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사제' 이창민 신부 "챌린지·릴스로 청소년과 소통"[문화人터뷰]
등록 2026/10/18 06:30:00
수정 2026/10/18 06:38:24
첫 에세이 '누가 내 꿈에 수단을 입혔을까' 출간
서품식 '질풍가도' 축가 영상 통해 아이돌 사제 화제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앞두고 청소년 사목 중
챌린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청소년과 소통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창민 신부가 15일 서울 구로 성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15. photocdj@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15/NISI20261015_0021490423_web.jpg?rnd=20261015145632)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창민 신부가 15일 서울 구로 성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흰 로만 칼라가 보이는 검은 셔츠를 입은 천주교 사제가 팔꿈치를 양 옆으로 올리면서 가슴과 어깨를 움직이더니 손목 각도를 바꾸고 발을 엇갈려 디디며 춤춘다.
배경음악은 아이돌 그룹 에이티즈의 '배드'(BAD). 멤버 산이 선보인 춤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챌린지가 확산한 곡이다.
이 영상에서 학생회장과 함께 춤추는 사제는 서울대교구 구로3동 살레시오 성당 청소년 담당 보좌 신부인 이창민 신부. 14일 성당에서 만난 이 신부가 보여 준 약 32초 분량의 영상에서 그는 곁에 선 남학생과 앞뒤 위치를 바꾸며 동작을 이어갔다.
![[서울=뉴시스] 이창민 신부가 최산의 배드 챌린지에 도전하는 모습 (사진=이창민 제공) 2026.10.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16/NISI20261016_0002265577_web.gif?rnd=20261016151234)
[서울=뉴시스] 이창민 신부가 최산의 배드 챌린지에 도전하는 모습 (사진=이창민 제공) 2026.10.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신부는 "가장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같이 챌린지를 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은 내가 성당에 도착하자마자 휴대전화를 들이밀고 '신부님, 오늘은 이거 해요'라고 한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을 찍기 위해 한 시간 정도 연습했다. 영상 편집은 직접 하거나 교리교사의 도움을 받는다.
"예전에는 운동장에 가면 아이들이 있었잖아요. 이제 이 시대 운동장은 SNS라고 생각해요. 그들과 공감하려면 챌린지나 릴스, 밈 같은 문화를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요."
살레시오회 소속인 이 신부에게 춤과 노래는 지금 젊은이들의 '언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같은 언어로 말할 때 아이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신부는 "'저 사람이 우리들의 언어로 말하고 있구나' 하고 호감을 갖고, '그러면 저분이 어떤 말을 할까' 귀를 기울이게 된다"며 "어쩌면 사제 역할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내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그들의 언어로 말하려는 내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창민 신부가 15일 서울 구로 성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15. photocdj@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15/NISI20261015_0021490437_web.jpg?rnd=20261015145638)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창민 신부가 15일 서울 구로 성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15. [email protected]
'춤추는 사제'로 알려진 이 신부가 이번에는 글로 말을 건넨다. 18일 펴내는 첫 에세이 ‘누가 내 꿈에 수단을 입혔을까’(생활성서사)에는 아이돌을 꿈꾸며 기획사 오디션에 도전하던 소년이 사제복인 수단을 입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방송과 짧은 영상에서 다 전하지 못했던 실패와 방황, 청소년들과 함께하며 배운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춤추는 사제'라는 별명은 처음에는 쑥스러웠지만 이제는 감사한 이름으로 받아들인다. 이 신부는 "청소년들에게 '하느님을 믿는 건 이렇게 기쁜 일이야' 하고 몸으로 보여 주고 싶다"며 "'춤추는 사제'라는 말이 '기쁨을 전하는 사제'라는 뜻으로 들린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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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도 청소년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이어갈 생각이다. 최신 가요를 듣던 선배 신부의 말이 마음에 남아 있다. 노랫말 뜻도 잘 모르면서 음악을 듣던 선배는 이렇게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청소년들과 감을 잃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신부는 "죽을 때까지 청소년들과 같은 언어로 말하기 위해 끊임없이 그들의 문화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나이가 들면 그 나이에 어울리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기까지는 여러 경험이 필요했다. 음악을 좋아했던 이 신부는 대형 기획사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합격하지 못했다. 용인에 살던 시절에는 친구의 소개로 에버랜드 공연 오디션을 봤고, 퍼레이드와 행사 진행을 경험했다.
