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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초아 학예연구사 “방혜자 그림은 영혼의 울림 같은 빛”(종합)

등록 2026/04/22 18:26:14

수정 2026/04/22 19:32:24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전

‘빛의 화가’ 방혜자 타계 후 첫 대규모 회고전

초기 회화 등 67점·아카이브 200여 점 공개

퐁피두센터 등 프랑스 소장품 국내 첫 공개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22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방초아 학예연구사가 빛의 화가 방혜자 회고전을 설명하고 있다.2026.04.26.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22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방초아 학예연구사가 빛의 화가 방혜자 회고전을 설명하고 있다.2026.04.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번 전시는 ‘빛의 화가’라는 수식어를 넘어서, 방혜자를 다시 읽는 시도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열린 ‘방혜자-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를 기획한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를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작가의 ‘빛’을 다시 해석하는 자리”라고 정의했다.

22일 청주관에서 만난 그는 방혜자에 대해 “완전한 추상도, 구상도 아닌 독자적인 위치에서 우주와 내면을 동시에 그린 작가”라고 설명했다.

[청주=뉴시스] 사진 박현주 미술전문기자=22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빛의 화가 방혜자 대규모 회고전이 언론에 공개됐다. 원형의 전시 공간으로 관람객을 맞이하는 이번 전시는 한불 수교 140주년 기넘전으로 마련됐다. 2026.04.22. hyun@newsis.com

[청주=뉴시스] 사진 박현주 미술전문기자=22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빛의 화가 방혜자 대규모 회고전이 언론에 공개됐다. 원형의 전시 공간으로 관람객을 맞이하는 이번 전시는 한불 수교 140주년 기넘전으로 마련됐다. 2026.04.22. [email protected]

'방혜자-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

이번 전시는 초기 추상 실험부터 말년의 심화된 빛의 화면까지 작품 67점과 아카이브 자료 200여 점을 통해 작가가 평생 탐구해온 ‘빛’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출품작의 절반 이상은 퐁피두센터와 세르누치박물관 등 프랑스 소장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던 그의 예술세계를 본격적으로 재조명하는 자리다.

2022년 타계 이후 처음 기획된 대규모 회고전에서 방 연구사는 방혜자의 작업을 “경계를 가로지르는 회화”라고 정의했다.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방혜자의 삶에서는 국가, 장르, 종교의 경계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며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했고, 문학과 미술, 불교와 천주교를 넘나들며 ‘빛’을 탐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김환기, 이응노 등 미술계는 물론 김지하, 박경리 등 문학인들과 교류하며 예술과 사유를 확장해왔다. 어린 시절 불교적 영향을 받았지만 이후 천주교 예술 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종교적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었다.

“시를 쓰고 수필집을 냈던 작가답게, 그의 그림에는 문학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서사적 요소가 풍부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빛의 화가 방혜전 회고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빛의 화가 방혜전 회고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부직포에 천연 안료로 담아낸 ‘하늘의 토지’는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타계하던 해 제작된 작품이다. 여명처럼 번지는 화면에는 하늘과 땅, 우주와 존재에 대한 성찰이 스며 있다.

같은 계열의 ‘하늘 위의 토지’(2008)는 토지문학관에 소장돼 있다. 방혜자는 김지하 시화집 삽화를 맡는 등 문학계와 긴밀히 교류해왔다. 박경리가 생의 마지막까지 머물던 거실에도 그의 유화 한 점이 걸려 있었다. 김지하 시인은 그의 빛을 “흰 그림자”라고 불렀다.

22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공개된 방혜자 ‘하늘의 땅’(이건희컬렉션). 붉은 벽면 위에서 빛의 원형이 강렬한 긴장을 만든다. 사진=©최정면 *재판매 및 DB 금지

22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공개된 방혜자 ‘하늘의 땅’(이건희컬렉션). 붉은 벽면 위에서 빛의 원형이 강렬한 긴장을 만든다. 사진=©최정면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하늘의 땅’은 방혜자의 빛 회화를 압축한 대표작이다. 작가는 원(圓)을 무한의 상징으로 즐겨 사용했다. 원형 캔버스 위에서 색채는 띠를 이루며 퍼지고, 하늘과 땅의 에너지와 우주의 질서를 화면 안에 응축한다. 은은하게 번지는 빛은 고요한 공명을 만든다.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방 화백의 빛은 단순한 영성을 넘어 신, 마음, 세계의 질서를 아우르는 다층적 개념”이라며 “서로 다른 세계가 교차하며 만들어낸 파동”이라고 설명했다.

별처럼 번지는 화면은 부직포 위에 전통 회화의 배채법을 응용해 구축됐다. 겹겹이 스며든 색은 깊이 있는 추상 공간을 만든다.

