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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이 겁나요"…파킨스병 환자 일상 바꾼 AI[빠정예진]

등록 2026/07/18 06:01:00

수정 2026/07/18 06:04:58

파킨슨병 낙상 위험 예측 AI 모델 개발

낙상 늦게 발견할 수록 사망 위험 커

[서울=뉴시스] 윤진영 삼성사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AI 모델을 통해 분석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윤진영 삼성사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AI 모델을 통해 분석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파킨슨병 환자에게 낙상은 단 한번만으로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치명적입니다. 파킨슨 환자 10명 중 6명은 낙상을 경험하는데, 어떻게 하면 파킨슨병 환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넘어지지 않고, 넘어지더라도 부상을 최소화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인공지능(AI) 낙상 위험 예측 모델을 만들게 됐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파킨슨병 환자의 낙상 위험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한 윤진영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의 말이다.

'뇌의 당뇨'라고 불리는 파킨슨병은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뇌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치매 다음으로 흔한 질환인데,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24년 기준 14만3441명으로 최근 10년 간 6만명이 늘었다. 파킨슨병은 완치 개념이 없기 때문에 평생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파킨슨병 환자는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움이 큰데 보행 장애와 자세 불안정으로 인해 낙상 위험이 크게 증가해 한 번의 낙상도 골절,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환자의 약 60%가 낙상을 경험한다.

윤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는 다리를 끌면서 걷기 때문에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기 쉽고 똑같은 낙상이 발생해도 사망할 확률이 더 높다"며 "낙상을 하면 합병증으로 못 걷게 되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환자가 갖고 있는 파킨슨병 증상과 겹쳐 장애도 크게 남고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낙상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환자마다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이 다양해 실제로 낙상 위험이 높은 환자를 객관적으로 구별하는 게 쉽지 않다. 의료진의 숙련도도 크게 좌우한다. 윤 교수가 낙상 예측 AI 모델을 개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 교수는 "환자들은 그냥 넘어졌다고 말하지만 낙상의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위험 인자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며 "인지기능이 떨어져 넘어진 것인지, 혈압이 떨어져서 그런 것인지, 걷고 싶은데 발이 땅에서 안 떨어지는 보행동결로 인한 것인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해 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넘어진 후 발견이 늦어지면 근육 손상 등 응급 상황으로 이어지고 방치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망률이 높아진다"며 "넘어진 뒤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고위험군을 미리 파악해 낙상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영 교수 개발 AI, 낙상에 대한 두려움 예측…정확도 88%

윤 교수가 개발한 AI 모델이 낙상 위험을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활용한 정보는 낙상에 대한 두려움, 보행 속도와 보폭 같은 균형 기능, 자율신경 이상이다.

윤 교수는 "낙상에 대한 두려움을 측정하는 지표가 있는데, 이는 두려움이 크면 활동을 잘 안해 실제론 낙상 위험이 낮아지지만 두려움이 없으면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낙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보는 것"이라며 "넘어지지 않는 자신감과 두려움 척도 같은 것을 측정해 파악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과 고려대안산병원 환자 396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분석 모델을 구축했다. 분석 모델 개발에는 전자식 보행분석 장비(GAITRite)로 측정한 보행 속도, 보폭, 걸음 패턴 등 운동 데이터와 인지기능, 우울증, 낙상에 대한 두려움, 자율신경 이상 등 다양한 임상 정보가 활용됐다.

정확도는 내부 검증 88%, 외부검증 89%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서울병원 뿐 아니라 다른 의료기관 환자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의 낙상은 여러가지를 고려해야하는 복합적인 문제인데, 낙상의 원인을 환자가 잘 인지하지 못해 또다시 낙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율신경 이상 등 여러 임상 정보와 보행 데이터를 AI가 종합적으로 분석해 위험 환자를 보다 객관적으로 가려냈다"고 말했다.

낙상 원인이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많은 위험 인자를 의료진이 일일히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의료진의 숙련도가 경험에 따라 평가를 다르게 할 수도 있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AI는 낙상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수 분 만에 수치로 보여주고, 위험인자가 무엇인지 모두 파악이 가능하다. 의료진은 주된 원인 한 두가지 정도만 파악이 가능하다면, AI는 모든 위험인자를 보여주게 된다.  

윤 교수는 "AI를 활용하면 낙상하는 주된 원인 뿐 아니라 두번째 세번째 원인까지 파악이 가능해 좀 더 예방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의료진마다 숙련도가 다르고, 진료시간도 짧다보니 낙상의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 이를 몇 분만에 AI가 객관적으로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위험인자 미리 파악해 대처…낙상 위험 줄이는 데 효과

[서울=뉴시스] 윤진영 삼성사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보행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윤진영 삼성사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보행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제공)

인공지능을 활용해 낙상 위험환자를 가려내 파킨슨병 환자가 실제 일상생활에서 낙상이 줄어드는 효과도 확인했다.

실제 임상에 참여한 한 70대 남성 환자 A씨는 걷다가 방향을 전환하거나 좁은 통로 등에서 발이 바닥에 붙은 듯 순간적으로 멈추는 증상을 겪었다. A씨는 AI를 활용한 검사에서 낙상 고위험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윤 교수는 집안에서 이동할 때 최대한 넓은 길로 걷고, 좁은 통로 등에는 손잡이를 설치해 이를 이용하도록 했다. 환경을 개선한 후 이 환자는 낙상 사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

윤 교수는 "보통 파킨슨병 환자들은 좁은 곳을 지나갈 때 순간적으로 발이 멈추는 보행동결 증상을 겪곤 하는데 정작 환자 자신은 내가 왜 넘어졌는지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대해 보호자와 함께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을 해주는 것 만으로도 낙상 위험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 솔루션을 웨어러블 센서, 영상 데이터 등을 결합한 정밀 평가 모델로 개발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만 차면 집에서도 낙상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윤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뿐 아니라 노인 전반으로 범위를 넓혀 약물이나 수술 없이도 생활 환경 개입만으로 낙상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며 "쉽게 접근 가능한 의료 솔루션으로 상용화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낙상에 대한 두려움이 낙상과 관련이 큰데, 낙상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넘어지는 환자를 봐도 안쓰럽고 반대로 낙성 두려움으로 외출 못하고 우울해 하는 걸 봐도 속상하다"며 "나이 들었다고 움직임에 제한을 받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 그런 부분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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