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가해자 86%가 '부모'…집이 가장 위험했다[미래세대가 병들고 있다⑪]
등록 2026/05/11 07:00:00
영유아 사망 다수 '가정 내부'…가해자 대다수 부모
정서학대·방임 등 유형 다양화…저연령층 피해 집중
재학대 반복 구조 고착…초기 방임이 중대 폭력으로

[서울=뉴시스]이지영 이태성 기자 = <3부:아동학대 트라우마 지옥>
2022년, 세 돌이 막 지난 A군은 울음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소리치는 아버지 앞에서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은 울음뿐이었다. 그 순간, 아이의 몸이 공중으로 들려 올려졌고 그대로 단단한 벽에 내던져졌다. 가해자는 30대, 유도선수 출신 아버지였다.
단 한 번의 폭력이었지만 A군의 삶은 돌이킬 수 없이 바뀌었다. 두개골 골절로 인한 뇌 손상으로 아이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됐다. 사건 발생 4년이 지난 지금도 A군은 어머니의 보호 아래 재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삶이 무너진 아이는 A군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아동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은 2만3291명으로, 이 가운데 학대 행위자 85.9%가 부모였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동학대를 당한 0~17세 아동은 ▲2021년 3만7605명 ▲2022년 2만7971명 ▲2023년 2만5739명 ▲2024년 2만4492명 ▲2025년 2만329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5년간 자기 방어 능력이 전혀 없는 만 1세 미만 신생아는 2544명에 달했다.
아동학대로 사망한 만 1세 미만 신생아는 ▲2021년 13명 ▲2022년 21명 ▲2023년 10명 ▲2024년 13명으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많았다.
가정이 가장 위험한 공간…가해자 86%는 부모
지난해 아이를 다치게 한 학대 행위자 85.9%(계부모·양부모 포함)는 부모로 나타났다. 친인척(2.3%), 대리 양육자(5.8%)에 의한 사례도 있었지만 절대 다수는 가정 내부에서 발생했다. 학대 발생 장소 역시 가정이 84.5%나 됐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공간이 아이에게는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된 셈이다.
가장 친밀한 존재인 부모에 의한 학대가 특히 치명적인 이유는 아동의 '생존적 의존성' 때문이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아동은 뇌가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부모와 주양육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 관계 자체가 발달의 토대"라고 설명했다.
즉, 아이는 자신을 해치는 존재에게 생존을 위해 의지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인다. 방수영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학대를 당하면 의존과 공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적응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과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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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방임이 중대 폭력으로…재학대 15%, 끊기지 않는 고리
학대의 양상은 점점 복합화되고 있다. 신체 폭력(4790건·20.6%)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1만1670건), 방임(1623건)도 각각 49.7%, 7.0%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두 가지 이상 유형이 동시에 발생하는 '중복 학대' 역시 4674건으로 20.1%에 달했다.
특히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영아(0~2세)와 유아(3~6세)의 피해 비중이 각각 7.3%, 15.1%로 나타나 나이가 어릴수록 위험에 더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학대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재학대 건수는 지난해 기준 3558건으로, 전체의 15.3%를 차지했다. 한 번 시작된 학대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구조다.
현장에서는 학대가 점진적으로 심화하는 경향을 주목하고 있다. 초기에는 방임이나 잘못된 훈육 형태로 시작해, 점차 강한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배승민 교수는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약자를 때려도 된다'는 왜곡된 인식을 학습하게 된다"며 "성인이 된 이후 유사한 상황에 노출되면 같은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오범 용산구청 아동보호팀 주무관 역시 "대부분의 아동학대 사례는 초기에 잘못된 훈육과 방임에서 시작했다가 점차 심각한 폭행으로 발전한다"고 짚었다. 이어 "체벌에 관대한 문화, 부부 갈등과 가정폭력, 부모의 우울과 스트레스, 한부모 가정의 양육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행정적 한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인천 강화군청 가족복지과 정태영 주무관은 "즉각 분리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행위자는 공무원을 '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며 "아이 역시 분리를 '구조'가 아닌 '부모와 떨어뜨리는 행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개입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결국 학대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방수영 교수는 "적절한 양육을 경험하지 못한 피해자가 성인이 된 뒤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는 '대물림' 현상도 나타난다"며 "피해 아동이 제대로 회복하는 것이 다음 세대의 학대를 막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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