거대한 우주처럼 펼쳐진 화면 속에서 빛은 하나의 씨앗이 된다. 작가는 그 미세한 빛의 입자에 생명의 숨결을 심어 넣었다.

프랑스 아주(Ajoux) 작업실의 방혜자, 2020. 사진 © 정재준.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 아주(Ajoux) 작업실의 방혜자, 2020. 사진 © 정재준.  *재판매 및 DB 금지

'빛의 화가' 방혜자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초기 추상회화를 시도한 소수의 여성 작가 중 한 명이다. 1937년 경기도 고양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1961년 첫 프랑스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수학하며 유럽 미술계에 진입했다.

어린 시절 개울가에서 마주한 미묘한 빛에 매료된 그는 이후 50여 년간 ‘빛’을 탐구하며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업을 이어왔다. 특정 사조에 기대기보다 내면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했다.

한지와 부직포, 흙과 광물성 천연 안료, 식물성 염료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빛의 생명력’을 화면에 담아온 그는 생전 ‘빛의 화가’로 불리며 독자적인 위치를 확립했다.

2018년에는 프랑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샤르트르 대성당 종교 참사회실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4점에 그의 작품이 선정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팔순을 맞은 2016년 현대화랑에서 개인전 ‘성좌’를 여는 등 그는 프랑스와 한국을 비롯해 독일, 미국, 캐나다, 스웨덴, 벨기에, 스위스,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100여 회의 전시를 개최하며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2022년 85세에 노환으로 입원 중이던 프랑스 파리 병원에서 '빛의 세계'로 떠났다.

국립현대미술관립 청주관, 방혜자 회고전 전시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현대미술관립 청주관, 방혜자 회고전 전시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영혼의 울림으로 번지는 ‘빛의 회화’

작업 전 명상과 기공으로 내면을 다졌던 방혜자는 표현 탐구를 지속하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화면은 재현을 지우면서도 완전히 추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그의 그림은 마치 영혼의 울림처럼 다가온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영성적 작가’로 불리던 방혜자를 이번 전시는 다른 층위에서 조명한다. 원형 캔버스와 마티에르 실험 등 회화적 시도들이 전면으로 드러난다.

전시는 연대기를 따르지 않는다. 젊은 시절과 말년의 작품이 한 공간에서 교차하며, 시간은 작가의 내면 속에서 다시 배열된다.

그 변화의 핵심은 재료와 태도다. 방혜자는 어느 시점부터 유화를 내려놓고 천연 안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화면은 점차 옅게 번지고 스며든다. 수묵 산수화처럼 흐르는 색은 물질이라기보다 기운에 가깝다.

“초기의 강한 붓질에서 후반기의 종이 작업으로 가는 과정은 ‘껍데기를 벗는 과정’으로 보였습니다.”

[청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22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빛의 화가’ 방혜자 대규모 회고전이 언론에 공개됐다. 아카이브 공간에는 작가의 작업 장면이 흑백 사진으로 남아 있다. 2026.04.22. hyun@newsis.com.

[청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22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빛의 화가’ 방혜자 대규모 회고전이 언론에 공개됐다. 아카이브 공간에는 작가의 작업 장면이 흑백 사진으로 남아 있다. 2026.04.22. [email protected].

전시 준비 과정은 일종의 ‘추적’이었다.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프랑스 남부 아주(Ajoux)의 작업실을 직접 찾았다.

“싱크대 아래에서 자료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삶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이었어요.”

그는 작업실에서 유골함을 마주했던 순간도 떠올렸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습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마치 작가가 우리를 지켜보는 듯한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콩나물로 글자를 써 화면에 투사하는 작업, 미세한 반복 속에서 드러나는 흔적들. 수행에 가까운 태도는 전시 전체의 리듬을 만든다.

 방혜자 회고전은 샤르트르 대성당에 설치된 방혜자의 스테인드글라스 4점 중 하나인 '빛의 탄생'의 재현작(2019)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방혜자 회고전은 샤르트르 대성당에 설치된 방혜자의 스테인드글라스 4점 중 하나인 '빛의 탄생'의 재현작(2019)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장 입구는 푸른 빛이 감도는 명상적인 공간으로 시작된다. 샤르트르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빛의 탄생' 재현작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어지는 원형 동선을 따라 땅의 기운, 하늘의 세계, 마음의 에너지를 통과하며 작가가 평생 사유해온 ‘빛’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다만 ‘빛의 화가’를 조명하는 전시임에도 공간은 어둡게 조성됐다. 빛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관람 속에서 비로소 감각되도록 설계됐다.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마음의 빛을 온 우주에 씨앗처럼 심고자 했던 작가의 여정을 따라, 전시는 빛을 통해 세계를 사유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며 “작품과 작품 사이, 그리고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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