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괴사' 20년 장기실종자 구조한 경찰 "관내서 방치할 수 없어"
등록 2026/04/12 08:00:00
수정 2026/04/12 08:16:24
'악취 냄새' 이어진 민원에 영등포역파출소 경찰 출동
민수 경위 "20년만 노숙자 가족 찾아 병원으로 이송"
"지역 주민 및 무료 급식 이용 노숙자에도 책임의식"
![[서울=뉴시스] 서울 영등포역파출소 소속 민수(오른쪽) 경위가 지난달 노숙인 이모(58)씨를 만나 실태점검 하는 모습.(사진=영등포역파출소 제공)2026.04.12.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4/10/NISI20260410_0002108087_web.jpg?rnd=20260410172910)
[서울=뉴시스] 서울 영등포역파출소 소속 민수(오른쪽) 경위가 지난달 노숙인 이모(58)씨를 만나 실태점검 하는 모습.(사진=영등포역파출소 제공)[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공중화장실에 누가 자고 있어요. 심한 악취도 나는 것 같아요."
지난달 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파출소. 동이 트기도 전인 오전 4시께 파출소에 신고 전화가 울렸다.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공중화장실에 누군가 잠들어 있다는 신고. 현장에서 발견된 사람은 노숙인 이모(68)씨였다.
경찰은 안전 조치를 취하려고 했지만 완강히 거부하는 이씨를 두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파출소에는 이후에도 7~8차례에 걸쳐 이씨에 대해 심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반복해서 접수됐다.
그때마다 이씨를 만나 상태를 살펴본 경찰관은 해당 파출소 소속 민수 경위였다.
같은달 18일 민 경위는 이씨의 신발 밖으로 피가 새어 나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를 설득해 상처 부위를 들여다보려고 했다.
민 경위는 "영등포보현희망지원센터 팀장님과 같이 신발과 양말을 벗겼는데 너무 퉁퉁부어 양말이 안 벗겨졌다"며 "다 벗겨 보니 발가락 끝에서부터 썩어 들어가고 있었고 사체 냄새가 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같이 거동이 불편한 탓에 생리현상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씨의 몸에는 악취가 계속 쌓여갔다.
하루빨리 병원에 가야 함에도 '이렇게 살다가 죽겠다'며 치료를 거부하는 이씨에게 민 경위는 한 발 더 나섰다. 민 경위는 가족을 찾아본 뒤 설득해 보겠다는 방안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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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씨는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황이었지만 민 경위는 제적등본을 발급받아 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
그가 4남매 중 맏이라는 점과 가족들이 그를 20년이 넘도록 찾아다닌 장기 실종자였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됐다.
민 경위는 "(이씨가) 병원 치료도, 119도 후송도 거부했기에 병원 입원을 설득하고자 제적등본을 떼서 가족을 확인한 것"이라며 "가족들에 물어보니 20년간 찾아다녔고 연락이 두절됐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지난달 30일 동생 2명이 한달음에 이씨를 찾아왔고 민 경위도 긴급의료지원을 통해 지난 1일 인천 소재의 한 요양병원으로 이씨를 옮겨 치료에 힘을 보탰다.
![[서울=뉴시스]권민지 기자=지난해 12월 오전 찾은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의 한 골목. 영하 7도에 이르는 한파로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산한 모습. 2025.12.22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2/22/NISI20251222_0002024778_web.jpg?rnd=20251222154226)
[서울=뉴시스]권민지 기자=지난해 12월 오전 찾은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의 한 골목. 영하 7도에 이르는 한파로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산한 모습. 2025.12.22 [email protected]
파출소 소속으로 노숙인들을 만난 지 4년차가 됐다는 민 경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이씨 뿐만 아니라 악취로 피해를 보는 지역민과 다수의 노숙인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민 경위는 "빨리 조치하려고 한 건 지역 주민들과 무료 급식소를 이용하는 분한테 감염될까 봐 책임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노숙인을 만난다는 민 경위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현재 숭실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고도 했다.
민 경위는 범인을 검거하는 일뿐만 아니라 노숙인을 돕는 일 모두 사명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저희 관내 거리에서 돌아가시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생명과 존엄성 차원에서 방치할 수 없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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