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부리고"…한국 반도체 호황 뒤에 숨은 'IT 소작농'의 그늘
등록 2026/06/06 10:08:31

사진 유튜브 '손에보이는경제'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AI와 디지털 서비스 확산으로 한국의 '디지털 적자'가 급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반도체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서비스 이용료로 유출되면서 한국이 AI 공급망의 '소작농'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박정호 명지대학교 교수는 6일 46만 유튜브 채널 '손에잡히는경제(손경제)'에 출연해 "반도체로 엄청 벌고 있지만 AI로 줄줄이 새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경제의 결론"이라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디지털 적자는 개인의 앱 구독료나 OTT 이용료는 물론 기업들이 지불하는 클라우드 서버 비용과 AI 서비스 이용료 등을 모두 포함한다.
2025년 기준 한국의 디지털 서비스 분야 적자 규모는 약 15조 원에 달한다. 특히 AI와 OTT 구동료가 포함된 소프트웨어 저작권 항목 지출은 1년 만에 44% 폭증했다. 일부 공과대학에서는 데이터 분석과 서버 활용도가 높은 교수 한 명이 한 달에 내는 이용료만 1억 원이 넘는 사례도 나타났다.
최근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AI 전환(AX)을 서두르는 점도 적자를 키우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직원을 해고한 자리에 AI 서비스를 도입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자금이 해외 빅테크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형성된다. 박 교수는 "한국은 챗GPT 누적 매출이 세계 2위를 차지할 만큼 유료 결제 저항감이 낮고 의존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독과점한 뒤 클라우드 및 AI 이용료를 대폭 인상하면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추진하는 스타링크 위성 통신이 상용화되면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얻던 망 정산금 수익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불안정한 원인으로 이러한 디지털 서비스 비용 유출이 꼽힌다.
박 교수는 외국의 IT 매체들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IT 소작농'으로 비유한 것을 언급하며 "영주가 대장장이에게 도구를 만들게 하고 다시 이용료를 거둬가는 중세 소작 구조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경제 시스템을 저비용 자급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필수 수입품인 에너지와 식량의 의존도를 낮춰야 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원전, 태양광, 풍력 등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에너지 생산을 극대화하고, 스마트팜을 도입해 농업을 고도화함으로써 식량 수입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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