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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공정에 분노…"기회 동등한 시스템 구축해야"[2030 시위⓷]

등록 2026/06/15 07:00:00

잠실 시위·대학가 선언 주도한 2030

"결과보다 과정" 공정성 요구 분출

전문가들 "미래 불안·박탈감도 배경"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시민과 경찰이 대치상황이 벌어질뻔 하자 청년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2026.06.10.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시민과 경찰이 대치상황이 벌어질뻔 하자 청년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2026.06.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조수원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잠실 일대 시위와 대학가 시국선언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때 4만명 가까이 모인 이번 집회에서는 2030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집단 행동을 단순히 선거관리 부실에 대한 반발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분노를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였지만, 이면에는 공정성에 대한 민감성과 미래에 대한 불안, 제도에 대한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참정권 침해" 분노한 청년들…절차적 공정성 주목

청년들이 이번 사태에 강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높은 민감성이 꼽힌다. 실제 잠실 집회와 시국선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표현은 "참정권이 침해됐다"였다.

청년들은 선거 결과 자체보다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졌는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했는지에 주목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요구는 선거 결과를 뒤집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선거 관리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밝히고 책임을 묻자는 데 있다"며 "절차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하며 결과뿐 아니라 결과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 익숙한 세대"라며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학가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포착됐다. 전국 대학가 성명서를 모은 온라인 사이트 '한 표의 기록'에 따르면 212개 대학에서 발표한 성명·시국선언문 391건 가운데 69건은 "이번 사안이 정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 같은 인식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7%는 이번 사태를 '부실한 선거 관리에 따른 참정권 침해 문제'로 평가했다.

반면 '부정선거 시도의 증거'라는 응답은 25%였다. 재선거에 대해서는 20대의 67%, 30대의 62%가 찬성해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절차적 공정성에 민감한 청년층 특성에 더해 선관위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누적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관위는 2023년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감사원은 2024년 4월 1200여건의 채용 규정 위반을 확인하고 27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2월에는 7개 시도선관위의 878건 규정 위반을 추가로 확인하고 32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열린 참정권 침해를 규탄하는 시국선언 및 학생 공론장에서 철저한 진상 조사로 책임자들을 엄중 처벌하고 주권 침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6.06.10.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열린 참정권 침해를 규탄하는 시국선언 및 학생 공론장에서 철저한 진상 조사로 책임자들을 엄중 처벌하고 주권 침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6.06.10. [email protected]

선거 부실이 도화선…누적된 박탈감 분출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으로는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사회·경제적 불안이 이번 현상의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취업난과 자산 격차, 연금 불안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진 상황에서 선거 관리 부실이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도 "청년들은 기성세대보다 학력과 역량은 높지만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며 "경력직 중심 채용이 확대되면서 출발선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현상을 특정 이념의 문제로 해석하기보다 사회 전반에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결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선거 관리 체계에 대한 신뢰 회복이 이번 사태 수습의 출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책임자를 문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거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청년층의 목소리를 제도 개선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동훈 교수는 "선관위의 부실한 매뉴얼을 정비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과정에 청년 대표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교수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흐름과 청년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분리해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중백 교수는 "2030세대를 옳고 그름의 잣대로 판단하기보다 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세대로 보기보다 변화를 요구하는 세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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