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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타임머신 막아라"…트럼프, 양자암호 방패 4년 앞당겼다

등록 2026/06/23 17:48:54

수정 2026/06/23 19:30:24

美, 양자기술·암호전환 행정명령 서명…2028년 과학 연구용 양자컴 개발 추진

연방정부 양자내성암호(PQC) 의무 전환 시점 기존 2035년→2031년으로 단축

"지금 훔치고 나중에 해독" 중국의 HNDL 위협 차단 포석…韓도 로드맵 서둘러야

[고양=뉴시스] 정병혁 기자 = 2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퀀텀코리아에서 IBM의 양자컴퓨터 '퀀텀'이 전시되어 있다. 2024.06.25. jhope@newsis.com

[고양=뉴시스] 정병혁 기자 = 2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퀀텀코리아에서 IBM의 양자컴퓨터 '퀀텀'이 전시되어 있다. 2024.06.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미국 정부가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한 국가 암호 체계 전면 전환에 초고속 드라이브를 걸었다. 가공할 연산 능력을 가진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기존 보안망은 순식간에 무력화된다. 이에 미국은 당초 계획보다 4년 앞당겨 연방정부 전체의 방어벽을 바꾸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공공·국방·금융 등 핵심 인프라의 암호 전환 로드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양자 컴퓨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 연구용 고성능 양자컴퓨터 개발과 사이버보안 대응을 앞당기는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2026.06.23.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양자 컴퓨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 연구용 고성능 양자컴퓨터 개발과 사이버보안 대응을 앞당기는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2026.06.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양자기술 혁신과 첨단 암호공격 대응을 위한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양자컴퓨터 속도전이다. 미국은 2028년을 목표로 과학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양자컴퓨터 개발을 추진한다. 동시에 국가 기밀을 다루는 연방정부 시스템의 양자내성암호(PQC) 전환 시점을 기존 2035년에서 2031년으로 4년 선제 단축했다. 양자컴퓨터라는 강력한 '창'이 완성되기 전에, 이를 막아낼 '방패'를 먼저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연방 부처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에너지부는 기술 사양을 정하고 민간 양자컴퓨팅 기업과 협력 모델을 검토한다. 상무부는 사전 구매 약정 등 민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국방부에는 2028년 9월 30일까지 배치할 수 있는 차세대 양자센서 프로젝트 최소 3개를 선정하도록 했다.

연방기관은 고가치 자산과 고영향 시스템을 대상으로 2030년까지 통신 암호키를 안전하게 주고받는 '키 설정' 절차를 PQC로 전환해야 한다. 2031년까지는 문서·인증서·소프트웨어 등이 위조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전자서명' 체계도 PQC로 바꿔야 한다. 기관별 전환 책임자를 지정하고 암호 자산 식별, 조달, 인증, 예산 등 행정체계를 함께 움직이도록 했다.

중국 추격에 GPS 교란 확산까지…양자기술 경쟁 빨라진다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11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CPPCC) 폐막식에 참석해 리창 국무원 총리와 함께 박수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의 한 축인 정협이 이날 폐막했고 나머지 하나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NPC)는 12일 폐막한다. 2026.03.11.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11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CPPCC) 폐막식에 참석해 리창 국무원 총리와 함께 박수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의 한 축인 정협이 이날 폐막했고 나머지 하나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NPC)는 12일 폐막한다. 2026.03.11.

미국이 이처럼 다급하게 움직이는 배경에는 중국의 무서운 추격이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양회에서 양자기술을 미래 산업의 핵심 성장 축으로 지정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2030년까지 양자기술에만 무려 160억 달러(약 24조6000억원)를 쏟아부을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전장 환경은 양자센싱 수요를 키우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위성항법시스템(GPS) 교란이 확산되면서, GPS 없이도 작동하는 양자센서 확보가 군사 안보의 핵심으로 떠오른 점도 원인이다.

보안 분야에서는 이른바 'HNDL(선 수집 후 해독)' 위협이 가장 큰 공포다. 현재 기술로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를 풀 수 없다. 하지만 적대국 해커들이 국가 기밀이나 금융 데이터를 지금 미리 훔쳐서 자신들의 서버에 저장해 둘 수 있다. 이후 몇 년 뒤 성능이 완성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면, 과거에 훔쳐둔 데이터를 꺼내 통째로 해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자물쇠를 다 열어보는 셈이다.

이창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PQC 전환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산업계에 강한 신호를 준 것"이라며 "암호가 깨지는 시점보다 데이터를 해커에게 빼앗기는 현재 시점이 더 위험하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정부의 양자산업 지원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IBM, 퀀티넘 등 9개 양자컴퓨팅·제조 기업에 총 20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지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AWS 등 빅테크도 오류정정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엄상윤 아이디퀀티크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는 양자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양자기술이 경제, 과학, 안보와 직접 관련되는 만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로드맵을 가속화하려 해도 정부 정책이나 행정명령이 뒷받침되면 산업화 파급 효과가 커진다"며 "이번 조치는 양자 산업계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韓도 실증 넘어 전환 책임체계 세워야”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

국내에서도 양자보안 전환은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올해 통신, 금융, 교통, 국방, 우주 등 5개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PQC 시범전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안기업들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니언스는 PQC를 적용한 '양자 보안 게이트웨이'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 제로트러스트 네트워크 접근(ZTNA) 체계에 PQC와 키관리시스템(KMS)을 결합해 레거시 시스템의 단계적 전환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라온시큐어는 PQC 기반 전자서명과 구간 암호화 기술을 의료 데이터 플랫폼에 적용하는 정부 실증사업에 참여했고 금융권 대상 PQC 솔루션 공급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미국과의 격차가 크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단순 기술 도입이나 개별 실증 사업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처럼 기관별 책임자를 지정하고, 조달 가이드라인과 인증 체계, 국가 예산까지 하나로 묶은 범정부 차원의 마스터플랜은 뚜렷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하루빨리 단순 기술 테스트를 넘어 국가 핵심 인프라의 '암호 자산 리스트(인벤토리)'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민 교수는 "양자암호 전환은 단순한 IT 장비 교체가 아니라 정부 시스템 전반의 행정 체계가 결합된 장기 안보 프로젝트"라며 "우리 정부도 영역별 전환 시한을 명시한 구체적인 국가 로드맵을 서둘러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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