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킨 희생 헛되지 않아"…92세 노병의 눈물[현장]
등록 2026/06/25 15:37:56
수정 2026/06/25 15:47:27
8240부대(KLO) 배동윤 옹, 늦깎이 화랑무공훈장
황해도 동광중학교 재학중 게릴라전 수행
![[이천=뉴시스] 신정훈 기자 = 배동윤 옹이 차량에서 내려 특전사 장병들에게 경례를 하고 있다. 2026.6.25. gs5654@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25/NISI20260625_0002170203_web.jpg?rnd=20260625150446)
[이천=뉴시스] 신정훈 기자 = 배동윤 옹이 차량에서 내려 특전사 장병들에게 경례를 하고 있다. 2026.6.25. [email protected]
[이천=뉴시스] 신정훈 기자 =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싸웠습니다. 오늘 훈장을 받으니 그때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5일 오전 10시 30분 경기 이천시 육군특수전사령부 조문환홀 앞.
예정된 행사 시작을 앞두고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지만 행사장 입구에 도열한 특전사 장병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박성제 특수전사령관을 비롯한 장병들은 계급의 높고 낮음을 떠나 부동자세로 한 사람을 기다렸다.
70여 년 전 이름도 없이 싸웠던 6·25전쟁 비정규군 8240부대(KLO) 출신 배동윤(92) 옹이었다.
베이지색 양복 차림에 흰 모자를 눌러쓴 배 옹이 차량에서 내리자 장병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를 향했다. 배 옹은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수경례를 올렸고, 장병들은 힘찬 경례로 화답했다.
갑자기 내린 비 속에서 이어진 짧은 경례는 7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선배 전우와 후배 특전사의 정신을 잇는 순간이었다.
이날 특전사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전쟁 당시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도 서훈을 받지 못했던 8240부대원 10명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다.
훈장 수훈자 가운데 생존자는 배동윤 옹이 유일했다. 나머지 9명의 훈장은 배우자와 자녀 등 유가족이 대신 받았다.
![[이천=뉴시스] 배동윤 옹이 훈장 수여식을 마친 후 후배 특전사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특전사령부 제공) 2026.06.25.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25/NISI20260625_0002170215_web.jpg?rnd=20260625151101)
[이천=뉴시스] 배동윤 옹이 훈장 수여식을 마친 후 후배 특전사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특전사령부 제공) [email protected]
화랑무공훈장은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서 전투에 참가해 뚜렷한 무공을 세운 유공자에게 수여되는 훈장이다.
배 옹의 삶은 한국전쟁의 역사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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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 옹진군 동광중학교 4학년 재학 시절, 그는 동네 친구와 학우 7~8명과 함께 약 1년간 북한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였다.
이후 미군이 운용한 비정규전 부대인 8240부대(KLO, 동키11부대)에 합류해 1951년 5월 옹진군 교정면 송림리 전투 등에 참가하며 북한군 후방에서 유격전과 첩보활동을 수행했다.
8240부대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육군이 운용한 비정규전 전문부대로, 적진 침투와 첩보수집, 게릴라전, 후방 교란, 조종사와 포로 구출 등 고위험 특수작전을 수행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임무가 적지에서 비밀리에 이뤄지면서 이들의 공적은 오랫동안 역사 속에 묻혀 있었다.
국방부는 6·25 비정규군 보상법(2021년 제정)에 따라 공적이 확인된 유격군 전투 유공자들에 대한 추가 서훈을 추진했고, 지난 1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올해 10명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다. 특수전 사령부는 비정규군 보상전 제정 이전인 2014년부터 현재까지 비정규 유격군을 대상으로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배 옹은 이날 대통령 명의의 훈장증서를 전달받은 뒤 가슴에 직접 화랑무공훈장을 달았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특전사 장병들은 뜨거운 박수로 92세 참전 영웅의 늦은 영예를 축하했다.
배 옹은 수훈 소감을 묻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전쟁 당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오늘 이렇게 훈장을 받게 돼 너무 감동스럽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보람을 다시 느끼게 됐다. 우리를 기억해 준 대한민국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전사는 유격군을 부대의 뿌리이자 정신적 구심점으로 삼고 있다.
박성제 특수전사령관은 이날 직접 훈장을 수여하며 선배 전우들의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했다.
이대왕 특전사 중령은 "이번 수여식을 통해 특전대원들이 특전사의 뿌리가 되는 유격군 선배 전우들을 직접 만나 그 희생과 헌신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며 "군민의 군대로서 군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배 옹은 부인과 함께 대통령 명의의 훈장증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70여 년을 돌아 마침내 품에 안은 화랑무공훈장이다.
전쟁의 상흔은 세월 속에 희미해졌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한 유격군 노병의 명예는 이날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
![[이천=뉴시스] 신정훈 기자 = 배동윤 옹의 훈장증서. 2026.6.25. gs5654@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25/NISI20260625_0002170206_web.jpg?rnd=20260625150655)
[이천=뉴시스] 신정훈 기자 = 배동윤 옹의 훈장증서. 2026.6.2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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