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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희극 거장' 미타니 코키 "절망에서 나를 구한 건 코미디"

등록 2026/10/30 20:18:59

연극 '아메리칸 드림' 내한…할리우드 '적색사냥' 배경

"치열하게 싸운 이름 없는 배우들 이야기 전하고파"

[서울=뉴시스]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 미타니 코키가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에서 연극 '아메리칸 드림' 내한 공연 개막을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 파르코 제공) 2026.10.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 미타니 코키가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에서 연극 '아메리칸 드림' 내한 공연 개막을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 파르코 제공) 2026.10.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과거 할리우드에서 국가 권력에 맞선 영화인과 연극인이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걸 연극으로 만드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연출가 미타니 코키가 연극 '아메리칸 드림'으로 한국 관객을 찾았다.

미타니는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신작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국가 권력에 대한 예술의 이야기다. 나에게 있어 굉장히 큰 테마"라고 소개했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미타니는 일본을 대표하는 희극 작가로 꼽힌다.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등 그의 작품은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됐다.

미타니는 "한국에서 공연된 제 작품을 몇 편 본 적이 있지만, 일본 배우들이 일본어로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라 굉장히 긴장된다"고 내한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아메리칸 드림'은 할리우드 역사의 비극을 조명한 작품이다.

1940년대 후반 미국의 '적색분자 색출(매카시즘)' 광풍이 덮친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비미활동위원회에 소환된 네 명의 영화인과 조사위원들의 심리전을 그린다. 영화인들은 동료를 밀고하고 자신의 삶을 지킬지, 일자리를 잃더라도 신념과 존엄을 지킬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연극 '아메리칸 드림' 포스터. (파르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아메리칸 드림' 포스터. (파르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적색사냥'의 타깃이 된 영화인들의 서로 다른 대응 방식을 바탕으로 네 명의 인물을 구성했다.

미타니는 "마지막까지 싸운 사람도, 동료를 밀고한 사람도 있었다"며 "유명한 각본가나 감독이 아니라 이름 없는 배우들도 나름대로 치열하게 싸웠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주로 희극을 써온 미타니지만, 이번 작품은 코미디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미타니는 "코미디에 안 맞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웃음이 없는 형태로 진지하게 관객에게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습 과정에서 변화가 생겼다. 그는 "한 달 동안 연습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점점 웃음을 주는 자아가 있는 걸 느꼈다"며 "배우들이 너무 좋은 연기력을 가지고 있어 얼마든지 웃길 수 있다. 처음 의도와 다르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처럼 웃음은 오랫동안 미타니의 작품 세계를 관통해 왔다. 그는 그 이유를 자신의 경험에서 찾았다.

미타니는 "젊었을 때 절망하거나 고민에 빠져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를 구해준 건 늘 코미디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절망에 빠졌던 어느 날 밤 TV에서 우연히 '미스터 빈'을 봤다. 그때 웃음으로 치유됐고, 나의 고민이 얼마나 작은가를 알게 됐다. 그때 우연히 본 게 '대부'였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그는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힘을 얻고 살아갈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코미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 미타니 코키가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에서 연극 '아메리칸 드림' 내한 공연 개막을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 파르코 제공) 2026.10.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 미타니 코키가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에서 연극 '아메리칸 드림' 내한 공연 개막을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 파르코 제공) 2026.10.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미타니는 '아메리칸 드림'이 오늘날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봤다.

그는 "'웃음의 대학'은 코미디이자 판타지지만, '아메리칸 드림'은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괴로움이 훨씬 현실적"이라며 "지금 일본 사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30년 전 '웃음의 대학'을 만들었을 때보다 지금은 더 자유롭지 못한 사회가 됐다. 자유롭게 발언하기가 조금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권력과 예술의 대립 역시 시대와 나라를 불문하고 계속되는 문제로 봤다.

미타니는 "나도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 늘 작은 권력들과 싸우며 작품을 만들어왔다"며 "프로듀서나 제작사뿐 아니라 요즘에는 SNS와 인터넷도 굉장히 큰 권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들과 어떻게 맞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만들어갈지가 큰 테마"라고 보탰다.

지난 8월 일본 도쿄에서 막을 올린 '아메리칸 드림'은 일본 7개 도시를 거쳐 서울에서 투어의 마지막 공연을 갖는다.

미타니는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공연하는 제 작품을 봤고, 이번에는 일본 배우들이 일본어로 공연하는 작품을 한국 관객들에 선보이게 됐다"며 "다음에는 한국 배우들과 함께 한국에서 코미디를 만들어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내보였다.

이번 내한 공연은 다음 달 1일까지 이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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