아침에는 마트, 오후에는 카페, 저녁에는 호프집에서 일하며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하기도 했다. 고교 졸업 뒤 곧바로 사제의 길에 들어설 수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이 신부는 "그 경험이 사제가 된 뒤 사람들의 삶에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에버랜드에서 배운 것들은 아이들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공연을 기획할 때 쓰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창민 신부가 15일 서울 구로 성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5. photocdj@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15/NISI20261015_0021490433_web.jpg?rnd=20261015145641)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창민 신부가 15일 서울 구로 성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5. [email protected]
살레시오회를 알게 된 계기는 군 복무 중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였다. 고(故) 이태석 신부(1962~2010)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함께 연주하는 모습이 마음에 남았다.
이후 찾아간 서울 대림동 살레시오 수도원에서는 신부와 수사들이 아이들과 농구하고 기타를 치고 있었다. 묵주를 들고 기도하는 모습만 떠올렸던 수도생활의 풍경이 달라졌다. 청소년들과 살아가는 그곳에서 자기 재능을 어디에 쓸 수 있을지 알게 됐다.
책에는 오디션에서 거듭 떨어진 일뿐 아니라 수도원에 처음 입회했다가 몇 달 만에 짐을 싸 들고 나왔던 경험도 담았다. 사제가 되기까지 과정을 돌아보며 감추고 싶었던 실패도 꺼냈다.
정작 글쓰기는 춤과 노래보다 어려웠다. 일기 한 페이지를 채우는 것도 버거워하던 이 신부에게 비슷한 시기 출판사 세 곳에서 출간 제안이 왔다. 처음에는 자신은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며 고사했다.
용기를 준 것은 글과 음악을 배울 때 들었던 말들이었다. 떠오르는 생각을 편하게 써 보라는 선생님의 권유, 누구나 마음속에 음악이 있고 작곡은 그것을 기호로 옮기는 일이라는 선배 신부의 설명이었다. 지금 만나는 청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이 신부는 "춤추고 노래하다 보니 오해도 받게 된다"며 "외적인 모습 뒤에 있는 이야기와 진심을 책으로 썼을 때 그 마음을 알아봐 주더라"라고 말했다.
그 진심의 중심에는 청소년들이 있다.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과 생활하면서는 사랑받는 경험이 사람에게 어떤 힘이 되는지를 배웠다. 아이들이 저지른 잘못과 그로 인한 피해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들이 앞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도록 돕고 싶었다.
퇴소를 앞둔 한 청소년의 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늘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말만 듣던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해낼 수 있다고 말해 준 곳은 살레시오뿐이었다는 고백이었다.
이 고백을 한 친구가 이 신부가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꼽은 '대한(가명)'이다.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에게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능력이나 도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 줬다.
"안부를 묻고,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었어요. 사랑이 담긴 작은 한마디면 충분했죠.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건넨 사랑이 어떻게 꽃피는지를 처음 보여 준 친구가 대한이였어요."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창민 신부가 15일 서울 구로 성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5. photocdj@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15/NISI20261015_0021490428_web.jpg?rnd=20261015145651)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창민 신부가 15일 서울 구로 성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5. [email protected]
사제 서품을 받은 2024년 이후에는 뜻밖의 유명세도 찾아왔다. 서품식에서 축하 노래로 부른 '질풍가도' 영상이 알려지면서 KBS '아침마당',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에 출연했다. 이후 다른 방송에서도 출연 요청이 이어졌지만 한동안 속도를 늦췄다.
이 신부는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왜 사제가 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놓치게 되는 것 같아서, 당분간은 맡은 사목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성당에 와 본 적 없는 청소년에게 교회와 신앙의 거리감을 줄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의 의미도 크다고 본다. 청년들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취지라면 앞으로도 방송에 출연할 생각이다.
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준비하는 마음도 이와 맞닿아 있다. 포르투갈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했을 때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반가워하던 외국 청년들에게 받은 환대를 돌려주고 싶다. 본당에서도 외국인 참가자를 맞을 홈스테이 준비와 대회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비교와 결과에 지친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이 해 줄 수 있는 일을 묻자 이 신부는 '관심'을 꼽았다. 힘들다는 말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끝까지 들어 주는 것, 실패를 겪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곁에서 함께하는 일이다.
이 신부는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신호가 보일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함께 손잡고 가 주는 것도 어른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창민 신부가 15일 서울 구로 성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15. photocdj@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15/NISI20261015_0021490426_web.jpg?rnd=20261015145626)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창민 신부가 15일 서울 구로 성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15. [email protected]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로는 H.O.T.의 '빛'을 골랐다. 야경 속을 달리는 운전자들이 정작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인지 모르는 것처럼, 청년들 역시 존재 자체만으로 빛나고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여러분은 충분히 그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 있는 존재인데, 너무 그걸 모르고 살고 있어요. 그 빛을 꺼두지 말고 누군가를 환하게 비출 수 있는 희망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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