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배달 음식 유혹에 무너지는 과학적 이유…"뇌를 해킹당했다"
등록 2026/06/26 06:38:45
구석기 시대 생존 본능이 풍요로운 현대 사회에서 독으로 작용
유년 시절 정서적 경험과 결합한 식욕, 무의식적 학습의 결과
뇌 신경망 원리 이용한 '60일 코칭', 식습관 재설계 가능성 입증

최형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뇌인지과학과·해부학교실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Sebasi Talk'(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에서 "실험쥐의 욕망 학습 신경을 자극하면 평생 특정 맛의 젤리만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며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가 뇌 신경 조작과 학습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사진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Sebasi Talk'(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음식에 대한 강렬한 욕망과 몸매 관리는 개인의 의지 탓이 아니라 뇌의 설계와 환경적 학습에 의한 결과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형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뇌인지과학과·해부학교실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Sebasi Talk'(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에서 "특정 음식에 대한 욕망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설계당한 것"이라며 뇌의 욕망 작동 원리와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60일 코칭'의 비밀을 공개했다.
내분비내과 의사인 최 교수는 진료실에서 심각한 질환을 겪고도 음식 유혹을 참지 못하는 환자들을 보며 욕망 과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구석기 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설탕과 같은 고열량 음식에 강한 쾌락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먹을거리가 풍족한 현대 사회에 이르러 이러한 생존 본능이 오히려 뇌를 해킹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음식에 대한 욕망은 유년 시절의 경험과 학습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최 교수는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버거킹을 방문해 느꼈던 행복한 기억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햄버거를 소울푸드로 찾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또 유년기에 굶주림이나 불안을 겪은 아이일수록 성인이 되어 음식을 배가 터질 때까지 남김없이 먹으려는 신념이 더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덧붙였다.
동물 실험을 통해서도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가 뇌 신경 조작과 학습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최 교수는 "실험쥐의 욕망 학습 신경을 자극하면 평생 특정 맛의 젤리만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러한 욕망은 진정한 나 자신이 아니라 손에 잠시 앉았다 날아가는 파리처럼 분리되어 있는 감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강한 음식 욕망은 개인의 힘으로 참기 어렵지만, 미리 환경을 설계하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서울대 연구팀이 20~30대 여성 70명을 대상으로 2달간 쾌락 음식 대신 건강 음식을 섭취하도록 코칭한 임상 시험 결과, 코칭 이후 자발적인 쾌락 음식 선택 비율이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중독적 식습관 개선 효과는 코칭이 끝난 후 4달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식습관을 바꾸고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뉴시스] 그룹 악뮤(AKMU)의 이수현이 체중 감량에 효과를 본 브로콜리와 방울토마토. (사진=유토이미지) 2026.04.20.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4/20/NISI20260420_0002115720_web.jpg?rnd=20260420161005)
[서울=뉴시스] 그룹 악뮤(AKMU)의 이수현이 체중 감량에 효과를 본 브로콜리와 방울토마토. (사진=유토이미지) 2026.04.20. *재판매 및 DB 금지
첫째는 개인의 욕망을 직접 설계하는 것이다. 마음속 흰 개와 검은 개 중 평소 먹이를 자주 주는 쪽이 이기듯, 매일의 행동을 통해 욕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최 교수는 단맛이 나는 콜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에 탄산수를 상자째 쌓아두고 마시거나, 생활 공간 곳곳에 토마토를 배치해 자발적으로 선택하게 만든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또 사찰음식처럼 달고 짜고 매운 얄팍한 쾌락이 아닌, 깊은 충만감을 주어 과식을 유발하지 않는 ‘만족 음식’을 선택할 것을 권장했다.
둘째는 아이들의 욕망을 올바르게 설계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스트레스를 받거나 축하와 보상이 필요한 순간에 초콜릿이나 케이크 같은 음식으로 채우기보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정서적 보상을 제공해야 성인이 되어서도 음식에 집착하는 습관을 예방할 수 있다. 음식을 통한 보상이 불가피하다면 차라리 과소비를 하거나 옷을 사고, 건강한 자전거를 구매하는 편이 낫다는 과격한 조언도 덧붙였다.
셋째는 사회적 차원에서 세상의 욕망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최 교수는 현재 일부 보건소, 학교, 어린이집, 부모를 연계해 유치원 시기부터 아이들의 환경과 경험을 바꾸는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에게 초콜릿 대신 진짜 사랑으로 보상하고, 단짠 음식 대신 깊은 풍미를 가진 만족 음식을 제공해 그 효과가 검증되면 이를 전국 및 전 세계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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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의 명언을 인용해 "나는 욕망한다, 고로 행동한다"며 "욕망을 설계하면 건강하고 행복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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