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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떨어진 원자도 화학반응 바꾼다…화학계 100년 상식 깨뜨린 韓연구진

등록 2026/10/30 03:00:00

수정 2026/10/30 05:26:25

IBS·막스플랑크 연구진, 금속 촉매 속 '장거리 전자 효과' 세계 최초 규명

"붙은 자리 주변만 영향" 통념 뒤집어…수 ㎚ 떨어진 계단 구조도 결합 세기 결정

수소 반응·비료 등 화학제품 생산 효율 극대화…컴퓨터 계산 기반 초정밀 촉매 설계 길 열려

분자가 금속 표면에 결합할 때 전자적 반응이 결합 지점 주변을 넘어 표면을 따라 퍼지는 모습을 표현한 모식도. 금속의 전자 바다가 분자의 존재에 반응하며 결합의 영향이 넓은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분자가 금속 표면에 결합할 때 전자적 반응이 결합 지점 주변을 넘어 표면을 따라 퍼지는 모습을 표현한 모식도. 금속의 전자 바다가 분자의 존재에 반응하며 결합의 영향이 넓은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비료나 연료 같은 화학제품을 만들 때 핵심은 촉매다. 분자가 금속 표면에 얼마나 강하게 붙느냐가 반응 속도와 효율을 결정한다.

그동안 과학계는 분자가 붙은 바로 옆 원자들만 이 결합에 영향을 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금속 표면에서 분자가 결합한 지점으로부터 수 나노미터(㎚) 떨어진 원자 구조도 결합 세기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화학결합에 대한 기존 상식이 깨졌다. 더 효율적인 촉매를 컴퓨터 계산으로 미리 설계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과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공동연구팀이 이 같은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금속 촉매는 화학반응을 도와주는 물질이다. 비료 원료인 암모니아를 질소와 수소로 만드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촉매 반응은 반응할 분자가 금속 표면에 달라붙으며 시작된다. 이때 분자와 금속이 얼마나 강하게 결합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원리를 제대로 알아야 성능이 뛰어난 촉매를 만들 수 있다.

"바로 옆 원자만 중요하다" 상식 깨졌다

그동안 과학계는 분자가 붙은 지점의 바로 주변 원자만 관찰했다.

멀리 떨어진 전자까지 영향을 준다는 '장거리 전자 효과' 이론은 있었다. 하지만 아주 극저온에서만 나타나고 실제 촉매 성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연구진은 계단 모양의 백금 표면을 만들어 가설을 검증했다. 계단 사이 거리를 다르게 조절한 뒤 암모니아와 일산화탄소, 일산화질소가 얼마나 강하게 붙는지 측정했다.

결과는 예상을 뒤엎었다. 분자가 붙은 자리의 구조가 같아도, 멀리 떨어진 원자 계단과의 거리에 따라 결합 세기가 달라졌다.

차이는 최대 0.2전자볼트(eV)였다. 분자가 표면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붙는지를 바꿀 수 있는 큰 수치다. 영향을 미치는 거리는 약 4~7나노미터(㎚)였다. 원자 수십 개를 일렬로 늘어놓은 거리다.

금속 속 '전자 바다'가 멀리 떨어진 구조 영향 전달

연구진은 원인을 금속 내부 전자의 특성에서 찾았다. 분자 안의 전자는 비교적 특정 영역에 존재하지만 금속의 전자는 하나의 원자에 갇혀 있지 않고 넓은 영역에 퍼져 있다. 이를 거대한 '전자 바다'에 비유할 수 있다.

분자가 금속 표면에 붙으면 분자 전자와 금속의 전자 바다가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붙은 자리 바로 옆뿐만 아니라, 수 ㎚ 떨어진 원자 구조의 정보까지 전달돼 최종 결합 세기를 결정한다.

연구진은 분자마다 이런 장거리 영향이 다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프런티어 오비탈-밴드 모델'도 제시했다.

쉽게 말하면 분자마다 전자가 퍼져 있는 모양과 에너지 상태가 다르고, 이것이 금속의 서로 다른 전자 상태와 맞물리면서 영향이 퍼지는 거리 역시 달라진다는 것이다. 플러그 모양에 따라 맞는 소켓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실험 결과 백금 표면에서 일산화질소는 약 4.3㎚, 암모니아는 약 7.1㎚까지 영향이 이어졌다.

플로리안 니츠 막스플랑크 다학제과학연구소 연구원은 "표면 화학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분자를 중심으로 보는 화학과 금속의 전자적 특성을 다루는 물리학의 관점을 통합해야 한다"며 "막스플랑크의 금속 표면 정밀 측정 기술과 IBS의 고체물리학적 분석을 결합해 이뤄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보로딘 IBS 그룹리더는 "과거에는 촉매를 만들 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며 "이제는 화학반응 원리를 바탕으로 원하는 특성을 미리 계산하고 설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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