 입력해주는 도구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세랑(소설가, 오른쪽)과 박상영(소설가)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SIBF)'에서 열린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BK)' 합동 북 토크 '어떻게 쓰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26.06.2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세랑(소설가, 오른쪽)과 박상영(소설가)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SIBF)'에서 열린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BK)' 합동 북 토크 '어떻게 쓰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26.06.26. [email protected]

쓰기만큼 중요한 읽기와 놀기

두 작가는 글이 막힐 때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상영은 "붙잡고 있어 봐야 소용없더라"라며 독립영화를 보러 가거나 미술관에 간다고 했다. 정세랑도 미술관에 자주 가고, 바다에서 파도를 느끼는 일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읽는 일 역시 창작의 중요한 바탕이다.

정세랑은 "읽기와쓰기 사이 전환이 중요한데, 저는 진짜 많이 읽어서 고민이다"라며 "많이 읽고 또 이걸 어떻게 쓰기로 전환해 볼까하는 생각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박상영은 활자가 아니어도 새로운 자극은 소설 집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 신발장, 거실, 옷방, 부엌 등 집안 곳곳에 책이 놓여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세랑(소설가, 오른쪽)과 박상영(소설가)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SIBF)'에서 열린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BK)' 합동 북 토크 '어떻게 쓰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26.06.2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세랑(소설가, 오른쪽)과 박상영(소설가)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SIBF)'에서 열린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BK)' 합동 북 토크 '어떻게 쓰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26.06.26. [email protected]

소설의 끝과 소설을 끝내기

결말을 어떻게 쓰느냐는 참가자의 질문에 두 작가는 어느 정도의 가이드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세랑은 "저는 시작, 주요 세장면, 끝 장면 까지 다섯 포인트가 정해지면 글을 쓰기 시작한다"며 "치밀하게 갖추고 써야 하면 시작이 잘 안 되고, 쓰다 보면 해결되기도 한다. 그래도 결론 정도는 가지고 있으면 안심이 된다"고 했다.

박상영도 "원래 결말을 내기가 힘들다"며 "시작점과 끝점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특히 장편소설은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작가는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의 결말을 함께 고민했던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정세랑은 "어떤 주인공을 잘못 죽이면 10년 후에도 사람들이 원망한다"며 박상영에게 조언을 건넸던  일화를 소개했다.

정세랑은 퇴고에 대해선 "저는 밀도 조절을 많이 한다"며 "자료를 보충하거나 덜어내는 식으로 밀도를 맞추지 않으면 책이 이상해진다"고 했다.

박상영은 "제 경우에는 소설 쓰기 작업의 80%는 고치는 데 있다"며 "주변에 다시 쓰며 글을 버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쓰면 무조건 낸다는 주의"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정세랑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사진=마음산책 제공) 2026.06.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세랑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사진=마음산책 제공) 2026.06.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선배 작가가 후배 작가에게

두 작가는 글 쓰기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직업이 아니어도 좋으니 일단 써보라고 권했다.

박상영은 "두려움을 뛰어넘는 게 작가의 중요한 소양"이라며 "두려움을 뛰어넘고 그냥 완성하는 연습을 하는 데서부터 작가의 삶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정세랑도 "의구심이 든다면 잘 쓴 사람"이라며 "보통 글을 못 쓰면 의구심이 없다"고 동의했다.

이어 "창작자들은 다 자기 불안 때문에 커리어가 흔들리는 것 같다"며 "조급해하지 말고 자기 자기의 글을 잘 믿어줘야 한다"고 했다.

박상영도 글을 쓰는 사람에게 조급함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계약서와 출판사를 신중하게 살피라는 조언도 빼먹지 않았다.

한편, 정세랑은 향후 "파국으로 치닫는 중년의 망한 사랑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밝혔다. 박상영은 내달 출간을 목표로 추리소설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를 작업 중이며, 8월부터는 창작과비평에 소설 '여름 복숭아 파티'를 연재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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