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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만 나도 두근…경북 산불 이재민 34% PTSD 고위험군

등록 2026/05/02 13:00:00

수정 2026/05/02 13:01:50

국립보건연구원·의학한림원 연구포럼

우울 증상 24%·불안 증상 16.25% 조사

산불 이후 호흡기·정신 질환 발생 증가

연기냄새·경보음·불빛에도 불안감 확산

[안동=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지난해 3월25일 산불이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 마을 인근까지 번지고 있다. 2025.03.25. lmy@newsis.com

[안동=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지난해 3월25일 산불이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 마을 인근까지 번지고 있다. 2025.03.2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강진아 기자 = 지난해 3월 경북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이재민 중 34%가 외상 후 스트레스(PTSD) 고위험군으로 조사돼 재난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이후 연기 냄새만 나도 불안하다는 응답은 80%를 넘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2일 공동 개최한 '산불 피해 이재민의 장·단기 건강영향조사 및 대응체계 연구포럼'에서는 이 같은 연구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포럼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열렸다.

지난해 3월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인근의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번지며 초대형 산불 피해를 일으켰다. 당시 149시간 만에 주불 진화가 완료됐고, 35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 면적은 역대 최대로 약 9만9289㏊(헥타르)로 조사됐다. 이는 서울 면적의 약 1.6배에 달하는 규모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당시 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 400명 중 34.25%(137명)가 PTSD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우울 증상과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각각 24%(96명)와 16.25%(65명)로 나타났다. 조사는 재난 1년여가 된 지난 2월 의성군 200명·안동시 200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으로 이뤄졌다.

[의성=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사흘째인 지난해 3월24일 안평면 신월리 한 주택이 산불로 전소돼 폐허가 되어 있다. 2025.03.24. lmy@newsis.com

[의성=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사흘째인 지난해 3월24일 안평면 신월리 한 주택이 산불로 전소돼 폐허가 되어 있다. 2025.03.24. [email protected]

산불로 주택 피해를 입은 경우 그 수치는 더 높아졌다. 이 경우 PTSD 고위험군은 42.1%로, 주택 피해가 없는 경우(28.8%) 보다 선별 양성 비율이 높았다. 우울 증상 역시 36%로, 주택 피해가 없는 경우인 15.7% 보다 높게 나타났다.

임시거주시설을 이용한 경우도 정신건강 문제를 더 겪었다. PTSD 고위험군 46.5%, 우울 증상 42.4%, 불안 증상 25.3%로 조사됐다. 반면 임시거주시설을 이용하지 않았을 땐 각각 30.2%, 17.9%, 13.3%였다. 산불 전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도 PTSD 고위험군 40%, 우울 증상 53.3%로 더 높게 나타났다.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한 오상훈 의정부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택 파손(물리적 상실)과 기저 정신과 치료 이력(개인적 취약성)이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핵심 독립 위험 요인으로 규명됐다"며 "산불은 재난 직후부터 중장기를 관통하는 통합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뉴시스]경북 산불 피해 주민 4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 설문조사. (사진=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제공) 2026.05.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경북 산불 피해 주민 4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 설문조사. (사진=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제공) 2026.05.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산불 발생 후 1년간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는 응답도 높게 나타났다. 55%(220명)가 '나쁨', 8.8%(35명)가 '매우 나쁨'을 택해 63.8%가 '건강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산불 발생 전 1년간 건강 상태에서 부정적인 답변은 21%(84명) 정도였다.

산불 피해 영향으로 호흡기 및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주민들도 많아졌다. 산불 발생 전후 1년간 치료 질환에 대한 질문에 호흡기 질환은 6.2%(25명)에서 35%(140명)로 늘어났다. 정신 질환도 3.8%(15명)에서 47%(188명)로 12배 가량 급증했다. 산불 이후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나빠졌다는 응답도 64.5%(258명)로 나타났다.

새롭게 발생한 증상(복수 선택)으로는 수면장애·우울감·스트레스·불안·분노 등 정신 증상이 71.5%(286명)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기침·가래·인후통·콧물·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55.2%(221명), 충혈·작열감·건조감·눈 따가움 등 안구 증상이 24.2%(97명), 두통·어지러움·발열·피로·몸살 등 전신 증상 19%(76명) 순이었다.

[세종=뉴시스]2025년 경북 산불 피해 이후 건강변화. 새롭게 발생한 증상에 대한 응답.(복수선택) (사진=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제공) 2026.05.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2025년 경북 산불 피해 이후 건강변화. 새롭게 발생한 증상에 대한 응답.(복수선택) (사진=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제공) 2026.05.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산불 이후 연기 냄새만 나도 불안하다는 주민이 82.5%(330명)에 달했다. 경보음이나 사이렌 소리에 불안하거나 작은 불빛만 봐도 긴장된다는 대답이 각각 58%(232명), 50.2%(201명)로 여전히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경우에 '바로 밖으로 나가 확인하게 된다'는 응답이 78.8%(290명),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응답이 71.7%(264명), '숨이 가쁘거나 답답해진다'는 응답이 35.3%(130명)로 조사됐다.

오 교수는 "영남 초대형 산불 재난 이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음에도 이재민의 약 34%가 PTSD 고위험군으로 선별되는 등 임상적 수준의 심리적 후유증이 장기화되는 경향"이라며 "고위험군 선별 및 집중 치료 체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지역사회 전체의 회복 역량을 높이는 커뮤니티 기반의 정책적 투자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추적 관찰과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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