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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더한 해석…신구·박근형 등 고전 무대에 서는 원로들

등록 2026/05/31 09:00:00

수정 2026/05/31 09:25:54

'반야 아재''베니스의 상인''오이디푸스' 연이어 무대에

손숙·신구·박근형·박정자 등 원로 배우들 무게감 더해

국립극단 '반야 아재'에 출연 중인 정경순(왼쪽), 손숙.  (사진=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극단 '반야 아재'에 출연 중인 정경순(왼쪽), 손숙.  (사진=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반야 아재'부터 '베니스의 상인', '오이디푸스'까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고전 연극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신구(91), 박근형(86), 박정자(84), 손숙(82) 등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배우들은 삶의 경험을 더한 해석으로 고전 속 인물들을 다시 관객 앞에 불러낸다.

지난 22일 개막한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 '바냐 아저씨'에 한국적 변주를 더한 국립극단의 '반야 아재'는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욕망과 좌절, 허무를 풀어낸 작품이다.

7월 개막을 앞둔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스의 고전 비극으로 인간의 운명과 진실, 선택의 아이러니를 파고든다.

같은 달 막을 올리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인 '베니스의 상인'은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과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 계약'을 통해 정의를 묻는다.

오래된 이야기가 여전히 무대 위에 오르는 건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운명과 욕망, 삶의 허무와 같은 주제는 세대를 거쳐 반복되며 오늘의 관객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반야 아재'를 연출한 조광화는 급변하는 "불안감과 무력함이 범람하는 시대에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반야 아재'의 인물들이 지금 우리를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이디푸스'를 이끄는 서재형 연출은 "아주 오래된 고전이지만 충분히 현대 관객에게도 닿을 수 있는 작품"이라며 "변동성이 많은 시대에 대한민국 관객이 힘을 내시고, 의지를 갖고 걸어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위로를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베니스의 상인' 주연 배우 신구(공작 역), 박근형(샤일록 역)이 12일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는 신구·박근형이 조성한 '연극 내일 기금'을 기반으로 한 '연극 내일 프로젝트'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박승재, 엄현수, 김윤지, 이준일, 주홍이 앙상블로 참여한다. 2026.05.1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베니스의 상인' 주연 배우 신구(공작 역), 박근형(샤일록 역)이 12일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는 신구·박근형이 조성한 '연극 내일 기금'을 기반으로 한 '연극 내일 프로젝트'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박승재, 엄현수, 김윤지, 이준일, 주홍이 앙상블로 참여한다. 2026.05.12. [email protected]

이러한 고전에 깊이를 더하는 건 오랜 세월 무대를 지켜온 배우들의 존재다.

'반야 아재'에는 손숙이 박이보의 어머니 양말례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베니스의 상인'에서는 신구가 베니스의 법과 질서를 상징하는 공작 역으로, 박근형이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역으로 분한다. '오이디푸스'에서는 박정자가 예언자 테레시아스 역을 맡았다.

이들의 세월 속에 쌓인 경험과 해석은 고전 속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시간이 흐른 뒤 같은 역할을 다시 맡은 배우들은 과거와 다른 시선으로 인물을 바라보며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박근형은 1959년 중앙대 재학 시절 샤일록을 연기한 바 있다. 67년 만에 다시 맡게 된 샤일록은 박근형에게 '악인'을 넘어 더 복잡한 인물로 다가왔다. 박근형은 "젊었을 때는 순진하고 천진난만하게 표현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진정한 배우로, 예술가로 샤일록이라는 인물을 표현해 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라며 "그때보다는 완숙됐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박정자는 2011년에 이어 이번 무대에서 테레시아스를 다시 선보인다. 그는 "테레시아스를 다시 만나니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오이디푸스에 대한 연민이 많이 느껴진다"고 했다. "오이디푸스는 가엾지만 용기있는 사람"이라며 "운명과 맞서는 오이디푸스를 관객들이 정면으로 경험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사진은 배우 서영희(왼쪽부터), 최수종, 양준모, 박정자, 남명렬. (사진=수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연극 '오이디푸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사진은 배우 서영희(왼쪽부터), 최수종, 양준모, 박정자, 남명렬. (사진=수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월의 무게에도 무대를 지키고 있는 배우들의 존재는 감동을 더 한다.

국내 현역 최고령 배우로 꼽히는 신구는 "나이 들고 보니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건강이 좀 부실하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공연하는 게 제일 좋고, 내가 할 일이라 선뜻 출연을 선택했다"라면서 "아직 남아 있는 힘이 있으니, 그걸 동력 삼아 해보겠다"라며 그치지 않는 열정을 과시했다.

박정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내가 숨 쉬고 있는 동안, 두 발로 무대에 버티고 설 수 있는 동안은 그 무엇도 아닌 연극배우로 사는 삶을 살고 싶다"며 무대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언젠가는 무대를 내려와야 할 날도 오겠지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감사한 것은 아직 에너지라는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미소 지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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