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과 수출…러·우 전쟁 땐 어땠나 보니[세쓸통]
등록 2026/03/22 09:00:00
수정 2026/03/22 09:34:24
중동 사태 발발로 국제유가 상승…원료 생산차질 우려
"러·우 사태 당시, 수출은 타격 없어…에너지 수입 급증"
호르무즈해협 봉쇄 변수, 간접적 수출영향 나타날 수도
"원유수급 중동 의존도 낮추는 '수입 다변화' 추진해야"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지난 13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2026.03.13.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3/13/NISI20260313_0021207463_web.jpg?rnd=20260313135349)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지난 13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2026.03.1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수정 기자 = 중동 사태가 발생한 지 3주. 전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요충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유가가 나날이 치솟고 있습니다.
석유를 포함해 천연가스(LNG)·나프타 등 각종 원료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우리 제조업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철강은 원료가 없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오고 있는데, 만약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어떤 영향이 나타날까요. 전문가들은 수출 상승세가 한풀 꺾이고, 장기적으로는 무역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어땠을까요.
당시 수출 흐름을 짚어봤습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당일 국제 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LNG 가격도 5% 큰 폭으로 치솟았습니다.
![[키예프=AP/뉴시스] 지난 2022년 2월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주민들이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파손된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2022.02.25.](https://img1.newsis.com/2022/02/25/NISI20220225_0018528878_web.jpg?rnd=20220225165034)
[키예프=AP/뉴시스] 지난 2022년 2월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주민들이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파손된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2022.02.25.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원유와 천연가스 평균 가격은 전쟁 이전 전망 대비 각각 29.1%, 70.1% 상승했습니다.
다만 초기에는 우려와 달리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다음 달인 3월, 우리 수출은 634억8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17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131억2000만 달러로 11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으로의 수출은 37.7% 감소한 6억8000만 달러에 그쳤지만, 전체 수출 흐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수입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자연스레 수입도 함께 늘어납니다. 3월 기준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은 161억9000만 달러로 한 달 새 84억7000만 달러가 급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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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총 수입액은 636억2000만 달러로 수출을 웃돌았고, 그 결과 무역수지는 1억4000만 달러 적자 전환했습니다.
국제 유가가 좀처럼 안정되지 않으면서 이러한 흐름은 상반기 내내 이어졌습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중동 사태로 인한 고유가 여파로 물류업계 부담이 커진 지난 1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 대형 화물차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2026.03.11. yulnet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3/11/NISI20260311_0021204539_web.jpg?rnd=20260311145115)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중동 사태로 인한 고유가 여파로 물류업계 부담이 커진 지난 1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 대형 화물차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2026.03.11. [email protected]
2022년 6월 우리 수출은 557억3000만 달러로 20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동시에 수입이 602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무역적자는 24억7000만 달러로 확대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출 증가율도 둔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던 수출은 전년 대비 5.4%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당시 정부는 무역적자 확대와 함께 전세계 성장세 둔화, 공급망 불안정 심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후 수출 둔화 흐름은 점차 뚜렷해졌습니다.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2년 8월에는 수출을 견인하던 반도체마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반도체 수출은 1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했지만, 소비자 구매력 지연과 과잉재고 등의 이유로 26개월 만에 첫 역성장을 기록한 겁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전체 수출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결국 2022년 10월, 우리 수출은 52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7% 감소하며 약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정부는 당시 우리 최대 수출국이던 중국의 수입시장 위축과 반도체 가격 하락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결국 2022년 한 해 무역수지는 47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는 일본과 독일을 비롯한 제조기반 수출국에서 공통적으로 관측된 현상"이라고 짚었습니다.
정리하면 국제유가 급등은 초기에는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않았지만, 에너지 수입 증가로 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이후 대내외 경제상황 악화로 수출마저 꺾이면서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던 기초체력이 흔들린 겁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떨까요.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단기적인 수출 타격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포함해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선언하며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2026.03.13. kch052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3/13/NISI20260313_0021207013_web.jpg?rnd=20260313093442)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포함해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선언하며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2026.03.13. [email protected]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은 잠정치 기준 215억 달러로, 같은 기간 수출 중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수출은 지난해 6월 이후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려오고 있고, 무역수지도 21억 달러 흑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러·우 전쟁 때처럼 전쟁 당사국과의 교역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이 역시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전체 수출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2~3% 수준으로, 직접적인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변수가 존재합니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해상 물류 차질 발생하면서 운송비 상승, 납기 지연, 공급망 교란 등 간접적인 수출 영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우리 기업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통상 분야 전문가들은 운송 기간이 약 15일 늘어나고 물류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 이상에 달하고, 대부분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는 점도 부담 요인입니다. 우리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의 공정 소재인 헬륨 가스 등 일부 소재 역시 중동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 생산 차질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원자재 수급 불안이 확대되면서 기업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석유제품·화학제품·고무·플라스틱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생산 비용도 국제유가 10% 상승 시 평균 0.71% 상승할 것이란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정부는 원유 수송 차질이 커지면서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했으며, 조만간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공조를 통해 우리나라에 할당된 2246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도 검토 중입니다.
비축유 방출은 단기적인 수급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중장기적으로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수입 다변화'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더라도, 국내 기업의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의 대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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